
(SBS 연예뉴스 강선애 기자)
'형만 한 아우 없다'는 말이 있다. 또 '아는 맛이 무섭다'는 말도 있다. 이 두 문장은 방송계에서 어떤 작품의 후속 시리즈가 공개될 때, 앞선 시리즈와 비교하며 흔히 사용하는 표현이다. 지난해 넷플릭스에서 공개돼 글로벌 히트를 친 요리 예능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이하 '흑백요리사')가 최근 시즌2로 돌아왔다. '흑백요리사' 시즌2는 형만 한 아우가 없는 쪽일까, 아니면 아는 맛이지만 무서운 쪽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익숙한 맛인데 전보다 더 감칠맛이 난다. 장점은 더 살리고, 단점은 잘 보완했다. 형보다 더 뛰어난 아우라고 할 수는 없지만, 형의 명성에 먹칠하지는 않을 든든한 동생이 태어났다.

오직 맛으로 계급을 뒤집으려는 재야의 고수 '흑수저' 셰프들과 이를 지키려는 대한민국 최고의 스타 셰프 '백수저'들이 펼치는 불꽃 튀는 요리 계급 전쟁 '흑백요리사' 시즌2가 지난 16일부터 공개를 시작했다. 그리고 공개 첫 주(12월 15~21일 집계 기준) 550만 시청 수를 기록하며 단숨에 넷플릭스 글로벌 TV쇼(비영어) 1위에 등극했다. 단순 시청 수만으로 비교해 보면, 지난해 9월 추석 연휴에 공개됐던 시즌1의 첫 주 시청수 380만보다 1.5배가량 증가한 수치다. 시즌2 공개 2주차(12월 22~28일 집계 기준)에도 관심은 뜨겁다. 470만 시청수를 기록하며 2주 연속 글로벌 TV쇼(비영어) 부문 1위 자리를 지켰다. 공개 2주 만에 누적 1,020만 시청수를 나타내며 센세이션을 이어가는 중이다.
국내 화제성도 압도적이다. 굿데이터코퍼레이션 펀덱스(FUNdex) 조사 결과 12월 3주차 TV-OTT 통합 드라마, 비드라마 통틀어 1위를 기록했다. 이 역시 시즌1 대비 공개 첫 주 화제성이 25% 상승한 폭발적인 수치다. 시즌2 초반 성적이 시즌1보다 높게 기록되고 있다.
'흑백요리사2'의 흥행이 고무적인 이유는, '백종원 리스크'에 따른 부정적 여론이 시청 거부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공개된 '흑백요리사' 시즌1은 넷플릭스 한국 예능 최초로 3주 연속 넷플릭스 글로벌 TOP 10 TV 비영어 부문 1위를 차지했다. OTT 예능 최초로 한국 갤럽의 '한국인이 좋아하는 프로그램' 조사에서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런 전 시즌의 인기로 인해 '흑백요리사2'는 공개되기 전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았지만,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백종원을 향한 우려의 시선이 쏟아졌다. 백종원이 대표로 있는 더본코리아가 제품 품질 논란,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 등 여러 의혹들에 휩싸였는데, 이게 말끔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백종원이 전문성과 신뢰성이 요구되는 서바이벌 심사위원으로 활약하는 것이 맞냐는 부정적 여론이 형성됐다.
지난 4월 '흑백요리사2' 녹화를 진행했던 제작진은 당시 백종원과 더본코리아를 둘러싼 논란이 점화된 상황이었지만, 심사위원을 교체하지는 않았다. 프로그램이 공개될 겨울 즈음엔 논란이 가라앉길 바라는 요행이 있었을지 모르나, 반년 가까이 시간이 흘러 공개 시점까지 백종원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그래서 '흑백요리사2' 공개를 앞두고 가장 우려됐던 점이 백종원 리스크, 그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혹여 시청 거부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시청자는 '흑백요리사2'에 여전한 지지를 보냈고, 글로벌 1위라는 순위로 화답했다. '흑백요리사2'가 백종원'만'의 프로그램이 아니라는 것이 여실히 드러난 셈이다.
'흑백요리사2'에서 백종원의 분량을 줄이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의 심사가 시청자를 설득시켜야 하는 건 당연하고, 또 다른 심사위원인 안성재에 밀리지 않는 무게감으로 심사의 균형도 맞춰야 한다. 심사위원이 단 두 명뿐인 프로그램에서, 한쪽 추를 담당하는 백종원의 프로그램 내 입지는 클 수밖에 없다.
제작진은 백종원을 심사위원으로 유지하면서도 시즌1만큼 전면에 내세우진 않았다. 시즌1에선 백종원과 안성재의 심사 갈등, 의견 충돌이 재미 요소 중 하나였다면, 이번 시즌에선 그렇게 두 사람이 대립하는 양상이 보이지 않는다. 백종원이 심사위원으로서 자질까지 의심받고 있는 상황인 만큼, 제작진은 두 심사위원 간 의견의 다름보단 합의에 이른 결론을 보여주는 쪽을 영리하게 택했다. '흑백요리사2' 1화에서 백종원을 다른 부연설명 없이 '심사위원'이라는 간단한 단어로 소개한 것만 봐도, 제작진의 의도가 엿보인다. 시즌1 당시 '대한민국 최고의 외식 경영 전문가'라고 부연했던 것과 다른 행보다.

'흑백요리사2'의 큰 틀은 시즌1과 비슷하게 유지했다. 80명의 흑셰프들이 동시에 요리를 진행하며 장관을 이루는 1라운드 흑수저 결정전, 흑셰프와 백셰프의 1대 1 대결을 다루는 2라운드, 팀으로 겨루는 3라운드 등 시청자의 지지를 받은 강력한 포맷은 그대로 가져왔다. 신선함이 떨어지는 '아는 맛'이라고는 하나, 안성재와 백종원이 눈을 가리고 입을 크게 벌려 음식을 받아먹고(2라운드 심사 방식) 평가하는 모습은 여전히 재미 요소 중 하나다.
제작진은 그 안에서 조금씩 변주를 줬다. 지난 시즌 백셰프로 출연했던 최강록, 김도윤이 '히든 백수저'로 깜짝 출연해 1라운드에 도전하는 설정, 거대한 한반도 지도에서 전국 팔도의 K-식재료가 등장해 이를 이용한 요리 대결을 진행한 2라운드, 'ALL OR NOTHING' 모두 죽거나 모두 생존하는 파격적인 룰을 적용한 3라운드 팀전 등 시즌2만의 신선한 장치를 마련했다. 특히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되는 4라운드 연합전과 사생전의 결합은 당사자에겐 잔인한 룰이지만 시청자에겐 짜릿한 재미로 돌아온다.
무엇보다 '흑백요리사'의 가장 큰 재미 요소는 계급장 뗀 요리사들의 대결이고, 이 대결 속에서 매력을 터뜨리는 새로운 셰프의 탄생이다. 57년차 중식 레전드 후덕죽, 대한민국 1호 사찰음식 명장 선재스님, 한식과 양식 각각 미쉐린 1스타를 거머쥔 손종원, '한식대첩 시즌3' 우승자 임성근, 여러 예능을 통해 이미 스타 셰프로 유명한 정호영, 샘 킴 등이 백셰프로 자리해 화려한 요리 실력을 뽐낸다. 또 수많은 흑셰프들이 시즌1을 통해 주목받은 것처럼, 시즌2에서도 여러 셰프들이 두각을 나타낸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시즌1에선 우승을 차지한 나폴리 맛피아를 비롯해 요리하는 돌아이, 이모카세, 중식 여신, 철가방 요리사, 급식대가 등이 뛰어난 실력과 매력적인 개별 서사로 크게 주목받았던 것에 비해, 시즌2에선 상대적으로 흑셰프의 파급력이 작다. 초반 술 빚는 윤주모, 아기맹수, 프렌치파파, 중식마녀, 삐딱한 천재, 뉴욕에 간 돼지곰탕, 무쇠팔, 쓰리스타 킬러, 요리괴물 등이 눈에 띄며 순조로운 출발을 알렸으나, 이들 중 상당수가 중도 탈락해 더 이상의 도전을 볼 수 없게 됐다. 흑수저의 짜릿한 반란을 기대했지만, 생각보다 힘을 못 쓰는 분위기다. (그래도 10화까지 공개된 현재, 아직 두 명의 흑수저 셰프가 생존해 있으니 거기에 기대를 걸어 본다.)
제작진의 영리함은 '엔딩' 장면에서 다시 한번 도드라진다. 결과를 알려주지 않고 끊어버려 다음 화를 볼 수밖에 없게 만드는 '엔딩 맛집'의 저력이 회차마다 나타난다. 히든 백수저 최강록이 진짜 백수저로 올라갈 수 있을지 심사위원 판결을 앞두고 끝낸 3화, 3라운드 팀전에서 단 한 명의 투표로 생존과 탈락 팀이 결정되는 중요한 상황에서 종료한 7화, TOP7 중 마지막 일곱 번째 셰프의 정체 공개 직전에 멈춘 10화까지. '흑백요리사2'는 다음 전개에 궁금증을 가질 수밖에 없게 만든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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