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29일 상인들을 중심으로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다.
이란에서 서방 제재 속에 경제난이 이어지면서 화폐 가치가 사상 최저로 폭락했습니다.
이 여파로 중앙은행 총재가 사퇴했고, 가뜩이나 고물가에 시달려온 주민들은 거리로 뛰쳐나가 3년 만에 최대 규모로 규탄 시위를 벌였습니다.
AP·로이터 통신,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이란 리알화 환율은 28일(현지시간) 1달러당 142만 리알까지 치솟은 데 이어 29일에도 달러당 139만 리알로 고공행진했습니다.
이는 리알화 가치가 사상 최저를 기록한 것입니다.
전년 동기 리알화 환율은 달러당 82만 달러였다가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서방의 대이란 제재 압박이 거세진 여파로 올해 4월 달러당 100만 리알을 돌파하며 화폐가치가 곤두박질쳤습니다.
2015년 이란과 미국 등 서방 간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가 타결됐을 때 달러당 3만 2천 리알 정도였던 것에 비교하면 약 10년 만에 화폐 가치가 44분의 1 수준으로 폭락한 셈입니다.
달러당 환율이 오르는 것은 그만큼 화폐 가치가 내려간다는 뜻입니다.
이 여파로 모하마드 레자 파르진 중앙은행 총재가 사퇴했습니다.
그는 2022년 12월부터 중앙은행 수장으로 일했는데, 취임 당시 달러당 43만 리알이던 환율이 3년 만에 몇 배로 치솟게 된 것입니다.
안 그래도 경제난 속 고물가에 시달려온 주민들은 29일 수도 테헤란을 포함한 주요 도시에서 거리로 뛰쳐나가 규탄 시위를 벌였습니다.
이들 시위대는 "정부가 요동치는 환율 시장에 즉각 개입하고, 투명한 경제 전략을 수립할 것을 촉구했다"고 현지 매체가 전했습니다.
시위대는 특히 물가 변동 때문에 수입품 판매가 마비됐으며, 이는 판매자와 구매자 모두 거래를 중단하는 지경이 됐다고 규탄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러한 상황에서 사업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외쳤다고 현지 매체는 덧붙였습니다.
이 같은 시위는 이른바 '히잡 반대' 시위 이후 3년 만에 최대 규모라고 AP 통신은 진단했습니다.
이란에서는 2022년 20대 여성이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붙잡혀갔다가 의문사한 것을 도화선으로 전역에서 반정부 시위가 번졌고, 당국의 유혈 진압으로 수백 명이 숨졌습니다.
이번에 거리로 나선 시위대는 주로 가게를 운영하는 점주와 상인들로, 이들은 1979년 이슬람 혁명 당시에도 핵심적 역할을 한 이들이라고 AP 통신은 분석했습니다.
이란 중부 이스파한, 남부 시라즈 등 주요 도시에서 시위대가 거리로 쏟아져 나왔고, 테헤란 일부 지역에서는 경찰이 시위대를 해산하려 최루탄을 발사하기도 했다고 목격자들은 전했습니다.
일부 상인들은 29일 가게 문을 닫은 채 당국에 저항했으며, 가게를 열어놓고는 영업을 중단한 상인들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란에서는 12월 인플레이션이 전년 같은달 대비 42.2%까지 치솟는 등 살인적 고물가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12월 식료품 가격은 전년 같은달 대비 72%, 건강의료 품목은 50% 뛰어올랐습니다.
여기에다 이란 당국이 새해 3월부터 세금을 인상할 계획이라는 보도가 흘러나오면서 민심의 분노를 불렀습니다.
이 같은 여론은 지난 6월 이스라엘과 벌인 이른바 '12일 전쟁'의 여파가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이란 지도부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NYT는 내다봤습니다.
특히 이란은 백악관으로 돌아온 트럼프 미 행정부의 경제 제재까지 더해지면서 2015년 체결된 핵합의(JCPOA)를 둘러싼 서방과의 협상에서도 교착에 빠져있습니다.
이같이 여론이 들끓자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29일 "정부가 문제를 해결하고 책임감 있게 행동하기 위해 역량을 다할 수 있도록 내무부가 시위대 대표단과 대화를 통해 정당한 요구를 청취할 것을 지시했다"고 말했다고 관영 IRNA 통신이 전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




동영상 기사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