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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과 포용'인가? '상대 진영 흔들기' 꼼수인가? [스프]

[이브닝 브리핑]

이브닝브리핑
과거 위대한 리더들은 정치적 라이벌이나 반대 진영의 인사를 과감하게 기용하는 리더십을 종종 보여줬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 16대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입니다. 링컨은 1860년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 당시 치열하게 다퉜던 경쟁자들을 내각의 핵심 요직에 앉혔습니다. 국무장관 윌리엄 수어드, 재무장관 살먼 체이스, 국방장관 에드윈 스탠턴 등입니다. 이들은 모두 링컨보다 더 좋은 출신 배경과 학벌을 가졌습니다. 정치적 명망도 높았습니다. 그래서 대통령 후보 경선 때는 링컨을 무시하고 조롱하기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링컨은 이들의 비판적 태도까지 끌어안으면서 의사 결정의 오류를 줄이고 내부적 단합을 공고히 해 남북전쟁을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넬슨 만델라 대통령의 사례도 유명합니다. 혹독한 인종차별 정책에 저항한 끝에 대통령에 오른 만델라는 보복 대신 '화해와 용서'를 택했습니다. 자신을 27년 동안 투옥했던 백인 정권의 마지막 대통령 F.W. 데 클레르크를 제1부통령으로 임명했습니다. 이를 통해 백인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고 내란 위기를 막아 흑백이 공존하는 국가 통합을 이뤄냈습니다.


이혜훈 파격 등용에 요동치는 정치권
국민의힘 등 보수 정당 소속으로 3선을 한 이혜훈 전 의원이 이재명 정부의 초대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에 지명되면서 정치권에 파란이 일고 있습니다. 대통령실과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과 탕평 의지가 반영된 선택이라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민주당 내부에서도 이혜훈 후보자의 탄핵 반대 행보 등을 강하게 비판하는 기류가 엄존합니다. 김영배 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SNS에 "국민주권정부를 함께 만든 누구도, '내란에 동조했어도 능력만 있으면 괜찮은 나라'를 꿈꾸지 않았을 것"이라고 날을 세웠습니다. 민주당과 가까운 조국혁신당이나 진보당, 기본소득당 등도 이 후보자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거나 지명 철회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국민의힘 분위기는 한층 격앙돼 있습니다. 이 후보자의 지명 수용이 '해당 행위'라며 이 후보자를 즉각 제명했습니다. '배신자, 변절자, 철새' 등 강도 높은 공격도 쏟아내고 있습니다.

언론의 시각 역시 싸늘한 편입니다. 각각 보수와 진보 진영의 대표 매체인 조선일보와 한겨레가 한 목소리로 기사와 사설 등을 통해 비판적 논조를 보였습니다. 한겨레는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에 적극 반대하는 등 이 후보자 행보를 들어 정치적 입장과 이념의 큰 간격에 대해 우려합니다. 조선일보는 이번 인사가 "내년 지방 선거를 앞두고 야권 무력화와 보수, 중도 지지층 확장을 위한 선거 전략일 뿐"이라고 평가절하 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도 "(이 후보자가) 내란 등의 발언에는 본인이 직접 좀 더 충분히 소명해야 하고, 단절의 의사를 좀 더 표명하는 게 맞는 것 아니냐"고 주문했습니다.
12월 30일 이혜훈 후보자 인사청문회 사무실 출근길 사과 기자회견
이혜훈, '계엄 옹호, 반탄' 사과로 정면 돌파 시도
이 후보자는 오늘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면서 취재진에게 사과 입장을 표명했습니다. "1년 전 엄동설한의 내란 극복을 위해 애쓰신 모든 분들께 사과 드린다."며 머리를 숙였습니다. 이 후보자는 "내란은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불법적 행위"라며 "당시는 실체를 정확힌 파악하지 못했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정당에 속해 정치를 하면서 당파성에 매몰돼 사안의 본질과 국가 공동체가 처한 위기의 실체를 놓쳤다"고 고백하고 "이 점에 대해 어떤 변명도 하지 않겠다"고 자세를 낮췄습니다.

다만 "그럼에도 기획예산처 초대 장관이라는 막중한 책무를 앞두고 있는 지금 과거의 실수를 덮은 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정면돌파 의지를 분명히 했습니다. 이 후보자는 "평생 쌓아온 경제 정책의 경험과 전문성이 대한민국 발전에 단 한 부분이라도 기여할 수 있다면 그것에 저에게 내려진 책임의 소환이며 저의 오판을 국정의 무게로 갚으라는 국민의 명령이라고 생각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후보자가 이재명 정권과 같은 배를 타기 위해 계엄과 탄핵의 골부터 서둘러 메우는 모습입니다.


이혜훈 소신을 지키든, 버리든…딜레마 봉착
이재명 정부는 이전에도 보수 진영 인사를 등용한 바 있습니다. 보수 정당 출신의 권오을 전 의원을 국가보훈부 장관에 발탁하고, 전 정권에서 기용한 송미령 농림축산부 장관을 유임했습니다. 보수 정당인 개혁신당 대표를 역임한 허은아 전 의원은 청와대 국민통합비서관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혜훈 후보자의 등용은 이런 인사와는 급이 다르다는 평가입니다.

기획예산처는 정권의 경제 철학을 최선봉에서 실현하는 부처입니다. 국가 경제의 미래를 구상하고 국가 재정을 통해 우리 경제의 나아갈 방향을 결정합니다. 이재명 정부는 특히 '확장 재정'을 통해 경제 성장에도 힘을 쏟겠다는 목표를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이에 반해 이혜훈 후보자는 '재정 안정'을 강조하며 '확장 재정' 정책에 대해 줄기차게 반대 목소리를 내왔습니다. 이 대통령이 당대표 때부터 강조했던 소비 쿠폰 승수효과를 '반쪽짜리 논리'라며 "승수효과만 알고 구축효과는 모르는 말"이라고 비꼬았을 정도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 후보자의 발탁과 관련해 "차이를 잘 조율해 가는 과정이 필요하고, 이 과정을 통해 더 나은 의견을 도출할 수 있으면 된다"고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이라도 격렬한 토론을 통해 견해 차이의 접점을 만들어가는 것"이라며 "그 자체가 새롭고 합리적인 정책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경제 운용에 있어 정권과 가장 코드를 맞춰야 하는 곳간지기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이 후보자가 이제까지의 소신을 지키게 되면 정부의 경제 운용에 있어 엇박자가 불가피합니다. 거꾸로 이 후보자가 소신을 버리고 현 정부의 기조를 추종한다면 '차이를 조정하면서 합리적 정책을 만들겠다'는 발탁의 의미가 사라지게 됩니다. 딜레마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혜훈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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