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아들은 엄마의 마지막 카톡을 품고 산다…"참사는 아직 끝나지 않아"

아들은 엄마의 마지막 카톡을 품고 산다…"참사는 아직 끝나지 않아"
▲ 지난 22일 광주 동구 전일빌딩245에서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 박 모 씨가 가족사진을 바라보고 있다.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오는 29일로 1년을 맞습니다.

온 사회를 뒤흔든 충격은 시간이 흐르며 점차 옅어졌지만, 유가족의 슬픔과 의문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입니다.

정부는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항철위)를 중심으로 사고 원인 규명에 나섰고, 경찰 수사와 국회의 국정조사도 병행되고 있지만 최종 결론은 아직 나오지 않았습니다.

"새가 (비행기) 날개에 껴서 못 내리고 있어."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부모를 잃은 외동아들 대학생 박 모(21) 씨에게 이 문장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입니다.

참사가 발생한 지난해 12월 29일 어머니와 주고받은 마지막 카카오톡 메시지는 박 씨의 기억 속에서 떠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불같은 성정의 아버지와 그런 아버지와 자주 부딪히던 아들 사이에서 어머니는 언제나 부드럽게 중재하는 사람이었습니다.

박 씨는 지난 22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아버지는 표현이 거칠었고, 저는 그걸 그대로 닮았다"며 "항상 어머니가 저와 아버지를 달랬다"고 회상했습니다.

박 씨는 인터뷰 동안 휴대전화 속 사진 한 장을 한참 동안 바라봤습니다.

선글라스를 쓰고 환하게 웃고 있는 세 가족의 모습이었습니다.

아버지와 어머니를 한날한시에 떠나보낸 지 곧 1년, 박 씨의 일상은 완전히 무너졌습니다.

순식간에 넓은 집에 혼자 덩그러니 남겨진 그는 지난 4월 결국 부모와 함께 살던 집을 떠났습니다.

그는 "집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견딜 수가 없었다. 부엌에서는 엄마가 요리하고 있을 것 같고, 서재에서는 아빠가 일을 하고 있을 것 같았다"고 말했습니다.

5년 남짓 지낸 곳이지만 그 집은 건설회사를 운영하던 아버지를 도와 가족이 함께 지은 주택이었습니다.

박 씨는 "그곳에서는 제정신으로 살 수 없겠다고 느꼈다"며 "결국 집을 팔고 이사를 했다"고 털어놨습니다.

부모의 유품도 대부분 정리했습니다.

하지만 참사 현장에서 간신히 수거된 어머니의 휴대전화만은 버리지 못했습니다.

그는 "사진을 포함해 모든 기록은 지워졌지만, 엄마의 마지막이 담긴 물건이라 도저히 버릴 수 없었다"며 잠시 말을 멈췄습니다.

박 씨가 버틸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은 유가족 쉘터입니다.

일주일에 한 번은 꼭 쉘터를 찾는 그는 1층에 놓인 부모의 영정을 바라보며 그리움을 달랩니다.

쉘터에는 박 씨처럼 참사를 겪은 유가족들이 모입니다.

매일 상주하는 이도 있고 대부분은 각자의 삶을 버티다 일주일에 한 번씩 이곳을 찾습니다.

박 씨는 "무안국제공항 한 귀퉁이에는 아직도 유가족들의 아픔이 쌓여 있다"며 "차디찬 바닥에서 유가족들은 지금도 새우잠을 자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가장 힘든 순간은 거리에서 진상 규명을 외칠 때입니다.

그는 "집회에 나가 목이 터지라 외쳐도 사람들이 우리를 이미 잊은 것 같을 때가 가장 견디기 힘들었다"고 털어놨습니다.

12·3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이 겹치며 참사가 더 빠르게 잊히는 듯한 느낌에 무기력함이 밀려오기도 했습니다.

온라인에서 쏟아지는 악성 댓글을 볼 때면 분노가 치밀었습니다.

그는 "'네 가족이 그런 일을 겪었다면 그런 말을 할 수 있었겠느냐'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유가족들의 시간은 아직도 2024년 12월 29일에 멈춰 있다"며 "아직 제대로 밝혀진 진실은 하나도 없다. 국가는 여전히 손을 놓고 있다. 참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귀에 빡!종원

댓글

방금 달린 댓글
댓글 작성
첫 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0 / 300
  • 최신순
  • 공감순
  • 비공감순
매너봇 이미지
매너봇이 작동 중입니다.
SBS 연예뉴스 가십보단 팩트를, 재미있지만 품격있게!

많이 본 뉴스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연합뉴스 - 국내최고 콘텐츠판매 플랫폼

      댓글

      방금 달린 댓글
      댓글 작성
      첫 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0 / 300
      • 최신순
      • 공감순
      • 비공감순
      매너봇 이미지
      매너봇이 작동 중입니다.

      댓글 ∙ 답글 수 0
      • 최신순
      • 공감순
      • 비공감순
      매너봇 이미지
      매너봇이 작동 중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