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0 인트로
00:18 모스크바 동쪽 900km 공장에 북한군이?
01:53 UN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 위반..싹 무시하는 북·러
02:26 국가 나서서 보낼 일자리 아닌데.. 숨은 의도 있나?
03:17 러시아 최첨단 드론 기술 노리는 북한? 진짜 이유는?
안녕하세요 SBS 외교안보팀 김아영입니다. 오늘은 모스크바에서 동쪽으로 한 900km 정도 떨어진 타타르스탄의 한 경제특구라는 곳 얘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이름은 알라부가인데요. 대외적으로 경제특구라고 소개되고는 있는데, 그 안에서 실질적으로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살펴봐야겠습니다.
1. 모스크바 동쪽 900km 공장에 북한군이?
알라부가에 있는 공장 내부 영상을 가지고 와봤습니다. 러시아 국방부가 운영하는 즈베즈다TV라는 곳에서 공개를 한 건데 검게 칠한 드론들이 줄줄이 보입니다. 규모가 상당하죠. 러시아제 자폭드론 ‘게란’이라는 겁니다. 폭탄을 최대 50kg까지 실을 수가 있고 최대 2400km 거리의 목표물까지 때릴 수가 있습니다. 한반도 영토 남북의 길이가 1100km 정도 되니까요. 장거리 작전이 가능하다는 건데 적의 방공망을 뚫고 날아가서 스스로 폭발하는 시스템입니다. 원래 장거리 자폭 드론으로 유명한 건 이란의 샤헤드 136인데 게란형 드론은 러시아가 자기들 버전으로 지금 만들고 있는 겁니다. 이번에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때 물론 우크라이나가 계속 격추를 시켰습니다만 러시아가 물량 공세하듯이 쏟아부었던 무기이기도 하죠. 그런데 지금 이 무기를 누가 만들고 있느냐. 영상을 보면 공장 곳곳에 젊은 청년이나 여성 노동자들이 상당히 많이 배치돼 있습니다. 조립하는 인력은 거의 여성인데요. 북한이 조만간 알라부가의 이런 자폭 드론 공장에 대규모 인력을 파견할 걸로 보입니다. 우크라이나 국방정보총국이 입수한 정보라고 지난달 14일 발표한 내용을 살펴봤습니다. 러시아가 연말까지 북한 노동자 만 2천 명을 알라부가에 유치할 계획이다, 이렇게 써 있었습니다. 우크라이나에 따르면 10월에 이미 러시아 현지 관리와 북한 지향기술무역회사라는 곳이 러시아 외무부 청사에서 만나서 예비 합의까지 마쳤다는 겁니다. 시간당 2.5달러를 지급하고 최소 12시간 교대근무를 하는 내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2. UN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 위반..싹 무시하는 북·러
이게 왜 문제냐? 첫 번째, UN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 위반입니다. 2017년에 통과된 UN 안보리 결의를 보면 북한 노동자에 대한 고용 허가를 신규로 내주는 걸 금지하고 있습니다. 기존에 있던 노동자들조차도 다 돌려보내야 하는 상황인데 러시아가 지금은 이렇게 대놓고 북한 노동자들을 받겠다고 하고 있는 겁니다. 해당 안보리 결의가 통과될 때만 해도 러시아도 찬성을 했는데 자신들의 상황이 달라졌다는 이유로 거의 무시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북한도 아랑곳하지 않는 건 마찬가지입니다.
3. 국가 나서서 보낼 일자리 아닌데.. 숨은 의도 있나?
그런데 여기에 또 하나 짚을 것들이 있습니다. 국가가 나서서 보낼 만한 일자리가 아니라는 겁니다. 러시아가 사실 북한 인력만 데리고 오려고 한 건 아닙니다. 군수공장 인력이 부족하니까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등 다양한 곳에서 인력을 모집하려고 했고요. '알라부가 스타트 프로그램'이라는 이름으로 홍보를 했지만, 다른 나라들에서는 이것이 제동이 걸렸습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국제관계협력부는 검증되지 않은 일자리를 가서는 안 된다고 청년들에게 경고를 했습니다. 현지 인플루언서는 이 프로그램을 자신의 계정에서 홍보했다가 거세게 비난을 받고 결국은 고개를 숙였죠.
[사이언 부지 : (사실을) 알았다면 결코 이 일에 관여하지 않았을거예요. 사과드립니다.]
제대로 된 일자리라고 할 수도 없는 곳인데 북한은 무역회사라는 모자를 쓰고 있지만 사실은 당국이 나서서 인력을 파견하려 하는 셈입니다.
4. 러시아 최첨단 드론 기술 노리는 북한? 진짜 이유는?
북한의 인력 파견이 우려되는 세 번째 이유는 우리 안보의 관점에서 살펴볼 수가 있습니다. 북한의 일련의 행보가 단순히 외화벌이 수단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거죠. 북한은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드론의 위력을 실감했고요. 지난해부터는 본격적으로 무인기 개발과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김정은 총비서가 직접 이런 이야기도 했습니다.
[조선중앙TV (지난해 8월 26일 보도) : (김정은 총비서는) 전술적 보병 및 특수작전구분대들에서도 이용할 수 있는 각종 자폭형 무인기들도 더 많이 개발·생산해야 한다고.]
정찰용 드론뿐만이 아니라 지금 러시아가 만들고 있는 저런 강력한 자폭 드론을 많이 대량 생산해 내라는 지시입니다. 북한은 9월에 금성이라는 이름의 자폭 무인공격기 성능시험을 진행하기도 했죠. 인공지능을 접목하는 것까지도 목표로 세우고 있는데요. 북한도 러시아처럼 대량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을 겁니다. 결국 북한의 속내는 사람을 보내서 돈도 벌겠지만, 러시아의 최첨단 드론 제작 경험과 기술 노하우 제작 공정 전반까지 동시에 파악하고 또 직간접적으로 빼내오겠다, 이런 것으로 분석이 됩니다. 북한 전문매체 데일리nk는 파견 대상자 선발 작업이 진행 중이라고 전했는데 군 기술병 일부를 민간인 신분으로 전환해 파견할 수도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군 기술병을 보낼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 북한이 군사적으로 의도하고 있는 바가 있다는 거겠죠. 일단 시점은 러시아가 당초 목표로 했던 연말보다는 다소 늦어질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만 하지만 북러 간에 합의가 된 사안인 만큼 정부도 북한이 실제 노동자를 언제쯤 파견할지 어떤 형식으로 파견할지를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였던 2023년 9월 김정은 총비서가 러시아를 5박 6일간 방문하고 돌아왔던 적이 있습니다. 이때 러시아 주지사로부터 받았던 선물 자폭드론 5대 정찰용 드론 1대였습니다. 당시엔 유엔 제재를 허무는 상징적인 일종의 정치적인 행위로 여겨졌는데 러시아가 이제는 최첨단 자폭 드론의 제작 경험과 기술까지 선물로 주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나옵니다.
(취재 : 김아영, 구성 : 신희숙, 영상편집 : 이혜림, 디자인 : 육도현, 제작 : 디지털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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