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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우크라전' 5년 차 내년에는 경제 위기 직면할 수도"

"러, '우크라전' 5년 차 내년에는 경제 위기 직면할 수도"
▲ 러시아 미사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의 전쟁 5년 차를 맞는 내년에 경제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습니다.

미국의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는 현지시간으로 어제(22일) 러시아 석유 부문에 대한 신규 제재가 내부 자금 경색을 심화하며 내년 금융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WP에 따르면 이달 러시아가 벌어들인 원유·가스 부문 수익은 전년 대비 49% 수준으로 급감했습니다.

러시아산 우랄 원유 가격은 배럴당 35달러까지 떨어졌다.

당초 러시아 정부는 배럴당 69달러를 기준으로 올해 예산을 수립했는데, 실제 수입은 반토막 수준으로 줄어든 셈입니다.

반면 국방 부문 예산은 올해 3분기 누적 기준으로는 사상 처음으로 1천490억 달러(약 216조 원)에 육박하며 적자 폭을 키웠습니다.

WP는 미국이 러시아에 새롭게 부과한 경제 제재의 여파로 러시아 경제를 떠받치는 에너지 수입이 직격타를 맞았다고 분석했습니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 10월 러시아의 대형 석유 기업인 로스네프트·루코일과 이들의 34개 자회사를 제재 명단에 올렸고, 가뜩이나 유럽 수출 중단으로 어려움을 겪던 러시아 에너지 산업은 이중고에 빠졌습니다.

하버드대 데이비스 러시아·유라시아 연구센터의 크레이그 케네디 연구원은 "이번 제재는 향후 더 큰 문제를 예고하는 공격적인 조치"라며 "러시아는 늘어나는 적자를 메우기 위해 내부적으로 세금을 올리거나 더 많은 빚을 질 수 있겠지만, 결국 이는 대외적으로 러시아의 협상력이 약해진다는 의미"라고 분석했습니다.

미국의 신규 제재 이전부터 러시아 경제가 이미 침체 상태에 빠져 있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막대한 국방 지출에 따른 물가 상승을 억누르기 위해 기준금리를 한때 20%까지 인상했고, 이 기간 경제 제재의 여파로 수입품 가격은 치솟았습니다.

그나마 전쟁 초기에는 높은 글로벌 원자재 가격과 소비 중심 경기 호황이 러시아 경제를 떠받쳤지만, 최근 유가 하락과 소비 감소가 이어지며 러시아 경제는 사실상 "최악의 상황"에 빠졌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했습니다.

케네디 연구원은 "현재 러시아에서는 대량의 석유가 구매처를 찾지 못한 채 해상 유조선에 저장되고 있으며, 계산상 하루 160만∼280만 배럴가량이 확실한 수요 없이 재고로 남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기업의 악성 채무 역시 위기 요인으로 꼽힙니다.

러시아 중앙은행의 공식 자료에 따르면 기업 대출 부문에서 러시아의 문제성 채무 비중은 5%에 불과하지만, 이는 군수산업에 대한 대출은 포함하지 않은 수치라고 WP는 지적했습니다.

러시아 국방 부문에 대한 대출은 전체 기업에 대한 루블화 대출의 4분의 1에 육박하며, 총액은 2천20억 달러(약 299조 원)에 달합니다.

기업 자금 사정이 악화하며 근로자 임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러시아 통계청에 따르면 10월 기준 미지급 임금 총액은 2천7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3배에 달하는 수준까지 증가했으며, 올해 러시아 노동청에는 2만 6천 건이 넘는 신고가 접수됐습니다.

이처럼 기업 재무 건전성이 악화하며 채무불이행이 늘어날 경우 은행 시스템 전반에 연쇄적인 금융위기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당장 러시아 내부에서도 기업 채무불이행에 따른 금융위기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러시아 측 관계자는 "금융위기는 가능하다. 미지급 위기가 일어날 수 있다"며 "전쟁이 계속되거나 심화하는 상황은 생각하고 싶지 않다"고 WP에 말했습니다.

고위 외교관들과 가까운 한 러시아 학자는 "경제 문제의 확대가 사회적·정치적 문제로 이어지지는 않겠지만, 내년은 이 군사 작전에서 처음으로 어려운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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