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려한 백악관 이스트룸의 만찬장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의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방미 기간 보여준 파격적 예우는 이례적인 대우 수준으로 주목받았습니다.
그러나 백악관 상황을 잘 아는 인사들은 '어디선가 많이 본 장면'이라는 느낌을 떨치지 못했다고 합니다.
전투기 비행, 기마 부대의 등장, 원형이 아닌 길고 웅장한 만찬 테이블 배치 등이 지난 9월 트럼프 대통령이 영국을 국빈 방문했을 당시 찰스 3세 국왕이 선보인 의전과 너무나 유사했기 때문입니다.
재집권에 성공한 뒤 트럼프 대통령이 선보인 '제왕적 면모'는 앞서 언급한 빈 살만 왕세자 의전을 빼놓고도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1일(현지시간) 보도했습니다.
그는 백악관 집무실인 오벌 오피스를 황금으로 꾸미는 것은 물론, 정부 건물에 자신의 이름과 얼굴을 새겨넣었고, 심지어 자신의 생일을 국립공원 무료 입장일로 지정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왕족과 비슷한 위엄을 뽐내며 화려한 겉모습에 치중하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미국 정부와 사회를 상대로 사실상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NYT는 진단했습니다.
신문은 재집권에 성공해 백악관에 복귀한 트럼프 행정부의 지난 1년을 가리켜 "'트럼프 2.0'이 제왕적 대통령제를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렸다"며 "반세기 전 이 용어를 대중화시킨 리처드 닉슨 대통령 때보다 훨씬 더 대담하고 새로운 형태의 제왕적 대통령제를 구축했다"고 평가했습니다.
제왕적 대통령제란 용어를 만든 역사학자 아서 슐레진저의 아들이자 백악관 전문기자로 활동하는 로버트 슐레진저는 "트럼프 대통령의 통제 불능 행동에 비하면 닉슨 대통령은 소박한 편"이라며 "닉슨 대통령조차도 한계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한계에 관심이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특히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전역에서 자신을 비난하는 '노킹스' 시위가 발생했을 당시 "나는 왕이 아니다"고 말하면서도 왕이라는 개념을 즐기는 모순적 태도를 보였다고 꼬집었습니다.
한국에서 받은 신라 금관 모형 선물도 관련 사례로 언급됐습니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비판 세력을 조롱하기 위해 그가 왕관을 쓰고 있는 사진과 함께 '국왕 만세'라는 문구를 소셜미디어(SNS) 올린 바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행보는 지지자들에게 활력을 불어넣고 있지만, 지속 여부에 대해선 물음표가 남습니다.
최근 법원이 트럼프 대통령의 '눈엣가시'인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과 러티샤 제임스 뉴욕주 검찰총장 기소를 기각하고, 의회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을 끊임없이 괴롭혀온 미성년자 성착취범 제프리 엡스타인 파일 공개 법안을 통과시키는 등 저항의 조짐이 점차 나타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NYT는 미국의 대통령직이 장기적으로 지금처럼 재편될지, 아니면 예전 상태로 되돌아갈지의 문제는 변화의 지속가능성에 달렸다고 짚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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