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세대 연극 스타'인 배우 윤석화가 별세했다.
오늘(19일) 세상을 떠난 연극배우 윤석화는 연기뿐만 아니라 제작, 연출까지 공연계에서 전방위 활동을 펼쳤습니다.
1975년 민중극단의 연극 '꿀맛'으로 무대에 데뷔한 그의 이름을 본격적으로 알린 것은 1982년 실험극장에서 초연된 연극 '신의 아그네스'였습니다.
당시 미국 뉴욕에서 공부 중이던 윤석화는 번역도 함께 맡은 이 작품에서 주인공 아그네스 역을 맡아 열연했습니다.
이 작품은 연일 매진 사례를 기록하면서 당시 국내 연극계 최장기 공연 기록을 세웠습니다.
또 단일 공연으로 관객 6만 5천 명을 동원하며 당시 불황이었던 연극계에 돌파구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윤석화는 이 작품으로 1983년 제1회 여성동아대상을 받는 등 20대 후반의 나이에 단숨에 연극계 스타로 떠올랐습니다.
이후 윤석화는 1992년 산울림극장에서 초연한 1인극 '딸에게 보내는 편지'를 비롯해 '덕혜옹주' 등 수많은 연극에 출연했습니다.
뮤지컬에서도 활약했습니다.
지금까지 인기리에 공연되는 뮤지컬 '명성황후'의 1대 명성황후 역을 비롯해 '사의 찬미', '아가씨와 건달들', '마스터 클래스' 등의 작품을 남겼습니다.
1987년 신성일과 함께 출연한 '레테의 연가'와 2011년 '봄눈' 등 영화에도 출연하며 매체를 가리지 않고 연기했습니다.
연기뿐 아니라 제작자로도 변신해 자신의 이름을 딴 '돌꽃컴퍼니'를 세우고 만화 영화 '홍길동'을 제작했고 1999년에는 공연예술계 월간지 '객석'을 인수해 2013년까지 발행인을 맡았습니다.
2002∼2019년에는 설치극장 정미소를 운영하기도 했습니다.
연극 데뷔 전에는 CM송 가수로도 이름을 날렸습니다.
'12시에 만나요 부라보콘'으로 시작하는 부라보콘 광고 송과 '하늘에서 별을 따다, 하늘에서 달을 따다 두 손에 담아 드려요'로 유명한 오란씨 광고 송이 그의 목소리를 타고 사랑받았습니다.
직접 출연한 커피 CF에서는 '저도 알고 보면 부드러운 여자예요'라는 대사를 유행시키기도 했습니다.
예술계 활동 외에 입양 문화 활성화를 위해서도 적극적으로 활동했습니다.
2003년과 2007년 각각 아들과 딸을 입양한 그는 국내 입양 풍토를 공개적으로 바꾸는 데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5년 대통령 표창을 받았습니다.
부침도 있었습니다.
2007년에는 연예계를 휩쓸었던 허위 학력 논란에, 2013년에는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했다는 논란에 휩싸여 활동을 중단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2022년 10월 악성 뇌종양 수술을 받은 뒤 투병하면서도 무대에 대한 열정을 놓지 않았습니다.
그는 2023년 언론과의 통화에서 투병 중에도 일주일에 한 번은 무조건 공연장에 가서 공연을 보겠다는 생각으로 3시간이 넘는 공연을 보기도 한다며 "이렇게 해야 다시 공연도 하고 무대에 설 수 있다는 생각으로 스스로와 싸우고 있다"고 했지만 끝내 그리운 무대를 뒤로 하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나는 배우입니다. 무대 위의 불빛과 갈채가 화려할수록 그 뒤안길의 그림자는 길고 낯설고 외로운 길이기도 했습니다. 무대 위에서 일상의 모든 옷을 벗고 잊어버린 또는 잃어버린 질문을 찾아 우리가 함께 가야 할 길을 노래하고 싶었습니다. 혹독한 겨울을 지나도 아무렇지 않은 듯이 온몸을 내어주는 나무를 꿈꾸고 싶습니다. 나는 배우입니다."(2021년 공연한 '자화상' 대사 중)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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