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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열심히 일한 기록 남지 않게"…김범석의 지시

<앵커>

2020년 쿠팡 노동자 장덕준 씨가 숨진 직후, 당시 한국 쿠팡 대표였던 김범석 의장이 "시간제 노동자가 왜 일을 열심히 했겠냐"면서 "열심히 일했단 기록을 남기지 말라"고 지시한 걸로 파악됐습니다. 이 사건 직후 김 의장이 한국 쿠팡 대표에서 물러난 것도 처벌을 비롯한 법적 책임을 피하기 위해서였던 정황이 저희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오늘(18일) 첫 소식 정윤식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지난 2020년 10월 12일 쿠팡 칠곡물류센터에서 새벽 근무를 한 노동자 고 장덕준 씨가 퇴근한 지 한 시간 반 만에 숨졌습니다.

SBS 취재진은 쿠팡의 전직 최고 개인정보 보호책임자로부터 장 씨가 사망한 뒤 김범석 당시 쿠팡 한국법인 대표와 나눴다는 메신저 대화 내역을 입수했습니다.

대화에서 'BOM'으로 표시된 김 대표는 물 마시기, 대기 중, 빈 카트 옮기는 것, 화장실 등의 단어를 말합니다.

이에 정보보호 책임자는 내용을 받아 적었다며 영상을 재생하려면 시간이 걸린다고 답합니다.

김 대표는 "그가 열심히 일했다는 기록이 남지 않도록 확실히 하라"고 지시합니다.

사내 영상 등을 관리하는 정보보호 책임자에게 고 장덕준 씨가 일하지 않은 영상과 시간을 확인해 과도한 노동에 시달린 증거를 남기지 말라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대화에서 김 대표는 "그가 왜 열심히 일하겠나, 말이 안 된다"며 "그들은 시간제 노동자들로 성과로 돈을 받는 게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SBS가 입수한 쿠팡 내부 자료에는 장 씨가 숨지기 일주일 전부터 화장실을 가거나 음료수를 마신 시간까지 분초 단위로 기록돼 있습니다.

[박미숙/고 장덕준 씨 모친 : 추측은 하고 있었지만 실제로 그 말을, 그게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고는 정말 화가 너무 나는 거예요. 가정을 이렇게 파괴하고도 너무나 태연스럽게….]

장 씨가 숨진 지 두 달 뒤인 2020년 12월 김범석 의장은 한국법인의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습니다.

쿠팡은 글로벌 사업을 위해서라고 설명했습니다.

김 의장이 한국 대표에서 물러나기 약 1년 전인 2018년 10월 당시 쿠팡 최고 개인정보 보호책임자와 최고 행정책임자가 나눈 문자입니다.

최고행정책임자는 노동부의 직원이 '쿠팡딜리버리맨', 즉, 쿠팡 배달기사 문제에 대해 김범석 대표에게 질문할 예정이라며 "이 상황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해결책은 김범석을 창업자와 LLC의 CEO로 임명하고 다른 사람을 CEO로 만드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LLC는 쿠팡 미국 본사Inc의 이전 이름입니다.

최고행정 책임자는 이어 "김앤장 합동법률사무소의 한 사람이 유력한 후보"라며 '강한승'이란 이름을 언급합니다.

실제로 김 의장이 한국 대표에서 물러나면서 김앤장 소속 쿠팡 자문 변호사였던 강한승 씨가 그 자리를 대신했습니다.

김 의장의 한국 대표 사임이 책임을 피하기 위한 것이란 지적이 나옵니다.

이런 의혹에 대해 쿠팡 측은 "해임된 전 임원이 쿠팡에 불만을 갖고 왜곡된 주장을 일방적으로 하고 있는 것"이라며, "전 임원이 제기한 해고 무효 법정소송에서 1심과 2심 모두 쿠팡이 승소한 바 있다"고 밝혔습니다.

(영상취재 : 설민환, 영상편집 : 남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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