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적한 숲 속의 마을이든 도시의 빌딩 숲이든 모두 자연의 일부입니다. 화가 한준호 작가는 붓으로 칠하는 대신 칼로 긁어내며 휴식과 치유의 공간을 만들어냅니다.
이주상 기자입니다.
<기자>
[녹색 사유, 다시 숲 / 27일까지 / 갤러리 나우]
깊은 숲 속에 자리 잡은 작은 집들.
어두운 밤하늘에 촘촘히 별들이 박혀 있고 굴뚝에서는 흰 연기가 피어오릅니다.
추운 겨울 수북하게 흰 눈이 내려 쌓였지만, 환한 불빛과 함께 따뜻한 벽난로의 온기를 느낄 수 있게 해줍니다.
소박해 보이는 풍경인데, 작가의 작업 과정은 지난합니다.
오일 파스텔로 색을 입히고 블랙 락카로 덮은 뒤 칼로 긁어내는 스크래치 기법을 사용하는 겁니다.
[한준호/작가 : 복제가 아닌 오리지널한 작품이지만, 느낌은 판화 느낌인 그런 작품을 한번 좀 만들어 볼까.]
그렇게 그려낸 푸른 마을입니다.
멀리 산과 강을 배경으로 집들과 건물들이 빽빽하게 모여 있는데, 모두 푸른 옷을 입고 있습니다.
자연과 함께 살아가던 아메리카 인디언의 시각으로 바라본 모습이라고 합니다.
[한준호/작가 : 인공물이기는 하지만 그들의 시점에서는 이런 것들이 다 똑같은 자연의 일부인 것처럼, 이제 생각을 아이디어를 그런 쪽으로 맞춰가지고 다 덮은 거예요. 풀이 다 덮은 세상.]
삭막해진 도시 문명을 전복하는 회화적 시도이기도 합니다.
[한준호/작가 : 제목은 뉴 비기닝인데, 좀 무섭게 생각하면 지구가 멸망하고 새로운 지구가 이제 리셋이 된다라는 뜻으로 보는 분들도 있고.]
세상의 간섭 없이 고요하게 침잠할 수 있는 자신만의 안식처, 케렌시아는 작가의 지향점이기도 합니다.
빛과 색을 입히는 대신 어둠을 하나씩 긁어내며 작가는 회화의 본질에 대해 묻습니다.
붓 대신 칼끝으로 생명의 리듬을 복원하는 겁니다.
(영상편집 : 김윤성, VJ : 오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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