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해외 주요 공항에는 일정 금액을 내면 빠르게 출국할 수 있는 '유료 패스트트랙'이라는 게 있습니다. 우리나라 인천공항에는 없는데, 설치 필요성이 없을 만큼 출국 수속 속도가 양호하다는 의견과 공항 경쟁력을 키우려면 설치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습니다.
<기자>
지난해 7월 한 배우가 출국 과정에서 우대 통로를 사용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습니다.
우대 통로를 이용할 수 있는 대상은 교통약자, 외교관 등 공무를 목적으로 출국하는 사람, 승무원과 조종사 등 업무상 빠른 출국이 필요한 사람인데, 이 중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배우가 우대 통로를 이용하자 시끄러웠던 거죠.
인천공항은 연예인 전용 통로를 시행하기로 했다가 부정적인 여론과 국정감사에서의 지적을 고려해 결국 시행 하루 전 운영 계획을 전격 철회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후에도 연예인의 과도한 공항 경호, 인파 밀집으로 인한 안전 논란이 계속되자 일각에서는 유료 패스트트랙을 도입하면 안 되느냐는 이야기가 나왔는데요.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패스트트랙은 앞에서 언급한 우대통로와는 다릅니다.
패스트트랙 제도는 공항 출국 때 일정 금액을 내면 별도의 통로를 이용해 빠르게 입장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입니다.
이 서비스는 세계 30대 공항 중 인천공항에만 유일하게 없다고 합니다.
사실 인천공항 유료 패스트트랙 도입은 새로운 이야기는 아닙니다.
한국에서 제일 처음 나온 것은 18년 전. 이후에도 여러 차례 유료 패스트트랙을 추진했지만 국토교통부는 국민 정서에 맞지 않고 위화감을 조성할 수 있다며 미온적인 입장을 보여 본격적으로 도입되지 않았던 것입니다.
[박성식/국립한국교통대학교 항공운항학과 교수 : 해외는 이제 좀 심플하게 가요. 진짜 정서적 차이죠. 돈 더 낸 사람 비즈니스 클래스 타서 가듯이 공항에서 패스트트랙 서비스 이용하는 거에 대해서 위화감이 없죠. 돈 더 내고 좋은 서비스 이용하겠다는데. 위화감은 2000년대 2010년대 정서 같고, 지금은 공항에 대해서 너무 공공재적 성격이 강해요.]
그런데 전문가들은 인천공항에 패스트트랙이 없는 진짜 이유가 따로 있다고 합니다.
[박성식/국립한국교통대학교 항공운항학과 교수 :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패스트트랙을 공항에서 시행하기에 이해관계자가 너무 많아요. 탑승 수속은 항공사가 담당하고 출국 수속은 법무부 출입국 관리소가 담당하고 보안 검색은 공항공사의 보안 자회사, 국정원, 경찰 모두 관여돼 있기 때문에 이해관계자가 모두 합을 맞추기가 어려웠던 거죠.]
인천공항에서는 사전에 등록만 하면 출국장과 탑승 게이트를 얼굴 인증만으로 통과할 수 있는 스마트패스가 있죠.
덕분에 인천공항 수속 속도가 빨라서 패스트트랙 도입의 필요성을 못 느낀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그럼 반대로 패스트트랙이 필요하다는 입장은 뭘까요?
[박성식/국립한국교통대학교 항공운항학과 교수 : 런던 히스로, 독일 프랑크푸르트,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프랑스 샤를 드골. 인천공항 빼놓고 전부 메가 허브급 공항들이 모두 패스트트랙 운영하고 있거든요. 1억 명 여객시대에는 패스트트랙 서비스는 혼잡도 관리를 위해서도 선택이 아닌 필수 불가결한 선택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신세계, 신라 면세점이 1천900억 원의 위약금을 물고 인천공항에서 철수한 만큼 인천공항은 새로운 부가서비스가 필요한 상황인데 패스트트랙이 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거죠.
인천공항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내·외국민 출국 여객 중 70% 이상이 유료 패스트트랙 서비스 도입에 찬성했지만 한국에서는 모든 승객을 대상으로 유료 패스트트랙이 시행되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유료 패스트트랙 우리나라에도 도입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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