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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비자 이어 ESTA심사까지 SNS 5년 검열…"표현 자유 어디갔나"

미, 비자 이어 ESTA심사까지 SNS 5년 검열…"표현 자유 어디갔나"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단기 미 방문객을 대상으로 비자 대신 발급하는 전자여행허가(ESTA) 제도에서도 개인의 소셜미디어(SNS)를 검열하는 방안을 공개하면서 파장이 일고 있습니다.

미 세관국경보호국(CBP)은 ESTA 신청자에게 지난 5년간의 소셜미디어 정보 제출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규정안을 현지시간 10일 관보를 통해 공개했습니다.

CBP는 또 가능한 경우 신청자가 지난 5년간 사용한 개인 및 사업용 전화번호, 지난 10년간 사용한 개인 및 사업용 이메일 주소를 제출하도록 요구하기로 했습니다.

신청자 가족의 이름과 지난 5년간 전화번호·생년월일·출생지·거주지, 신청자의 지문·유전자(DNA)·홍채 등 생체 정보도 요구할 수 있습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월 20일 서명한 행정명령에서 미국에 입국하려고 하는 외국인에 대한 심사 강화를 지시한 데 따른 것입니다.

ESTA는 미국과 비자 면제(waiver) 협정을 체결한 국가의 국민이 따로 비자를 받지 않아도 출장, 관광, 경유 목적으로 미국을 최대 90일 방문할 수 있게 한 제도로, 현재 한국을 비롯해 42개국이 비자 면제국에 해당합니다.

이번 ESTA 심사 강화안은 트럼프 행정부가 그동안 자국 내 유학생과 영주권·시민권 신청자를 대상으로 소셜미디어 검열 방침을 수립·시행한 데 이어 단기 여행·방문객들까지도 SNS를 뒤져 '사상 검열'을 하고 입국을 막을 수도 있게 하는 조처입니다.

앞서 미 국무부는 지난 6월부터 유학생 비자 심사 과정에서 신청자의 소셜미디어 계정을 검열해 미국에 적대적인 인식을 드러내는 게시물이 있는지 확인하는 절차에 착수했습니다.

당시 주한미국대사관은 비자 신청자들에게 "최근 5년간 사용한 모든 소셜미디어 플랫폼의 사용자명을 DS-160 비자 신청서에 기재해야 한다"며 "소셜미디어 관련 정보를 누락할 경우 비자 발급이 거부되거나 향후 비자 신청 자격이 제한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각국 주재 미 대사관과 영사관에서 비자를 심사하는 직원들은 비자 신청자들이 "미국의 국민, 문화, 정부, 기관, 또는 건국 이념에 대해 적대적 성향을 보이는지" 살피라는 지침을 받았습니다.

이후 미 국토안보부 산하 이민국(USCIS)은 지난 8월 'USCIS 정책 매뉴얼'을 개정해 미국에 장기 거주하거나 시민권을 받으려는 신청자를 대상으로 SNS 게시물을 심사하고 반미(anti-American) 성향이 발견될 경우 불허하겠다는 지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실제로 올해 1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비자 심사가 대폭 강화하면서 8월까지 유학생 비자 6천 건을 포함해 약 4만 건의 비자가 취소됐다고 로이터 통신이 지난달 보도했습니다.

지난 10월에는 암살된 우익 청년 활동가 찰리 커크를 비판하는 글을 소셜미디어에 올린 외국인 최소 6명의 비자가 취소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 9월 크리스토퍼 랜도 미 국무부 부장관은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커크 사건에 대한 외국인들의 SNS 게시물을 언급하며 "폭력과 증오를 미화하는 외국인은 우리나라에서 환영받지 못한다"고 경고했습니다.

랜도 부장관은 "일부 외국인이 소셜미디어에서 이번 사건을 칭송하거나, 정당화하거나, 가볍게 여기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며 "이에 영사 직원들에게 적절한 조치를 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개인에 대한 미국 정부의 사상 검증이 자국 거주자뿐 아니라 외국인 유학생, 심지어 단기 여행객에게까지 미치게 되자, 미국 안팎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미국이민변호사협회 전 회장이자 WR이민법률사무소 파트너인 파르샤드 오지는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보낸 성명에서 ESTA 신청자들에 대한 SNS 검열이 "여행과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기본적으로 사람들이 스스로 검열하게 될 것이고, 아예 미국 방문을 피하게 돼 미국의 관광, 비즈니스, 글로벌 평판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개인의 권리와 표현 재단'(Foundation for Individual Rights and Expression)의 선임 연구원 사라 매클러플린은 미국 매체 악시오스에 보낸 성명에서 "미국의 경이로움을 경험하기를 바라는 이들이 입국 조건으로 자기 검열을 강요받을까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방안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미국의 약속이 실천이 아닌 허울뿐이라는 메시지를 전할 것"이라며 "이는 자유에 대한 확신이 있는 국가의 행동이 아니다"라고 비판했습니다.

관련 기사의 온라인 댓글난에는 외국인으로 추정되는 독자들의 비판 글이 수백 개 이어졌습니다.

'안드레아스 노아크'라는 이름의 독자는 "당분간 미국에 다시 갈 일은 없을 것 같다"며 "데이터 보호 측면에서 미국의 게슈타포에 완전히 노출되고 싶지 않으며, 미국 정부와 트럼프에 관한 내 소셜미디어 게시물들이 상당히 비판적이라서 아마도 즉시 추방 수용소에 갇히거나 다음 비행기로 독일로 돌아가야 할 테니까"라고 썼습니다.

'데릴 앤데어'라는 이름의 독자는 "나는 호주인이고 업무와 휴가를 위해 여러 번 미국을 방문했는데, 트럼프와 그의 권위주의 정권이 집권하는 동안에는 절대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며 "내가 알던 미국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꼬집었습니다.

'에제키엘'이라는 아이디를 쓰는 독자는 "충격적인 발상"이라며 "미국 헌법을 쓰레기 처리기로 내던지는 것이며, 결국 (미국) 시민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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