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거 통일교의 2인자였던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이 특검 조사에서 전재수 민주당 의원에게 현금 4천만 원과 까르띠에, 불가리 시계 2점을 전달했다고 진술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SBS 취재결과 윤 전 본부장은 통일교의 숙원사업인 '한일 해저터널' 추진을 위해 전 의원에게 청탁 명목으로 금품을 건넸다고 특검에 털어놓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해양수산부 장관으로 미국 출장 중인 전재수 의원은 "단 하나도 사실이 아니다"라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조금 전 시작된 윤영호 전 본부장에 대한 결심공판에서 로비 의혹과 관련된 구체적인 진술이 더 나올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4천만 원, 명품시계 전달" 진술...통일교 숙원인 '한일 해저터널' 사업은?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은 지난 8월 특검조사 과정에서 김건희 여사 측과 국민의힘 정치인뿐만 아니라 민주당 인사도 접촉했다고 진술했습니다. 거기에는 해양수산부 장관인 전재수 의원과 또 다른 민주당 의원,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한국당 전 의원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윤 전 본부장은 지난 2018년에서 2020년 사이, 전 의원에게 현금 4천만 원과 까르티에, 불가리 시계 각 1점씩을 건넸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금품 전달 목적은 통일교 현안과 관련돼 있다고 말한 것으로 SBS 취재결과 확인됐습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청탁 현안은 통일교의 숙원사업인 '한일 해저터널' 건설입니다. 한일 해저터널은 대한해협을 뚫어 우리나라와 일본을 직접 연결한다는 구상입니다. 통일교 창시자인 문선명 전 총재는 생전에 한일 해저터널에 큰 관심을 가졌습니다. 그가 주창한 '세계평화고속도로' 구상을 현실화할 핵심 사업으로 한일 해저터널을 지정하고, 이를 실현할 조직과 단체를 만들었습니다. 문선명 총재 사후 한학자 총재도 '세계피스로드재단'등을 통해 한일 해저터널 건설을 추진해 왔습니다. 이 과정에 터널의 시작점으로 검토돼 온 부산 지역구의 전재수 의원에게 현안 청탁 명목으로 금품을 건넨 것이라고 윤 전 본부장이 특검에 진술한 것입니다. 통일교는 2018년 9월 한학자 총재에게 올린 특별보고서에도 '전재수 의원이 부산 통일교 행사에 참석해 여러 현안에 적극 협조하기로 했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2028년 유엔 해양총회를 유치하기 위해 미국 뉴욕을 방문중인 전재수 장관은 관련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습니다. 어제 본인의 SNS에 글을 올린데 이어, 현지 일정 중에 다시 한번 입장을 밝혔습니다. 전 장관은 "금품이나 명품시계는 말도 안 되는 얘기"라며 "(의혹) 단 하나도 사실관계에 부합하는 게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전재수 해수부 장관 SNS 中
"의정활동은 물론 개인적 영역 어디에서도 통일교를 포함한 어떤 금품도 받은 사실이 없습니다. 악의적 왜곡에 대해서는 모든 법적 수단을 통해 끝까지 책임을 묻겠습니다."
"의정활동은 물론 개인적 영역 어디에서도 통일교를 포함한 어떤 금품도 받은 사실이 없습니다. 악의적 왜곡에 대해서는 모든 법적 수단을 통해 끝까지 책임을 묻겠습니다."
오후 4시에 시작된 결심공판...윤영호의 '추가 폭로' 나오나?
통일교가 국민의힘뿐 아니라 더불어민주당 인사들에게도 금품을 건넸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민주당은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입니다. 언론을 통해 실명이 공개되거나 윤영호 전 본부장의 재판에서 이름이 나온 인사들만 직접 대응에 나서고 있습니다. 통일교 측이 접촉대상으로 지목한 정진상 전 민주당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은 김지호 대변인을 통해 "통일교 측과 어떠한 접촉도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수사 결과를 지켜보자는 원칙적인 입장을 밝혔습니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 SBS 라디오 中
"민주당 인사들이 불법적으로 연관이 돼 있는 게 있다면 그대로 수사하고 결과에 따라 처벌하면 되는 것입니다. (의혹을) 숨기고 덮을 수 있겠습니까."
"민주당 인사들이 불법적으로 연관이 돼 있는 게 있다면 그대로 수사하고 결과에 따라 처벌하면 되는 것입니다. (의혹을) 숨기고 덮을 수 있겠습니까."
이런 가운데 오늘 정가의 시선은 윤영호 전 본부장의 입으로 집중돼 있습니다. 조금 전인 오후 4시,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아 온 윤 전 본부장 사건의 결심 공판이 시작됐습니다. 윤 전 본부장은 오늘 재판의 최후진술에서 통일교가 지원한 민주당 정치인들의 실명을 공개하기로 마음먹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는 지난 5일 재판에서 "통일교는 국민의힘뿐 아니라 민주당 측도 지원했는데 특검팀이 공소사실에서 누락했다"는 주장을 펴 '편파수사 논란'에 불을 지폈습니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 지난 5일 재판
"2017년부터 2021년 사이에는 (통일교가) 국민의힘보다 민주당과 가까웠습니다. 현 정부의 장관급 네 분에게 접근했고, 이 중 두 분은 (한학자) 총재에게도 왔다 갔습니다."
"2017년부터 2021년 사이에는 (통일교가) 국민의힘보다 민주당과 가까웠습니다. 현 정부의 장관급 네 분에게 접근했고, 이 중 두 분은 (한학자) 총재에게도 왔다 갔습니다."
이런 진술을 할 때 윤 전 본부장은 '실명을 거론해도 될지' 재판부에 묻고 승인까지 받았지만 파장이 있을 거라며 결국 말을 아꼈습니다. 그러나 오늘 결심 공판 최후진술에서는 민주당 인사들의 이름을 공개하며 수사 편향 문제를 다시 들고 나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민주당 봐주기' 비난 자초한 특검...국수본 수사도 '첩첩산중'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의 특검 조사 내용이 하나 둘 드러나면서, 상당기간 관련 사실을 공개하지 않은 민중기 특검에 대한 비판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특검이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민주당 인사 언급을 처음 접한 건 지난 8월 조사에섭니다. 이런 진술을 정식 조서가 아닌 수사 보고서 형태로 정리해 두었습니다. 당시 관심의 초점은 권성동 의원의 1억 수수 의혹. 윤 전 본부장을 조사하는 과정에 권 의원뿐 아니라 민주당 정치인이 등장한 것입니다. 그러고도 특검은 내부 검토를 거쳐 관련 사실을 묻어두기로 결정합니다. 김건희 특검의 수사 대상이 아니라고 결론내렸습니다.

오정희 특검보, 그제 브리핑 中
"진술 내용이 인적·물적·시간상으로 볼 때 명백히 특검법상 수사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진술 내용이 인적·물적·시간상으로 볼 때 명백히 특검법상 수사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오 특검보는 진술을 확보했지만, 윤 전 본부장이 민주당 측을 지원했다고 주장한 시점이 2022년 대선보다 한참 전이기 때문에 시기적으로 수사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다루는 특검법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통일교 한학자 총재의 도박 혐의를 본격 수사하지 않는 것도 같은 이유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특검의 해명은 설득력이 부족합니다. 이미 민중기 특검은 별건 수사가 가능하도록 한 특검법을 내세워, 김건희 여사와의 연관성이 명확지 않은 여러 사건들을 수사하고 관련자들을 기소해 왔습니다. 양평고속도로 종점변경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국토부 공무원의 뇌물수수 혐의를 포착해 구속 기소한 사건, 김건의 여사의 '집사'로 알려진 김예성씨를 김 여사와 무관한 횡령 혐의로 재판에 넘긴 사건 등이 대표적입니다.
특검이 윤 전 본부장의 진술을 별도의 사건으로 분류해 사건번호를 부여한 시점에도 의문이 남습니다. 브리핑에서는 제대로 밝히지 않았는데, 11월 초순에서야 정식 사건번호가 붙었습니다. 민감한 진술을 획득하고도 석 달 가까이 깔아뭉갠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옵니다. 통일교의 민주당 로비 의혹은 지난 5일 윤영호 전 본부장이 법정에서 관련 사실을 폭로하고서야 비로소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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