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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한마디에 'KDDX 수의계약' 물거품…수습은 공정위가? [취재파일]

대통령 한마디에 'KDDX 수의계약' 물거품…수습은 공정위가? [취재파일]
▲ 지난 5일 충남 천안 타운홀 미팅에서 발언하는 이재명 대통령

"군사기밀 빼돌려 가지고 처벌받은 데다가 수의계약을 주느니 뭐 이상한 소리나 하고 그러고 있던데. 그런 거 잘 체크하십시오."

지난 5일 충남 천안 타운홀 미팅에서 나온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입니다. 대통령이 한국형 이지스 구축함 KDDX 최종사업자 선정 과정에 빚어진 논란에 일침을 가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직원 12명 동원해서 19차례에 걸쳐 KDDX 개념설계 등 군사기밀을 무더기로 훔친 기업에 대해 방사청은 KDDX 기본설계를 맡겼습니다. 부정당제재라는 강력한 처벌을 받는 청렴서약 위반이 뻔한데도 "직원의 기밀 탈취를 대표는 몰랐으니 청렴서약 위반은 아니"라며 면죄부를 준 기관도 방사청입니다. 방사청은 기밀 탈취 기업한테 수의계약을 떠안기는 것도 당연히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통령의 작심 발언으로 수의계약을 노래하던 방사청은 입을 다물었습니다. 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를 수의계약으로 기밀 탈취 업체에 넘기는 일은 이제 없을 것 같습니다. 경쟁입찰 또는 공동설계·동시발주의 상생 방안으로 사업자가 결정될 전망입니다.

수의계약에만 매달리던 방사청이라서 그런지 스스로 새로운 답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상생 방안의 담합 여부에 대한 유권해석을 공정위에 의탁한 것입니다. 담합으로 나오면 경쟁입찰, 담합이 아니라면 상생 방안으로 정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모두 꺼리는 경쟁입찰

HD현대중공업의 KDDX 이미지(왼쪽)와 한화오션의 KDDX 이미지

이재명 대통령의 천안 타운홀 미팅 발언을 액면 그대로 해석하면 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최종사업자 선정 방식은 경쟁입찰로 수렴됩니다. KDDX 방산업체로 지정된 HD현중과 한화오션이 각각 상세설계 제안서를 작성해서 제출하면 방사청은 심사해서 높은 점수를 받는 업체에 사업권을 주는 방식입니다.

문제는 HD현중과 한화오션 양측 모두 경쟁입찰을 꺼린다는 것입니다. HD현중은 기밀 탈취로 인한 보안감점을 안고 있고, 한화오션은 기본설계를 못해서 기본기가 달립니다. 둘 다 경쟁입찰에 자신이 없습니다. 보안감점 적용이 부당하다며 HD현중이 가처분신청을 낼 것이 뻔해 또 시간 지연이 불가피합니다.
 

담합 소지 있는 상생 방안

공동설계·동시발주의 상생 방안은 담합의 덫이 어른거립니다. 송방원 우리방산연구회장은 "각자 단독으로 건조가 가능한 상황인데 공동설계를 하자는 것은 실익이 없고, 기업 간에 이익을 나누는 담합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방사청의 자체 법무 검토 결과도 "담합이라고 단정은 못해도 담합의 소지는 있다"고 나왔다고 합니다.

반면에 공동설계·동시발주를 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있습니다. "심의를 거친 경우 체계개발과 양산을 통합할 수 있다"는 국방과학기술혁신촉진법 시행령, "체계개발과 양산단계를 통합하여 업체를 선정할 수 있다"는 방위사업관리규정, "공동수급체 구성원의 공동계약과 책임 분담"을 규정한 국가계약법 등입니다.
 

공정위로 넘어간 공

공정위 세종청사 전경

오는 18일 국방 관련 부처의 대통령 업무보고를 앞두고 교통정리가 급한 방사청은 그제(지난 8일) 상생 방안의 담합 여부에 대한 유권해석을 공정위에 의뢰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방사청 관계자는 "공정위에서 담합이라고 나오면 경쟁입찰이, 담합이 아니라면 상생 방안이 유력하다"고 밝혔습니다. 어쩌다가 공정위가 KDDX 최종사업자 선정 방식을 결정하는 꼴이 됐습니다.

변수는 있습니다. 공정위가 답을 안 하는 것입니다. 업계와 여론의 관심이 초집중된 7.8조 원 사업의 주인을 결정하는 판단을 내리는 데 공정위가 부담을 느낀다면 답을 내놓기 어렵습니다. 방사청 관계자는 "공정위의 답이 없는 상황도 감안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KDDX 사업 방식을 최종 결정하는 방위사업추진위는 당초 18일로 예정됐다가 대통령 업무보고로 인해 22일쯤으로 나흘 연기됐습니다. 공정위도 고민할 시간을 나흘 벌었습니다. 방사청이 사업 관리 엉터리로 해서 꼬인 사업 해결하느라 공정위가 고생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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