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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복잡해지는 경제 질서…'클럽화' 되는 세계

안녕하세요? 오늘은 SBS D포럼(SDF) 2025에서 SBS문화재단과 공동연구를 진행한 연구팀 소식을 전합니다. SDF의 강점이자 특징 중에 하나가 국내외 싱크탱크들과의 공동연구인 것은 다들 아시죠? 공동연구에 참여했던 연사들은 포럼 이후에도, 학계에서 연구 주제와 관련해 공개 세미나를 진행하면서 관련 연구에 대한 관심을 확산하기 위해 외부 전문가를 초청해 토론하며 논의의 장을 넓히고 있습니다. 지난 4일, 공동연구팀이었던 동아시아연구원(EAI)이 '세계 질서의 분절화와 새로운 경계 짓기'라는 주제로 외부 전문가 초청 공개 회의를 열어 저희도 다녀왔습니다. 포럼을 못 보신 분들을 위해 포럼과 공개 회의 내용을 종합해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좌) 이승주 교수, D포럼           (우) EAI 외부 전문가 초청 공개회의
▶ 동아시아연구원 SBS D포럼 2025 공동연구 발표 보기

오는 12일 미국이 인공지능(AI) 기술에 필요한 반도체와 핵심 광물 공급망을 강화하기 위해 8개 동맹국과 협정을 추진한다고 밝혔습니다. 미국의 AI 공급망 동맹국으로 꼽힌 8개국은 한국, 일본, 싱가포르, 네덜란드, 영국, 이스라엘, 아랍에미리트, 호주인데요. 이전과는 달리 모든 동맹국들을 포함하는 게 아니라 다른 동맹국들은 필요 없고 딱 이 8개 국가와만 협력하겠다는 움직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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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전략 경쟁, 지정학적 리스크 증가,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으로 세계는 여러 개로 쪼개지는 분절화의 힘이 강력히 작동하고 있는데요. 연구팀은 이렇게 세계가 새로운 경계 짓기 과정에 들어갈 것이며 이후 수립될 질서의 성격을 '클럽화'로 정의했습니다. 이번에 발표된 미국의 AI공급망 동맹도 클럽화의 한 사례입니다.

이승주/ 동아시아연구원 무역·기술·변환연구센터 소장, 중앙대 사회과학대학장
"미국, 중국을 중심으로 하는 두 클럽이 상호 경쟁, 갈등하는 관계를 형성할 가능성이 높다. 즉, 미국과 중국이 1대1로 경쟁하는 것은 물론이고, 자국에 우호적인 국가들과 연합해 클럽을 형성하고 상대 클럽과 더 경쟁하는 현상이 더 확대되는 것이다. 향후에도 중립지대 국가의 비중이 유지 또는 증가하는 추세가 지속되어 미국 중심 클럽과 중국 중심 클럽에 더해 제3의 축을 더함으로써 세계 경제 질서의 복잡성이 증가될 것으로 예상된다."

연구팀은 미·중 무역 전쟁이 시작된 2018년부터 2023년까지 세계의 무역, 공급망, 그리고 기술 질서(국가 간 특허 인용)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분석했습니다. 화살표의 굵기는 연결의 강도를 나타내는데, 다소 복잡하지만 요약하면 2018년은 미국과 중국이 긴밀하게 연결돼 개방적인 세계 무역 질서가 유지된 반면, 2023년엔 미중 연결이 약해지고 일본, 인도, 싱가포르(분홍색 표시) 같은 국가들이 중국에서 미국 중심으로 이동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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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기술 질서에서도 커다란 변화의 흐름이 감지됩니다. 2018년 '국가 간 특허 인용 네트워크'를 보면, 미국과 일본이 기술 클럽의 확실한 중심축이었지만 5년 뒤에는 중국이 일본을 대체하는 중심축으로 떠올랐습니다. 한국과 일본이 중국 중심의 클럽에서 이탈하는 움직임이 있었고, 규모 면에서는 중국 중심 클럽이 미국 중심의 클럽에 비해 현저히 작은 게 나타납니다. 연구팀은 네트워크가 줄어든 게 중국의 약점이지만 역으로 중국의 기술 자립을 촉진하는 원인이 됐다고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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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세계 질서의 변화 속에 한국의 국가 전략도 제언했는데요. 클럽 간 연결과 클럽 내 연결을 주도하는 교량 국가를 지향하고, 지정학적·지경학적 요충지라는 점을 전략으로 삼아 특정 권역 간 갈등 완화나 조정에 영향력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APEC 당시 서로 갈등 관계에 있던 미국과 중국을 한자리에 불러 모으고 AI 등 서로 관심 가질 수 있는 화두에 대해 합의를 이끌어낸 모습이 바로 교량국가로서 좋은 선례입니다. 이른바 '위치권력(power of position)을 핵심 자원으로 삼는 전략입니다. 또, 국제 안보 환경의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어 안보 정책은 독자성과 동맹성을 균형 있게 확립하는 방향으로 설계되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2025 경주 APEC 정상회의

전문가 토론에서도 논의가 이어졌습니다. "한국이 갖고 있는 자원을 어떻게 결집 하냐가 전략적으로 중요하다", "클럽 간 경계가 두터운 첨단 산업, 기술 특허 영역에서 연결 국가로서 한국의 역량은 어느 정도일까", "역내 국가와 경쟁하기보다는 협력해서 같이 공동이익을 위해 만들어 나갈 것이 무엇인가"를 고민해야 한다는 견해가 나왔습니다. 특히 산업계가 인공지능으로 대전환을 맞고 있는 지금, 기업이 좀 더 적극적인 기회를 모색할 수 있게 정부가 불필요한 규제를 해소하는 역할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습니다.

(좌) 강원택 /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장 (우) 김경민 / 서울대 교수

다른 공동연구팀의 학계 행사도 이어집니다. 오는 13일엔 한국지역학회 소속 김경민 서울대 교수, 박정호 명지대 교수가 대덕테크비즈센터에서 '뉴 패러다임, 공간 혁신을 요구하다'를 주제로 발표합니다.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은 22일 '국가 경쟁력 제고를 위한 정부와 기업의 혁신 방안'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 계획입니다. SDF2025에서 같이 한 강원택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장, 임도빈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김송희 서울대 경영대학원 교수뿐 아니라 연구팀 일원이었던 금현섭, 엄석진, 이진수 교수 등 서울대 행정대학원 대표 교수들의 발표와 토론도 있을 예정입니다. 다른 공동연구팀의 학계 세미나에도 많은 관심 가져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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