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능 성적표 받은 왕정건 군(가운데)
"나머지 과목은 만점이겠다 확신이 들었지만, 영어 때문에…특히 24번이 처음 보는 지문이라서 어려웠어요. 두 답안 중 고민하다가 2번을 선택했어요. 그땐 논리적으로 푼 결과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떠올려 보니 시간이 부족해서 찍다시피 한 것 같긴 해요. 하하."
전년보다 매우 어려웠다고 평가받는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만점을 받은 왕정건(18)군은 오늘(5일) 서울 광진구 광남고에서 한 인터뷰에서 '시험을 치고 나올 때 만점이란 느낌이 들었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습니다.
그는 오늘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으로부터 만점짜리 수능 성적표를 받았습니다.
국어·수학·탐구(2과목) 영역 문제를 다 맞고, 절대평가인 영어·한국사 1등급을 받으면 만점입니다.
역대급 '불수능'이라는 말이 나오는 올해 수능에서 만점을 받은 사람은 전국에서 단 5명뿐입니다.
▲ 친구들에게서 수능만점 축하받는 왕정건 군
왕 군은 '강남 3구' 등 유명 학군지도 아니고 특목·자사고도 아닌 공립 일반고 소속으로 이런 성과를 거뒀습니다.
광남고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수능 만점자를 배출했습니다.
전국 공립 일반고 중 2년 연속으로 수능 만점자를 내놓는 건 광남고가 최초입니다.
고교 진학 무렵 특목·자사고에는 아예 원서조차 내지 않았다는 왕 군이 광남고를 선택한 이유는 바로 통학 거리였습니다.
수험생은 컨디션을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는 막상 학교에 와 보니 선생님들의 수업 수준이 뛰어난 것은 물론이고 동아리 활동, 진로 탐색 프로그램, 자습 환경 등이 매우 잘 갖춰져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왕 군은 "후배들에게 학교 수업 때 자지만 않으면 좋은 결과 낼 거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면서 "워낙 좋은 학교다 보니 수업만 들어도 수능과 내신 모두 대비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물론 왕 군 역시 사교육의 도움을 받지 않은 건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무게중심을 둔 건 학원이나 과외가 아닌 공교육이었다고 왕 군은 힘줘 말했습니다.
그는 "공부하는 데 딱히 요령도 없었던 것 같다"면서 "따로 공부 시간을 정해놓지 않았고, 하고 싶을 때나 할 수 있을 때 공부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다만 "한 과목만 계속 공부하면 스트레스를 받는데, 그럴 때면 다른 과목을 공부했다"고 떠올렸습니다.
왕 군은 서울대, 연세대, 가톨릭대 등 의대 수시 모집에 지원했습니다.
초등학생 때부터 의사가 되고 싶었다는 왕 군은 최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에서 무고한 사람들이 다치고 죽어가는 모습을 접한 뒤 국제적으로 활동하는 의사가 되겠다는 생각을 더욱 또렷이 하게 됐습니다.
생활기록부에 적힌 그의 장래 희망 역시 '국제 의사'입니다.
왕 군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말이 박노해 시인이 '몸의 중심은 심장이 아니라 아픈 곳이다'라는 말"이라면서 "아픈 사람들이 많은 곳이 제일 중요한 곳이라고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그는 의사가 돼 분쟁지역에 가는 때를 대비해 아랍어와 프랑스어 등 외국어 공부도 틈틈이 하고 있습니다.
고1 때 중국 체험학습에서 본 광개토대왕릉비 표면의 글자를 읽고 설명할 정도로 한자에도 능통합니다.
왕 군은 수능이 끝나 시간이 생긴 만큼 그동안 미뤄둔 책을 읽고 넷플릭스 시리즈도 몰아 볼 예정이라고 했습니다.
왕 군은 "아직 수능 만점을 받았다는 현실감각이 없다"면서 "정시보다는 수시로 대학에 가고 싶었는데 뜻밖의 결과를 받아서 선생님들께 감사한 마음일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진=공동취재,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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