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명성도 쌓고, 돈도 챙기고? '종전' 급한 트럼프…협상의 의미는? [스프]

[온더스팟] 이현식 기자

온더스팟
※ 2025. 11. 28 콘텐츠를 바탕으로 정리한 내용입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기 위한 협상이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중재자인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이 만든 평화안, 즉 종전안에 기대를 걸며 낙관론을 띄우고 있습니다.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쟁점들이 그대로 남은 상황, 종전 협상이 어떻게 전개될지 알아보겠습니다.

Q.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기 위한 협상이 미국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종전이 가시권에 들어왔다는 외신 보도도 있던데요. 지금 상황을 간략하게 정리해 주시겠습니까?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강력하게 압박해서 '이번에는 우크라이나가 포기할 걸 좀 포기하고 전쟁을 끝내자' 강력하게 밀어붙이고 있는 상황이고요. 백악관이 내민 협상안을 가지고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실무 협상을 했고, 또 다른 쪽에서는 러시아와 미국도 실무선에서 만나고 있는 상황입니다.

Q.  백악관이 종전안 초안을 대폭 수정하면서 우크라이나가 지금 움직이고 있는 거죠?

네 그렇습니다. 백악관이 우크라이나 쪽에 제안했던 협상안 초안은 28개 항으로 되어 있고 외신들을 통해서 거의 전 항목이 공개가 됐습니다. 그런데 내용을 보면 '이거는 사실상 러시아에서 크렘린궁이 써준 것 같다'는 평이 나올 정도로 러시아의 일방적인 내용이 담겨 있었고요.

우크라이나와 미국이 제네바에서 실무 협상을 하면서 항목 수를 19개로 줄이고 몇 가지는 우크라이나, 유럽의 의견을 반영해서 미국이 조금 완화해 준 부분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내용은 아직 알려지고 있지는 않아요. 대표적으로 공개된 내용은, 우크라이나가 지금 병력이 한 88만 되거든요. 원래 미국이 내민 28개 항에서는 병력 88만을 60만으로 제한하라고 되어 있습니다. 우크라이나와 유럽 각국이 읍소를 해서 80만까지는 보유를 할 수 있게끔 수정을 한 걸로 알려지고 있고, 그 외의 것들은 아직 흘러나오고 있지는 않은데요.

다만 영토 문제라든가 이런 핵심적인 몇 가지를 젤렌스키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담판을 통해서 해결할 수 있게 여지를 두었다는 정도의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Q.  우크라이나가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아지면 반대로 러시아에서는 거부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 아닙니까?

그렇습니다. 최근 러시아의 라브로프 외무장관이 이런 얘기를 했습니다. 8월에 알래스카에서 미러 정상회담이 있었는데, 합의된 핵심 내용이 손상된다면 러시아 입장에서는 걷어찰 수도 있다는 얘기를 했어요.
 
세르게이 라브로프 | 러시아 외무장관
트럼프 대통령의 평화 구상안(초안)은 미러 정상회담에서 도달했던 합의와 이해가 전반적으로 반영돼 있어서 우리는 환영했던 것입니다.

가장 중요한 내용이 뭐냐. 우크라이나의 동쪽 러시아와 붙어 있고 지금도 전투가 벌어지는 지역을 돈바스라고 합니다. 돈바스의 4분의 1 정도는 아직 우크라이나가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어요.
온더스팟

그런데 8월에 미러 간에 어떤 합의를 했냐. 그 4분의 1을 그냥 러시아한테 넘긴다고 돼 있습니다. 러시아 입장에서는 그걸 받으면 그동안 실속 없는 전쟁을 했지만 어쨌든 우리가 돈바스 전체를 가졌다고 선언하고 전쟁을 끝낼 수 있는 명분도 되고 실질적으로도 큰 이득이 됩니다. 그런 부분들은 러시아가 꼭 얻어내야만 종전이 가능하지, 만약 우크라이나 입장을 다시 미국이 받아준다면 러시아 입장에서는 그냥 싸움을 계속하겠다는 거죠.

Q.  우크라이나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하는 초안의 내용, 어떤 것들?

일단 돈바스 지역 얘기입니다. 우크라이나가 아직 가지고 있는 4분의 1 지역은 굉장히 강력하게 방어 요새화가 되어 있어서 이 지역을 우크라이나가 포기하면 방어선을 새로 구축해야 됩니다.

또 돈바스 지역에는 예전부터 석탄이 많이 나고 희토류도 많이 매장이 되어 있다 보니까 제정 러시아 말기부터 공업이 발달하고 구소련 때부터 군수 공장이 많았던 지역이에요. 이 지역을 러시아가 완전히 지배하고 전투에 방해받지 않고 거기서 물자를 생산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은, 그 지역을 베이스로 러시아가 다시 우크라이나에 대해서 공세를 취할 수 있는 교두보가 되는 겁니다. 그걸 싸우지도 않고 포기하라는 것은 우크라이나 입장에서 참 받아들이기가 어려운 부분이 있죠.

그리고 유럽의 전쟁의 역사에서 굉장히 안 좋은 기억을 소환합니다. 2차 세계대전이 벌어질 때 1938년 뮌헨 협정이 체결됩니다. 당시 히틀러의 독일이 체코 중에서 독일 쪽에 붙어 있는, 독일계 인구가 많은 주데텐란트라는 땅을 그냥 달라고 했어요. '그것만 넘겨주면 우리가 다른 나라에 대해서는 침략을 하지 않겠다.'
온더스팟

영국이 고민합니다. 원래 그렇게 하면 안 되는데 1차 대전 때문에 피폐해져 있는 상태에서 또다시 독일과 싸우기가 부담스러우니까 그 땅을 넘겨줘요. 그런데 히틀러는 나중에 약속을 어깁니다. 거기서부터 폴란드 쳐들어가고 결국 2차 대전을 일으켰거든요. 그때 주데텐란트라는 땅이 히틀러가 추후 여러 나라를 침공하는 데 굉장히 중요한 자원으로 쓰입니다. 이랬던 기억들을 유럽 사람들은 갖고 있기 때문에, 이게 그냥 돈바스 지역에 땅 좀 떼어주고 끝나는 문제가 아니라고 걱정하는 겁니다.

Q.  (종전안 초안이 우크라이나를) 패전국 취급하는 내용이었다는 평가도 있더라고요. 어떤 조항이 그렇습니까?

① 우크라이나의 군대의 규모를 앞으로 제한한다. 숫자는 60만에서 80만까지로 약간 늘려주긴 했으나 전쟁을 같이 치른 한쪽 당사자에게 '너희는 앞으로 군대를 이 이상 가질 수 없다'고 제약을 한다는 것은 패전국에 책임을 물릴 때 쓰는 조항이죠.

② 이번 평화 협상안, 즉 종전안 향후 집행을 감독하기 위해서 미국과 러시아가 공동위원회를 만들어 운영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우크라이나가 없어요. 이 역시 우크라이나를 사실상의 패전국으로 보고 종전안을 집행하겠다는 구상이라고 볼 수 있고요.

③ 우크라이나라는 하나의 국가가 향후 자신의 생존을 담보하기 위해서 동맹을 추구할 권리도 제약을 합니다. '나토에 앞으로 가입을 추진하지 않는다고 헌법에 명시해.' 사정이 안 돼서 가입을 못 하는 것과 꿈도 꾸지 않겠다고 헌법에 박으라는 것은 차원이 다르거든요. 사실상 우크라이나를 패전국 취급하는 불평등 조약의 요소들을 담고 있다.

④ 백악관이 내민 28개 항 중에 보면 '우크라이나는 100일 안에 선거를 실시한다'라는 대목이 있습니다. 이것도 독소조항적 성격을 가지게 될 수 있습니다.

Q.  우크라이나 대통령 선거가 지난해에 이미 치러졌어야 하는데 전쟁 때문에 젤렌스키가 지금 안 하고 있잖아요. 이것도 문제 아닙니까?

젤렌스키 대통령의 5년 임기가 원래는 작년 초에 끝나게 되어 있고 작년 봄에 우크라이나가 대선을 치렀어야 맞는데, 우크라이나 법상 '전시 상태일 때는 계엄이 선포되고 계엄 중에는 선거를 치르지 않는다'고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우크라이나는 수세에 몰린 전쟁을 치르고 있는 상황이고 우크라이나 안에서 러시아 간첩들이 후방 사보타주(Sabotage) 활동, 파괴 공작, 우크라이나 여론 분열 작업을 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에 나름대로 계엄의 정당성이 있는 것도 사실이고, 국내법상 현재 선거를 치를 수 없는 것은 맞아요.

그런데 지금 100일 안에 선거를 치르라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신속하게 반러 정권을 레짐 체인지(정권 교체) 하겠다는 인상이 강합니다. 그래서 유럽 입장에서는 선거를 치르기는 치러야 되는 게 맞긴 하니까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선거를 실시한다라고 그 문구를 완화하는 작업을 백악관에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Q.  미국의 셈법에 대해서 얘기해 볼까요? 우크라이나 안보를 군사적으로 보장해 주는 데는 별로 관심이 없고 돈만 챙기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있는데.

협상안에 '나토 군대가 우크라이나에 주둔하지 않는다'라는 명시적인 조항이 있습니다. 나토의 군대라는 것의 핵심은 미군이잖아요. 유럽 주둔 미군인데, 그래서 미국이 러시아를 막고 우크라이나를 군사적으로 보호해 줘야 되는 부담을 원천적으로 제거하기 위해서 이런 조항을 넣었다는 평이 나오고 있고요.

우크라이나 입장에서 굉장히 불리한 부분들이 많은데 거기에 나름대로 당근이라며 미국이 제시하는 부분은 우크라이나의 재건을 도와줄 국제적 재원을 끌어오겠다는 거예요. 그리고 거기에 쓰려는 돈이 유럽에 묶여 있는 러시아 동결 자산입니다. 그중 1천억 달러를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에 쓰겠다, 유럽도 상응하는 액수를 조달해라, 재건 사업에서 나오는 이익의 50%는 미국이 갖겠다고 되어 있습니다.

낯설지가 않죠. 미국이 가자지구라든가 어디에나 이런 식의 이익 분배 조항을 집어넣고 있는데 우크라이나에 대해서도 마찬가지고요. 그다음에 러시아를 세계 경제 체제에 복귀시키고 미러 간의 경제 협력을 증진하겠다는 부분이 구체적이고 장밋빛으로, 상당한 부분으로 협상안에 들어 있습니다.

Q.  트럼프 지지 세력 마가(MAGA)가 백악관의 대외 군사 정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까?

대통령 지지 세력의 정치적 입김을 전문가 집단이 무시할 수가 없어요. 마가 집단은 '왜 미국이 자꾸 다른 나라의 안보에 대해서 돈을 쓰고 사람들을 희생시키냐, 하지 말자'는 생각이 굉장히 강합니다. 그래서 이번에 나온 우크라이나 종전안을 보고 어떤 유럽 전문가들은 '유럽에 대한 미국의 뿌리 깊은 경멸이 배어 나오는 문장들이다'라는 표현까지도 써요.

미국 입장은 이런 거예요. '우크라이나가 너희들 안보에 그렇게 중요하면 당신들이 지키시든가요? 왜 자꾸 우리 보고 지켜달라고 하느냐, 우리는 손 떼고 싶어. 그리고 그동안 돈 쓴 게 있으니까 돈은 좀 벌어야 되겠어'라는 속내가 절절히 묻어나는 문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Q.  향후 종전 협상이 어떻게 전개될지?

젤렌스키 대통령을 백악관으로 불러서 미국과 우크라이나 간에는 도장을 찍으려고 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러시아인데요. 미국과 러시아 간에 본격적으로 미우 합의안을 가지고 미러 간에 최종 조율을 하는 절차가 있을 것 같고, 그게 진행된다면 연내에 전쟁을 끝내는 결과가 일단은 오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한편으로는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해서는 자기들의 뜻을 강제할 수 있지만 푸틴의 러시아에 대해서는 '이걸 이렇게 해!'라고 강요한 적도 없고 강요할 방법도 사실은 별로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만든 조정안을 러시아가 '우리는 이거 싫어 계속 싸울 거야'라고 할 수도 있어요.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어느 쪽이 더 크다고 말하기는 어렵지 않은가 생각됩니다.

Q.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합의를 하더라도 러시아와 합의하는 건 또 별개의 협상이기 때문에 두고 봐야 된다는 말씀이신가요?

그렇습니다.

Q.  종전 협상 과정이 국제 정치에 미치는 영향이나 의미?

세계 2차 대전이 끝난 뒤에 냉전이 오기는 했지만 어쨌든 세계에 어떤 룰이 있었다면, 기본적으로는 주권 국가의 영토의 완결성을 존중하고 그걸 무력으로 침해하지 않는다는 것이었잖아요. 그런데 우크라이나 전쟁이 이런 식으로 끝나게 된다면 이제는 새로운 시대가 되었다는 것을 확인해 주는 결과가 될 겁니다.

그 새로운 시대는 어떤 시대냐. 힘센 나라가 힘없는 나라를 두들겨 패서 땅을 뺏으면 그만인 거예요. 그걸 국제사회가 제재할 수 없다는 것이 굳어지는 결과를 낳게 될 겁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더 깊고 인사이트 넘치는 이야기는 스브스프리미엄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이 콘텐츠의 남은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하단 버튼 클릭! | 스브스프리미엄 바로가기 버튼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SBS 연예뉴스 가십보단 팩트를, 재미있지만 품격있게!

많이 본 뉴스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연합뉴스 - 국내최고 콘텐츠판매 플랫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