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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 밝히고 기록하고…'계엄의 밤' 맞선 직원들

<앵커>

오늘(3일)은 12.3 비상계엄이 선포 된 지 1년이 되는 날이죠.

국회에 무장한 군인들이 들이닥쳤던 계엄의 밤을 용기로 맞선 국회 직원들의 이야기를 박재연 기자가 들어봤습니다.

<기자>

12·3 계엄의 밤, 경찰이 출입을 막고 무장한 군인들이 들이닥쳤던 그곳.

국회 본청의 1층부터 7층까지 수백 개의 사무실을 모두 찾아가 일일이 불을 켠 이가 있었습니다.

원은설 국회의장 정무비서관은 '미션'을 수행한 거였습니다.

[원은설/국회의장실 정무비서관 : (의장이) 은신한 곳만 환하게 켜져 있으면 안 된다. 국회 전체에 불을 다 켜라.]

국회의장이 머무는 곳에만 조명이 켜진다면, 위치가 노출돼 계엄군의 표적이 될 수 있고, 계엄 해제 의결 자체가 실패할 수 있겠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원은설/국회의장실 정무비서관 : 복도부터 시작해서 온 방이 엄청 어두웠거든요. 계엄군이 왔을 때 여기서 누군가 일대일로 마주치거나 대적을 한다면 굉장히 위험한 상황이겠다. 무섭기는 했지만 만약에 실제로 마주쳤어도 멈추진 않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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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회의장 전자투표 전광판을 관리하는 업무를 맡아온 김영해 주무관도 계엄 소식에 곧바로 국회로 달려갔습니다.

[김영해/국회사무처 주무관 : 뭔가 혹시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본회의 투표할 수 있는 준비부터 하자'라는 생각에.]

긴박한 상황에 의결 30분 전에야 전자투표 준비가 완료됐습니다.

'찬성 190인'.

계엄 해제 결의안이 가결되자 그제야 마음을 놨다고 합니다.

[김영해/국회사무처 주무관 : 저희가 가장 초조했었잖아요. 뭐 언제 (계엄군이) 저 문을 박차고 들어올지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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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해제'라는 역사적 순간은 누가 공식 기록으로 남겼을까.

그날을 회고하는 정현석 속기사의 표정은 담담하고, 단호합니다.

[정현석/국회사무처 주무관·속기사 : 보조 수단으로 녹음기를 좀 많이 챙겨갔었어요.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몰라서.]

가족들에게는 집에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다고 미리 말해뒀다고 합니다.

[정현석/국회사무처 주무관·속기사 : (계엄 해제 후 귀가하니) 아들이 달려나와서 울면서 안아주더라고요. '아빠 고생했어. 와줘서 고마워' 이렇게.]

(영상취재 : 전경배·공진구, 영상편집 : 남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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