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전 대통령과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채상병 순직사건 수사 외압으로 수사가 진행 중이던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호주로 도피시킨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023년 11월 조태용 전 국가안보실장에게 "이제 이종섭을 호주로 내보내자"고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채상병 특검팀이 작성한 윤 전 대통령의 공소장에는 당시 윤 전 대통령이 이종섭 전 장관을 호주대사로 임명하는 과정에서 조 전 안보실장에게 내렸던 구체적인 도피 지시 발언이 담겼습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이 전 장관을 연결고리로 자신까지 수사외압 의혹의 수사 대상이 될 것을 우려해 호주로 내보내려 했다고 판단했습니다.
공소장에 따르면 지난 2023년 9월 12일, 윤 전 대통령은 가장 먼저 이 전 장관의 대사 임명을 언급합니다.
이날은 이 전 장관이 수사외압 의혹이 불거지자 사의를 표명한 날이었습니다.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조 전 실장에게 "야당이 탄핵을 하겠다고 해서 본인이 사표를 쓰고 나간 상황이 됐는데, 적절한 시기에 대사라든지 일할 기회를 더 줘야 하지 않겠냐", "공관장을 어디로 보내면 좋을까?"라고 물은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이때 조 전 실장은 호주대사직을 추천했고, 윤 전 대통령은 "적절한 시기에 기회를 주자"고 말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사흘 뒤, 윤 전 대통령은 대통령 관저에서 퇴임 장관들과 만찬을 하던 중 이 전 장관에게 "앞으로 대사 또는 특사로 활용될 수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전임 호주대사의 임기가 2년 이상 남아있었고, 호주대사의 경우 정년 초과 근무가 가능해 인사 교체가 적절하지 않은 시기였지만 윤 전 대통령 지시에 따라 호주대사 교체는 일사불란하게 이뤄졌습니다.
공소장에는 윤 전 대통령이 두 달 뒤 이 전 장관의 대사 임명을 재차 지시하며 이번엔 구체적으로 '내보내자'는 말을 쓴 것으로 적시됐습니다.
윤 전 대통령은 11월 19일 조 전 안보실장에게 "이제 이종섭을 호주로 내보내자"고 했고, 이에 조 전 실장은 조구래 전 외교부 기획조정실장에게 "이제 이종섭을 보내야겠다. 인사 프로세스를 준비하자. 기왕이면 빨리 보내라"며 지시를 하달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지시를 받은 조 전 기조실장은 외교부 인사 담당 실무자에게 전화해 "조태용 실장한테 전화가 왔는데 그 호주대사 이제 뺄 때가 됐다. 거기 후임은 저기래. 이종섭 국방부 장관. 3월까지 가기에는 대통령한테 좀 얘기가 그런…그렇다고 하더라고"라며 윤 전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됐음을 드러냈습니다.
이어 조 전 기조실장은 이 전 장관의 대사 임명을 신속히 하되 단독으로 하지 말고 눈에 띄지 않게 다른 공관장 몇 명과 함께하라는 지시도 내렸습니다.
유사한 지시는 장호진 전 외교부 차관에게도 내려갔습니다.
조 전 안보실장은 12월 5일 장 전 차관에게 이듬해 1월까지 이 전 장관을 호주대사로 보내는 절차에 착수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이에 장 전 차관은 외교부 인사 담당 실무자에게 "호주하고 모로코를 엮어서 빨리 진행하라. 이번 주 내라도 대통령실 인사비서관실에 상신하라", "1월 내에 부임할 수 있도록 진행하라"고 지시했습니다.
특검팀은 "당시 호주 대사 임기가 남아있고 특별한 교체 사유가 없지만 외교부 직원들은 윤 전 대통령의 지시사항이므로 따를 수밖에 없다는 생각으로 공관장 자격심사를 진행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전 장관의 '적격' 결정도 외국어 능력 검정점수 제출 없이, 심사위원들 서명만 받는 식으로 졸속 심사를 거쳐 이뤄졌습니다.
윤 전 대통령 지시하에 이뤄진 전방위적 조력으로 이 전 장관은 호주 정부로부터 아그레망을 신속히 받을 수 있었고 2024년 3월 4일 호주대사로 임명됐습니다.
이 전 장관은 출국 과정에서도 대통령실, 법무부의 적극적인 조력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윤 전 대통령은 이 전 장관을 호주대사로 임명한 뒤 출국금지 상태라는 것을 보고받고 "부임 일정을 2주 연기하라"고 지시했고, 이 전 장관은 법무부 협조를 받아 출국금지 이의신청서 양식을 전달받기도 했습니다.
당시 법무부 수장이었던 박성재 전 장관은 이재유 전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으로부터 이 전 장관이 출국금지 이의신청서를 제출한 사실을 보고받은 뒤 "개인적인 일로 나가는 것도 아니고 대통령이 호주대사로 임명해서 나가는 것인데 법무부에서 출국금지를 걸어서 나가지도 못하게 하는 것이 맞느냐", "이종섭 출국금지 풀어주면 되겠네"라며 출국금지 해제를 지시했습니다.
심우정 전 차관도 이 전 본부장으로부터 관련 보고를 받고 "대통령이 이종섭을 호주대사로 임명해서 나가는 것인데 이걸 출국금지 걸어서 못 나가게 하는 것이 맞습니까"라며 마찬가지로 출국금지 해제 지시를 내렸습니다.
장·차관의 지시를 받은 이 전 본부장은 일선에 출국금지 해제를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보고서를 작성하도록 지시하는 등 출국금지 심의위에 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는 공수처로부터 출국금지 해제에 관한 의견을 회신받지도 않은 시기였습니다.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이 출국금지 심의위 당일인 2024년 3월 8일 출근길에서 출국금지 해제에 동의한다는 취지의 의견을 표명한 행위도 사실상 심의위원들에게 압력을 행사한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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