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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도 어려운 지문 주고 정답 찾아라…수능 국어에 잇단 비판

교수도 어려운 지문 주고 정답 찾아라…수능 국어에 잇단 비판
▲ 2026학년도 수능이 끝난 후 문제 분석을 하고 있는 종로학원 강사들

최근 치러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국어 영역 일부 문항에 오류가 있다는 학계의 주장이 연이어 나오는 가운데 지문 자체가 지나치게 난해하다는 비판 또한 제기되고 있습니다.

지문에서 다룬 소재를 수십 년간 연구한 교수들마저 이해하기 어려운 글을 고3 학생들에게 보여주고 문제를 풀게 하는 건 수능의 본래 취지와 맞지 않거니와 반교육적이라는 지적입니다.

그러나 학교 현장에서는 사교육 등으로 익힌 문제 풀이 '기술' 덕에 수험생의 정답 적중률이 올라간 만큼, 수능 국어의 난도가 높아지는 건 피할 수 없는 선택이라는 의견도 나옵니다.

학계에서 2026학년도 수능 국어 영역에 오류가 있다고 지목한 문항은 독해 능력 이론인 단순 관점에 관해 묻는 3번과 임마누엘 칸트의 인격 동일성을 다룬 17번입니다.
'정답 없음' 주장이 제기된 2026학년도 수능 국어 17번 문항과 지문
단순 관점을 10년 이상 연구한 이병민 서울대 영어교육학과 교수와 포항공대(포스텍) 인문사회학부에서 철학을 가르치는 이충형 교수가 각각 오류를 주장했습니다.

두 교수는 문항이 잘못됐다는 점을 지적하면서도 한목소리로 "고등학생이 이해할 수 있는 지문이 아니다"라고 난이도의 적절성을 문제 삼았습니다.

자신 역시 3번 문제를 푸는 데 시간이 꽤 걸렸다는 이병민 교수는 "정답에 대한 시시비비보다는 시험의 타당성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면서 "이 지문은 (관련 연구를 하는) 대학원생 수준의 글"이라고 짚었습니다.

이충형 교수 역시 "지문을 이해하는 데에만 20분이 걸렸는데 이후 머리가 너무 아파 쉬어야 했다"며 "지문 속 지속성이라는 개념은 고등학생이 이해하기에 굉장히 어려운 개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국어 지문 난도가 높아질수록 수험생이 글을 이해하려 하기보다는 문제를 푸는 기술에 의존함에 따라, 문해력과 사고력 측정이라는 국어 시험의 본래 취지가 무의미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국어 강사 출신인 구본창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국장은 "현 수능 국어는 학생들의 독해 능력을 가늠하는 기능을 못 한 지 오래"라면서 "문제 풀이 기술을 익히지 못하면 80분 내 10개 이상의 지문을 읽고 45개 문제를 푸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지문이 어려워지니 아이들은 점점 더 학원에서의 기술 습득에 몰두하고 있다"면서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이 고등학교 교육과정의 범위와 수준 내에서 수능 문제를 출제해야 하는 책무를 저버린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이병민 교수도 고난도 국어 비문학 지문을 거론하며 "텍스트를 이해하고 문제를 푸는 학생은 거의 없을 것"이라면서 "정답률이 높은 이유는 아이들이 학원에서(정답 찾기) 훈련을 한 결과일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학교 현장에서는 사교육으로 단련된 수험생의 실력을 가리기 위해선 어쩔 수 없이 고난도 지문을 출제할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서울 소재 국어 교사 A씨(40대)는 "요즘 아이들이 국어 1등급을 받아도 문해력은 좋지 않다는 이야기가 계속 나오는데, 저 역시 수능 체제가 이에 일조했다는 데 동의한다"면서도 "하지만 5개 중 정답 1개를 고르는 객관식 시험에서 지문의 난도를 높이지 않고서 변별력을 확보할 방법이 무엇이 있을지는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대학에서 공부할 능력을 시험한다는 목적에 부합하기 위해 수능, 나아가 공교육의 방향을 어떻게 재설정해야 할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요구도 제기됩니다.

수능과 입시 변천사를 파고든 책 '수능 해킹'의 공동 저자이자 교육 활동가 문호진 씨는 "80분간 45문제를 푼다는 점, 독서(비문학)와 문학 문항의 비율이 일대일로 바뀐 점, EBS 연계율 등 수능과 관련된 대부분이 교육적 타당성에 대한 고려 없이 결정됐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교육정책의 '편의주의'를 비판하면서 "어떤 교육을 해야 할지부터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단 학생들을 배제하지 않고 (잘못된 것은) 인정하면서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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