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퇴임식 마치고 대검 나서는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
'대장동 항소 포기' 사태로 물러난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오늘(14일) 퇴임식을 열고 검찰을 떠났습니다.
당초 퇴임사에서 항소 포기 경위에 대한 자세한 설명 또는 입장을 밝힐지 주목됐지만, 구체적 언급은 없었습니다.
대검 차장검사를 지낸 노 대행(사법원수원 29기)은 오늘 오전 10시 반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비공개 퇴임식에서 "많은 후배 검사들의 선배로서, 검사와 다른 수사기관을 구분짓는 핵심 표징으로서 '수사와 공소유지'가 갖는 엄중한 의미에 대하여, 모두가 납득할 수 있도록 보다 더 설득력 있는 모습으로 결정하고 소통하지 못한 것을 무겁게 받아들인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항소 포기 결정으로 중요 쟁점을 상급심에서 다퉈볼 기회를 잃었다는 지적을 받아들이면서, 의사 결정 과정 전반에서 수사팀과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음을 시인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다만 더 나아가 의사결정 과정에서 사법연수원 동기이기도 한 이진수 법무부 차관, 사의를 밝힌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과 이뤄진 논의를 둘러싼 항간의 지적이나 문제 제기에 관한 직접적인 설명은 하지 않았습니다.
자신이 연관된 항소 포기와 관련해 촉발된 검찰 내부 반발을 두고 정부·여당의 징계 논의 등이 거론되는 상황과 관련해선 안타까운 심정을 밝혔습니다.
그는 "검찰 구성원들이 우려를 전한 것임에도 항명이나 집단행동으로 보는 시각이 안타깝다"며 "최근 일련의 상황에 대해 검찰을 대표하는 사람으로서 검찰의 미래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저 스스로 물러나는 만큼, 일각에서 제기되는 검사들에 대한 징계 등 논의는 부디 멈추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요청했습니다.
또 "검찰의 기능과 정치적 중립성 등에 대한 전반적인 우려를 내부적으로 전한 것임에도, 이를 항명이나 집단행동으로 보는 일부 시각에 대해서는 안타까운 마음"이라며 "모든 갈등을 봉합하고 하나 된 검찰이 범죄로부터 국민을 지키는 본연의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너그러운 마음으로 지켜보고 성원해달라"고 했습니다.
민주당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대한 검찰 내부 반발을 '정치 검사의 항명'으로 규정하고, 검사 징계 강화법을 추진하는 한편 정성호 법무부 장관도 "필요한 조치를 취할 준비를 하겠다"며 대응 조치를 밝히는 등 일련의 분위기에 우려를 나타낸 것으로 보입니다.
정 장관은 어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회에서 (검사징계법 폐지·개정) 논의가 시작되면 저희도 적극 참여하겠다"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징계 강화법안은 소급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현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조치를 하고, 법 개정을 병행해 근본 토대를 바꾸겠다는 취지로 받아들여졌습니다.
노 대행은 검찰청 폐지를 뼈대로 하는 정부·여당의 '검찰개혁' 추진에 대해서는 우려와 함께 당부의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는 "최근 검찰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검찰이 범죄로부터 국민을 지키고 법치질서를 수호하기 위해 노력해 온 진심이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이 사실"이라며 "형사사법체계의 중대한 변화로 인해 국민이 겪을 불편에 대한 충분한 논의나 대비 없이, 단순히 검찰청을 폐지하는 것에만 몰두하는 답답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형사사법체계 개편 논의에서 국민의 선택권은 존중돼야 한다"며 "국민들께서, 일차적으로 수사를 진행했던 곳뿐만 아니라 법률전문가인 검사가 있는 검찰에서 다시 한번 자신의 사건을 살펴봐 주기를 바라시지는 않는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반영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노 대행은 내부 화합을 당부하면서 "검찰 스스로도 헌법이 제정된 이래 78년간 수행해왔던 역할을 재정립해야 하는 중대한 기로에 서있다"며 "범죄로부터 보호를 바라는 많은 국민, 전에 없는 변화를 앞둔 구성원들을 생각할 때, 이제 갈등과 반목보다는 힘을 합쳐 지금의 어려움을 헤쳐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습니다.
노 대행은 2000년 대구지검 검사로 임관해 거창지청장, 인천지검 특수부장, 중앙지검 조사2부장 등을 거쳐 문재인 정부 때 법무부 계엄령문건 관련 의혹 합동수사단장을 맡았고, 이후 서울고검 차장, 제주지검장, 대검 마약·조직범죄부장 등을 지냈습니다.
이재명 정부 출범 한 달여 뒤인 지난 7월 심우정 당시 총장이 중도 퇴진해 직무대행을 맡았습니다.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로 검찰 안팎의 거센 사퇴 압박을 받아오다 지난 12일 사의를 표명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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