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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기지 않는 세계적 시설"…한국 축구 '천안 시대' 개막 [스프]

[별별스포츠+]

국대2구장 (대한축구협회 제공)20년 넘게 경기도 파주에 둥지를 틀었던 한국 축구가 이제 '천안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숙원 사업이었던 대한민국 축구종합센터가 약 3년 반의 공사를 거의 마치고 조만간 공식 개장식만을 남겨놓은 상황입니다. 서울로 가는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천안을 지나다 보면 입장거봉포도휴게소가 있는데, 이 휴게소 오른쪽 즉 충청남도 천안시 서북구 입장면 가산리 일대 약 14만 5천 평 부지에 초대형 축구종합센터가 들어선 것입니다.

천연 잔디 7면과 인조 잔디 4면 등 11개의 축구장과 각종 부대시설을 갖춰 아시아에서도 보기 드문 위용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서울에 있던 대한축구협회(회장 정몽규) 직원들은 이미 지난 9월 새 보금자리인 천안으로 이사를 마쳤습니다. 원로 축구인들은 이 장면을 감개무량한 심정으로 지켜보며 기대감에 한껏 들떠 있습니다.

"1970년대와 80년대 초까지만 해도 훈련을 마음껏 할 수 있는 잔디 구장이 턱없이 부족해 고생을 정말 많이 했다. 국가대표 선수들이 자존심을 구겨야 했던 때도 있었다. 파주 NFC가 생길 때만 해도 후배들이 부러웠는데 파주보다 4배나 더 큰 이런 세계적인 시설이 들어선 게 믿어지지 않는다. 이제 국제대회에서 성적을 내지 못 하면 핑계를 대기 어려울 것 같다."


축구장 11면에 최신식 시설 완비
대표팀 훈련_연합뉴스 제공 대표팀 훈련 (연합뉴스 제공)

공식 준공식을 앞두고 소집 훈련을 시작한 축구대표팀은 지난 11월 10일 천안의 잔디를 처음으로 밟았습니다. 홍명보 감독은 "이제는 선수들이 더 편안하게 쉴 수 있고, 훈련에 더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며 흡족해했고, 잔디 상태에 대해서도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잔디인데, 이 정도면 우리 선수들이 충분히 만족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이날 선수들이 훈련한 구장에는 하이브리드잔디가 새롭게 깔려 최상의 퀄리티를 자랑했습니다. 골키퍼 김승규는 "직접 와보니 규모도 생각보다 크고 시설도 다 새것이라 참 좋다. 앞으로 후배들이 이곳에 오려는 큰 동기부여를 가지게 될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천안축구종합센터 숙소동_연합뉴스 제공 천안축구종합센터 숙소동 (연합뉴스 제공)

대한민국 축구종합센터에는 축구 훈련장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국제 경기를 치를 수 있는 4천 명 수용의 스타디움이 있어 각종 국제대회 개최가 가능합니다. KFA(대한축구협회) 아카데미가 설립돼 지도자, 심판, 의무, 피지컬 트레이너, 분석관을 대상으로 심도 있는 교육이 펼쳐집니다. 태극전사들이 마음껏 훈련하고 쉴 수 있는 여건도 마련됐습니다. 총 160명을 동시 수용할 수 있는 숙소 82개실이 지어졌고 230평이나 되는 피트니스센터에서 구슬땀을 흘린 뒤에는 냉온욕을 통해 피로를 풀 수 있습니다. 또 대형 스포츠센터가 건설돼 수영, 농구, 배드민턴, 테니스를 할 수 있고 아주 가까운 거리에 있는 유스호스텔까지 개장하면 상당한 금액의 수익도 올릴 수 있습니다. 대한축구협회는 내년부터 방문객이 점차 늘어나 오는 2030년에는 연간 67만 명이 천안을 방문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대한축구협회가 본격적으로 새로운 축구센터를 만들기로 결정한 것은 지난 2018년입니다. 2002 한일월드컵 준비 과정에서 만든 파주 NFC(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가 여러 한계를 드러냈기 때문입니다. 우선 파주 NFC 시설이 노후화된 데다 무상임대 기간도 만료됐습니다. 또 지리적으로 국토 전체로 봤을 때 서북쪽에 치우친 곳에 위치해 선수단 이동에 상당한 불편을 겪었습니다. 그래서 지난 2018년 5월 18일 조현재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을 위원장으로 한 '제2의 NFC 추진위원회'를 발족했는데 2019년 1월 후보지 마감 결과 전국 24개 지자체가 참여할 정도로 뜨거운 관심을 보였습니다. 이후 서류심사와 프레젠테이션, 현장 실사 등을 거쳐 그해 5월 후보지가 천안, 상주, 경주로 좁혀졌고 2019년 8월 마침내 천안시가 최종 낙점돼 2022년 4월 첫 삽을 뜨게 됐습니다.
축구종합센터 기공식 단체사진_대한축구협회 제공 축구종합센터 기공식 (대한축구협회 제공)



이동이 편리, 축구협회 행정도 천안 이전
그럼 대한민국 축구종합센터는 왜 천안으로 갔을까요? 축구협회는 파주 NFC가 주로 국가대표 훈련에만 적합하다는 한계를 직시하고, 새로운 센터는 전국 축구인들의 이동이 편리한 위치에 만들어 다양한 연령대 대표팀과 심판, 지도자, 동호인들이 함께 사용하는 종합센터로 확대하겠다는 미래 비전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천안의 강점은 국토의 정중앙에 위치하면서도 수도권과 근접해 전국의 축구선수, 동호인, 일반 팬이 가장 접근하기 좋은 곳이라는 것입니다. 서울 강남 지역에서 자동차로 1시간 밖에 걸리지 않습니다.
천안축구종합센터_연합뉴스 제공 천안축구종합센터 (연합뉴스 제공)

또 단지 트레이닝센터의 개념이 아니라 협회의 행정 기능 전체가 천안으로 이전해 업무의 통합성과 시너지 효과를 기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됐습니다. 천안시 입장에서는 파격적인 투자를 약속한 것이 선택을 받은 요인이 됐습니다. 천안시는 '퍼주기'라는 일각의 비난을 받으면서까지 다른 지자체를 압도하는 조건을 제시하는 승부수를 띄웠는데 이것이 적중한 것입니다.


스포츠 단체-지자체 협업 성공 사례
축구종합센터의 천안 이전은 스포츠단체와 지방자치단체가 협업해 새로운 롤 모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도 큰 의미가 있습니다. 현재 대한민국은 수도권 집중으로 인한 '지방 소멸'이라는 심각한 사회적 이슈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수도권 인구 비중은 이미 2020년 비수도권을 넘어섰고, 2052년에는 전체의 53.4%로 확대될 전망입니다. 특히 청년층(15~34세)은 해가 갈수록 수도권으로 몰리고 있습니다.

이런 '지방 소멸' 현상을 막기 위한 정책적 대안의 하나로 체육계와 학계를 중심으로 스포츠 거점도시(또는 지역특화 스포츠도시) 개념이 등장했습니다. 즉 대규모 스포츠 시설을 확보해 국내외 스포츠 대회나 'MICE 사업'을 유치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한다는 전략입니다. 고원지대라는 점을 이용해 각종 여름 전지훈련이나 하계대회를 유치하는 강원도 태백, 국내 서핑의 성지로 부각된 강원도 양양 등이 대표적인 국내 사례이고 해외에서는 철강 산업의 퇴락 이후 스포츠로 부활한 영국 셰필드나 맨체스터, 자동차 산업의 쇠퇴를 스포츠로 보완한 미국의 인디애나폴리스 등이 사례로 꼽힙니다.
축구종합센터 스타디움 경관조명_대한축구협회 제공 축구종합센터 스타디움 (대한축구협회 제공)

거액의 건설비가 투입되는 대한민국 종합축구센터가 완공될 수 있었던 결정적 힘은 대한축구협회와 천안시의 철저한 협업 정신입니다. 축구종합센터를 짓는 데 대한축구협회와 천안시는 가장 중요한 공사비를 분담했는데 축구협회가 1,783억 원을 천안시가 2,360억 원을 내놓았습니다. 양자간 협약서에 따라 '대한축구협회는 유-청소년 전국축구대회를 신설하고 해당 대회의 전 경기를 향후 10년간 천안시 관내에서 개최한다'고 명기하는 등 여러 가지 구체적인 사업계획도 마련했습니다. 쉽게 말해 두 단체가 수익을 내고 서로 '윈 윈'할 수 있는 탄탄한 주춧돌이 세워진 것입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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