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 BBC 방송
영국 공영방송 BBC가 거액의 소송을 예고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정식으로 사과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현지시간 12일 보도했습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연설을 의도적으로 짜깁기해 방영했다는 논란이 불거진 BBC에 오는 14일까지 요구하는 조처를 하지 않으면 10억 달러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BBC 측에 통보했습니다.
BBC는 지난해 11월 미 대선 직전 방영한 '트럼프: 두 번째 기회?' 특집 다큐멘터리에서 미 의회 폭동이 일어난 2021년 1월 6일 트럼프 연설을 편집해 넣었습니다.
이 다큐멘터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 세 부분을 한 문장처럼 보이도록 짜깁기해 의회 폭동을 선동한 것처럼 보이게 했다는 지적을 받았습니다.
당시 다큐멘터리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는 의사당으로 걸어갈 겁니다. 나도 거기에서 여러분과 함께할 것입니다. 우리는 싸울 것이고, 필사적으로 싸울 겁니다"라고 말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BBC는 문제의 편집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폭력을 직접 선동한 것처럼 보이게 하는 인상을 줬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지난 9일 팀 데이비 BBC 사장과 데버라 터네스 뉴스·시사 총책임자가 사임했습니다.
가디언에 따르면 사미르 샤 BBC 이사회 의장이 이미 이 편집에 대해 사과한 만큼, 회사 고위 관계자들은 더 개인적이고 직접적인 사과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내는 공식 답변에 포함해도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다만 BBC 내부에서는 이번 사과를 계기로 트럼프 대통령 관련 미국 보도 전반에 대한 비판에는 오히려 반박할 수 있게 됐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 의회 조사위원회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자들의 의사당 공격을 저지하기 위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습니다.
실제로 소송이 제기되면 BBC는 트럼프 대통령과 공개적으로 법정 싸움을 벌이거나 정치적으로 민감한 합의금을 지불해야 하는 곤혹스러운 선택지에 직면하게 됩니다.
BBC는 영국 국민이 납부하는 수신료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이어서 합의금 지급은 상당한 정치적 후폭풍을 불러올 수 있습니다.
다만 법률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승소 가능성을 회의적으로 본다고 가디언은 전했습니다.
소송을 진행할 미국 플로리다주의 법률이 표현의 자유에 비교적 우호적이고, 문제의 다큐멘터리 에피소드가 플로리다에서 방영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또 영국에서 법적 조치를 하기에는 다큐멘터리 방영 시기가 꽤 지났고, 트럼프 대통령이 이 방송으로 인해 실제 손해를 봤다는 사실도 입증해야 합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언론의 비판을 공격하는 수단으로 소송을 자주 활용하며, 일부 언론사는 상업적 이해관계를 고려해 합의를 선택하기도 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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