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카이치 일본 총리
일본 주재 중국 고위 외교관이 '타이완 유사시 일본이 집단 자위권(무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다카이치 일본 총리 등 일본 정가의 입장을 겨냥해 극언을 동원한 거친 비난을 쏟아냈습니다.
이에 일본 정부가 불쾌감을 나타내며 중국에 강하게 항의하고, 중국은 유감 표명 없이 '강 대 강'으로 맞서면서 지난달 하순 다카이치 총리 취임 이후 타이완 문제를 둘러싼 중일 간 신경전이 가열되는 양상입니다.
일본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쉐젠(薛劍) 주오사카 중국 총영사는 어제 엑스(X) 계정에 일본어로 올린 글에서 "'타이완 유사(전쟁이나 재해 등 긴급상황)는 일본 유사'는 일본의 일부 머리 나쁜 정치인이 선택하려는 죽음의 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일본 헌법은 차치하더라도 중일 평화우호조약의 법적 의무를 위반하고 제2차 세계대전 승리의 성과 중 하나인 타이완의 중국 복귀를 무시하는 것"이라며 "패전국으로서 이행해야 할 승복 의무를 저버리고 유엔 헌장의 옛 적국 조항을 완전히 망각한 매우 무모한 시도"라고 했습니다.
쉐 총영사는 "아무쪼록 최저한의 이성과 준법정신을 회복해 이성적으로 타이완 문제를 생각하고 패전과 같은 민족적 궤멸을 당하는 일을 다시 겪지 않기를 바란다"고 경고했습니다.
그는 이날 올린 다른 글에서도 '타이완 유사는 일본 유사'라는 인식이 "중국에 대한 명백한 내정 간섭이자 주권 침해"라고 강조했습니다.
쉐 총영사는 다카이치 총리가 지난 7일 중의원(하원)에서 일본 현직 총리로는 처음으로 타이완 유사시 일본이 집단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는 '존립위기 사태'에 해당할 수 있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8일 '더러운 목을 벨 수밖에 없다'는 극단적인 글을 올렸다가 지우기도 했습니다.
산케이신문은 사실관계와 글을 쓴 의도 등을 확인하기 위해 주오사카 중국 총영사관에 전화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고 덧붙였습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에서 쉐 총영사가 올린 글에 대해 "중국의 재외 공관장으로서 매우 부적절하다"며 외무성과 주중 일본대사관이 중국 측에 강하게 항의하고 조속히 삭제할 것을 촉구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중국 측이 명확한 설명을 하도록 요구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기하라 장관은 쉐 총영사를 강제 출국시킬 계획이 있는지에 관한 질문에는 명확하게 답하지 않았습니다.
다카이치 총리의 타이완 관련 발언에는 제1야당 입헌민주당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입헌민주당 노다 요시히코 대표는 지난 8일 취재진과 만나 "매우 놀랐다"며 "국내외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노다 대표는 이전 총리들은 타이완 유사시 집단 자위권 행사와 관련해 어느 정도 수위를 조절해 발언했다면서 다카이치 총리가 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나 다카이치 총리는 이날 중의원에서 입헌민주당 의원 질의에 해당 발언을 철회·취소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중국 외교부는 쉐 총영사의 글이 '개인적' 언급이라고 선을 그으면서 오히려 일본을 강하게 비난했습니다.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외교관의 개인적인 글이 겨냥한 것은 타이완을 중국 영토에서 분열시키려는 망상과 타이완해협 무력 개입을 고취하는 잘못되고 위험한 발언"이라며 "몇몇 일본 정객과 매체는 힘껏 이를 과장 선전하는데, 이는 이목을 현혹하고 초점을 옮기려는 것으로 무책임하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다카이치 총리가 중의원에서 타이완 유사시 개입에 관한 언급을 한 것에 대해선 "일본 정부가 지금까지 해온 정치적 약속에 심각하게 위배되는 것으로, 그 성질과 영향이 극도로 나쁘다"며 "중국은 이에 강한 불만과 단호한 반대를 표하고, 이미 일본에 엄정한 교섭 (외교 경로를 통한 항의)과 강한 항의를 제출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일본이 즉각 중국 내정 간섭을 중단하고 도발과 선 넘기를 멈추며 잘못된 길을 더 멀리 가지 않기를 촉구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강경 보수 성향으로 알려진 다카이치 총리는 작년 9월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 당시에도 중국이 타이완을 상대로 해상 봉쇄를 강행할 경우 존립위기 사태가 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다카이치는 올 4월 국회의원 자격으로 타이완을 방문하는 등 친타이완 행보를 이어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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