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이른바 '노상원 수첩'과 관련해 저희가 단독 취재한 내용으로 이어갑니다. 12·3 비상계엄의 설계자로 지목된 노상원 전 사령관이 작성한 수첩에 대해, 내란 특검팀이 전담 해독팀을 투입했습니다. 그동안 해독 불가였던 군 인사 관련 글자들을 해독해 낸 걸로 확인됐습니다. 그 결과 계엄 준비 시점이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앞선, 지난 2023년 10월 이전으로 특정되는 구체적인 정황이 드러났습니다.
먼저 한성희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기자>
12·3 비상계엄 이후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구속된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작성한 수첩입니다.
그간 지난해 4월 총선 이전 작성된 것으로 추정했었는데, 내란 특검팀이 구체적 작성 시점을 이보다 앞선 2023년 10월 이전으로 특정한 걸로 SBS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그동안 판독 불능이던 수첩의 한 페이지를 특검팀이 해독한 겁니다.
여인형 화살표 소형기, 박안수 김흥준, 그 아래에 손식 등 이름이 확인된 건데, 이들 모두 2023년 10월 전후 진급 또는 인사 대상자였습니다.
여인형은 2023년 11월 중장 진급해 방첩사령관으로, 소형기는 같은 시기 방첩사 2인자로 진급했고, 계엄사령관이던 박안수는 2023년 10월 대장 진급과 동시에 육군참모총장, 김흥준은 육본 참모부장으로 임명됐습니다.
손식도 같은 시기 대장으로 진급해 지상작전사령관이 됐습니다.
손식 바로 아래 적힌 '강은 차후'라는 글자는 '강호필은 차후 진급'시킨다는 뜻으로 특검은 결론 내렸는데, 손식 대장의 육사 47기 동기인 강호필은 실제 이듬해인 2024년 대장으로 진급해 후임 지상작전사령관이 됐습니다.
현재까지 여인형, 박안수 외에 나머지 장성들과 비상계엄의 연관성은 확인되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특검은 수첩 내용을 토대로 노 전 사령관이 최소한 비상계엄 1년 3개월 전인 2023년 10월 이전부터 수첩을 작성해가며 계엄 준비를 한 것으로 강하게 의심하고 있습니다.
특히 같은 페이지에 적힌 "별표 역행사 대비, 민주당 쪽, 9사단, 30사" 단어도 이를 뒷받침한다고 특검은 보고 있습니다.
군에서 통상 계엄 실행은 '행사', 계엄 실행을 막는 걸 '역행사'라고 쓰는데, 계엄을 실행한 직후 민주당을 비롯한 계엄 저지 세력이 '역행사'를 시도하면서 서울 근처의 9사단과 30사단을 동원할 가능성을 차단하려고 준비한 걸로 특검은 해석하고 있습니다.
이런 수첩 내용들이 새롭게 확인되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 첫 논의 시점이 공소장에 적시된 '지난해 3월 안가 회동'보다 앞당겨질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노 전 사령관은 그간 특검 조사에서 "계엄 이후 술에 취해 수첩을 작성한 것"이라며 수첩의 의미와 작성 경위를 함구해 왔는데, 특검의 수첩 해독으로 이런 주장의 신빙성은 더 낮아지게 됐습니다.
(영상편집 : 전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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