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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빨래' 주인공 제 이름 땄죠…20년 만에 할매 역 자청했어요" [스프]

[더 골라듣는 뉴스룸] 연출가 추민주, 배우 서나영

뮤지컬 '빨래' (사진 : (주)씨에이치수박)
뮤지컬 '빨래'의 주인공 나영은 배우 서나영 씨의 이름을 딴 캐릭터인데요, 서나영 씨는 친구 추민주 씨의 졸업 공연이었던 '빨래'의 첫 주인공이었다가 이후 희정엄마 역으로, 그리고 주인할매 역으로 '빨래'의 20년 역사를 함께 하고 있습니다. 

'빨래'는 여성, 모성, 노동, 외국인, 장애, 돌봄 등등, 다른 뮤지컬들이 거의 다루지 않았던 이야기들을 생생하게 그려내 많은 이들의 공감을 끌어냈는데요, 한 작품 안에서 세 세대의 여성을 모두 연기한 배우, 그리고 여전히 도전을 이어가는 여성 창작자 추민주 씨 이야기 들어봅니다. 
 

김수현 기자 : 나영 씨는 어떠세요? 나영 씨였다가 희정엄마였다가 지금 할매까지 하고 계신데.

서나영 배우 : 너무 영광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이런 역할이 쉽지 않잖아요. 대학로에, 특히 뮤지컬은 중년의 여자 배우들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잘 없거든요. 근데 이렇게 세 개를 다 할 수 있다는 건. 그런 배우들이 더 나타났으면 좋겠고, 그만큼 롱런을 했다는 거고 그 역할들이 다 매력적이라는 거고 실제 있을 법한 훌륭한 캐릭터라는 거여서 후배들이 더 나왔으면 좋겠고 저도 건강을 유지해서 오래오래 할머니 역할을 했으면 좋겠고. 다른 역할들도 두 번 도전하는 배우들이 많이 나타나더라고요. 배우들한테는 참 좋은 프로덕션, 모범이 되고 있는 프로덕션인 것 같아요.

김수현 기자 : 중간에 외국에 가셨다가 오신 거예요? 한동안 참여를 못 하셨다고.

서나영 배우 : 네, 초반에 참여를 많이 못했어요. 셋째까지 낳고 애 키우고 이러다 보니 열심히 참여를 못했죠. 그래서 좀 미안한 마음이 있어요. 특히 초창기에 우리가 어떻게 했었는지를 너무 잘 아는 사람 중에 하나로서 그 시간들을 버텨내고 지금까지 있다는 것만으로도 귀하고 감격스럽고 자랑스러워요.

그 당시에 사실 여자 연출가를 잘 키우지도 않았고 학교에서 비주류였어요. 또 다 가난해서 다 옥탑방에 살면서 이쪽 옥탑방에서 저쪽 방 부르면 뿅뿅뿅 나타나던 시절이었는데, 그런 시간을 또 겪어내고. 현장에 나와서도 쉽지 않았죠. 제가 일일이 옆에 없었지만 그 시간들이 추정되니까 잘 버텨준 것이 너무 감사하고 자랑스럽죠.

저는 배우니까 다르거든요. 연출이 프로덕션을 살려내서 버티기가 진짜 쉽지 않거든요. 배우는 어떻게 생각하면 캐스팅 돼서 그 작품 잘 해내고 잘 해나고 하면 되는데, 다르거든요.

김수현 기자 : 지금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으로.

추민주 연출가 : 만감이 교차합니다. (웃음) 공연은 한 사람의 능력으로 해내는 일이 아니라 다 같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저는 나영이와 항상 있을 줄 알았어요. 그런데 졸업 공연 끝나고 유학을 가게 된 거예요. 울었어요.

서나영 배우 : 1차를 같이 준비하다가 제가 빠졌어요. 미안하죠.

추민주 연출가 :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것도 어렵고 '얘는 왜 내 옆에 없어서 내가 이렇게 힘든가' 너무 보고 싶고, 유학을 마치고 돌아오면 같이 해야지 생각했는데, 돌아와서 오디션을 보고 2009년에 희정 엄마 역을 했죠.

처음에도 '나영아 같이 하자' 내가 이야기했고, 2009년에도 같이 해보자고 먼저 제안했고, 그런데 이번에 주인할머니 역할은 제가 먼저 하자고 하지 않았어요. (웃음) 자기가 먼저 오디션을 보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아, 잘 됐다. 그동안 내가 계속 하자 하자 했는데 결국 네가 먼저 찾아온다.' (웃음)
뮤지컬 빨래 사진 : (주)씨에이치수박

김수현 기자 : 지난번에 '이상한 나라의 춘자씨'를 하셔서 할머니 역할에 자신이 붙으신 것 같아요.

서나영 배우 : 그런 것도 있고, 제가 노래에 늘 자신이 없거든요. 노래 훈련을 하면서 음악 선생님이 '이거 했으니 그다음 도전하시죠?' 이렇게 도전에 기운이 생기면서.

(뮤지컬 '빨래' 극중 장면 감상)

김수현 기자 : 저분도 되게 사연이 많은 분이잖아요.

서나영 배우 : 네, 맞습니다. 초연할 때는 잘 몰랐는데 '빨래'를 쭉 지켜보면서, 특히 제가 나이가 좀 들고 보이는 게, 목소리를 잘 주지 않았던 캐릭터들에게 목소리를 많이 줬어요. 나영이도 대학을 나오지 않은, 서점에서 일을 하고 야간 대학을 다니는 20대 여자를 주인공으로 세워서 그녀의 목소리를 들었다는 것과, 외국인 노동자가 남자 주인공이었고.

희정 엄마도 특이한 설정이었어요. 자식을 버리고 나와서 애인이 결혼하자고 해도 마다하고 내 방 하나를 지키면서 사는 여자. 주인할매도 자식이 둘인데 둘 다 아빠가 다른, 그렇지만 부끄럽지 않게 키워내고 있는. 그리고 장애인이 등장하죠. 당시에는 충격적인 캐릭터였고 지금도 이 사람들의 목소리가 아직 많이 나오지 않거든요. 지금 생각하면 앞서 나갔다. '이거를 그때 썼다고? 도대체 얘는 무슨 생각으로 이걸 그때 썼지?'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있어요. (웃음)

추민주 연출가 : 이 사회가 정상성을 굉장히 강요하고 있다는 생각을 어렸을 때부터 했던 것 같고요. 할머니가 시각장애인이셨는데 나이가 들고 서울에 와서 '우리 할머니가 여기서 살면 너무 힘들었겠다'.

실제로 우리가 살아가는 것은 정상적이라고 말하는 것에서 벗어난 삶이 대부분인데, 특히 여성이 이 사회에서 살아가는 게 쉽지 않은 만큼 다양한 삶이 있을 거고, 그런 다양한 삶을 보여주고 그게 오히려 더 현실적이어서 이야기로 만났을 때 재미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병희 아나운서 : 할머니 역할을 주려고 했던 동료가 '나 괜찮아' 하셨어요? 다들 사연이 너무 많은 배역들이니까.

추민주 연출가 : 첫 대본을 써서 연습실에서 읽는데, 그 역할을 맡았던 맡았던 선배 언니가 '나는 반대한다. 굳이 둘째 자식과 첫째 자식이 아빠가 달라야 될 이유가 뭐냐? 애써 자식을 키우면서 살아가는데 불명예다' (웃음) 다른 스태프 한 명도 반대해서 8시간을 토론하고, 밥 먹고 토론하고 버스 타고 가면서 토론했어요.

'나의 도덕적인 잘못으로 인해서 내 딸이 장애가 있는 게 아닐까' 많은 부모들이 장애를 가진 자식이 태어났을 때 본인의 잘못으로 돌리는데 그렇지 않다. 자기가 걸어온 삶을 반추했을 때 걸림돌이 있는 것이 삶을 더 풍성하게 만들고 실제로 우리의 삶도 그렇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 핏대를 엄청 올렸던 것 같아요. '그러면 언니가 이 사람의 설정을 다시 써봐라. 그래서 토론하자' 주거니 받거니 엄청 했어요. 그러다가 마지막에 '아, 난 네가 너무 힘들다. (웃음) 어쨌든 관객이 보고 할 이야기가 있을 테니까 일단 공연을 해보자' 그렇게 됐었어요.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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