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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로 빚어내는 검은빛의 향연

<앵커>

중년 화가 김은주 작가는 30여 년간 하얀 종이 위에 연필로만 그림을 그려오고 있습니다. 연필 고유의 광택을 활용해 풍부한 질감과 양감을 만들어내며 검은빛의 향연을 펼칩니다.

이주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가만히, 그려보다 / 21일까지 / 서울아트나우]

커다란 꽃송이와 주변의 크고 작은 꽃들이 어우러져 있습니다.

빽빽하게 들어찬 꽃잎은 조금의 틈도 없습니다.

희뿌연 꽃병 위로 탐스러운 꽃 더미가 가득합니다.

각양각색인 꽃의 화려함이 검은빛을 내는 연필로만 표현돼 있습니다.

연필의 검은색은 단색이 아닙니다.

[김은주/작가 : 색이 하나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거든요. 그 연필이 가진 특유의 광택이라고 해야 될까요.]

넘실대는 파도는 빛의 각도에 따라 일렁이며 생동감을 더합니다.

단순한 데생이 아니라 유화 물감을 덧칠하는 것처럼 수없이 많은 연필의 선을 쌓아 올리면서 고유한 질감과 양감을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김은주/작가 : 이 작업을 유화하듯이 연필을 계속 쌓고 쌓고 해서 이런 강물의 느낌이 날 때까지 그릴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작가는 연필 하나만으로 화면의 깊이와 폭을 채워나갑니다.

마치 수행을 하듯 반복되는 지난한 작업을 통해 내면 깊숙한 곳에 응축된 생명력을 화면 위에 쏟아냅니다.

무념무상의 선 긋기는 자기 자신마저 잊은 채 그리는 행위와 하나가 되는 과정입니다.

[김은주/작가 : 어느 순간 그림은 의도를 넘어선 무의식의 세상이더라고요. 제가 무엇을 할지 저도 모르더라고요. 정신 차리고 보면 저 그림이 되어 있더라고요.]

연필의 흑연은 동양화에서 먹의 농담처럼 다양한 빛깔을 빚어냅니다.

하얀 종이의 여백은 그 검은빛의 향연을 담담하게 품고 있습니다.

(영상편집 : 김진원, VJ : 오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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