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나폴레옹 군대 몰락 초래한 전염병은 장티푸스성 열·재귀열"

"나폴레옹 군대 몰락 초래한 전염병은 장티푸스성 열·재귀열"
▲ 러시아에서 철수하는 나폴레옹 군대를 묘사한 작품

1812년 러시아 제국을 침공한 나폴레옹 군대를 몰락시킨 요인 중 하나인 전염병은 알려진 것과 달리 발진티푸스(typhus)가 아니라 장티푸스성 열(enteric fever)과 재귀열(relapsing fever)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프랑스 파스퇴르연구소(Institut Pasteur) 니콜라스 라스코반 박사팀은 그제(25일) 과학 저널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서 당시 러시아를 침공했던 병사들의 치아에서 추출한 DNA를 분석, 장티푸스성 열과 재귀열을 일으키는 두 가지 병원체의 DNA를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라스코반 박사는 "옛날 DNA는 아주 짧게 조각나 있어 PCR 기술로는 분석이 어렵지만 이 연구에서 짧은 조각까지 포착 가능한 최신 분석법으로 더 넓은 범위의 병원 DNA를 찾아냈다"며 "200년간 묻혀 있던 나폴레옹 군대의 전염병 원인을 현대 기술로 찾아내고 진단할 수 있다는 게 흥미롭다"고 말했습니다.

프랑스 황제 나폴레옹 보나파르트는 1812년 여름 50만~60만 명의 대군을 이끌고 러시아 제국을 침공했습니다.

러시아 제국은 나폴레옹 군 진격 경로 주변을 초토화하며 후퇴하는 작전으로 맞섰습니다.

나폴레옹 군대는 모스크바 점령에 성공했으나 철수하는 동안 굶주림과 추위, 전염병에 직면해 그해 12월에는 살아남은 병사가 수만 명에 불과할 정도로 전멸했고, 이 전쟁은 나폴레옹 제국이 몰락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습니다.

나폴레옹 군대에 퍼진 전염병의 정체는 수 세기 동안 논쟁 대상이 돼 왔습니다.

당시 의사와 장교들은 기록을 토대로 전염병이 발진티푸스(typhus)였을 가능성이 유력하게 제기돼 왔으나 확인되지는 않았습니다.

특히 나폴레옹 군대 병사의 유해에서 티푸스 매개체인 몸니(body louse)까 발견되고 티푸스 원인균인 리케차 프로바제키이(Rickettsia prowazekii) DNA가 검출돼 발진티푸스 설에 힘에 실렸습니다.
(사진=Current Biology, Barbieri et al. 제공, 연합뉴스)
연구팀은 나폴레옹 군 후퇴 경로에 있던 리투아니아 빌뉴스의 나폴레옹 군 집단 매장지에서 2002년 발굴된 병사 13명의 치아에서 DNA를 추출해 분석하고, 고대 DNA 연구에 사용된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법으로 감염원을 식별했습니다.

그 결과 병사들의 유해에서는 발진티푸스 흔적이나 병원체는 전혀 발견되지 않았고, 대신 장티푸스성 열(enteric fever)을 일으키는 살모넬라 엔테리카(Salmonella enterica)와 역시 몸니를 통해 전파되는 재귀열 원인균 보렐리아 리커렌티스(Borrelia recurrentis)가 확인됐습니다.

또 나폴레옹 병사들에게서 발견된 보렐리아 리커렌티스 균주는 약 2천 년 전 철기시대 영국에 존재했던 균주와 같은 계통에 속하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하지만 이전 연구에서 당시 증상 기록을 근거로 병원체로 지목됐던 티푸스 병원균 리케차 프로바제키이와 참호열(trench fever) 병원균 바르토넬라 퀸타나(Bartonella quintana)는 검출되지 않았습니다.

라스코반 박사는 이 연구는 고대 DNA 분석 기술이 감염병 진화를 밝혀내는 강력한 도구임을 보여주며 또한 이전에는 드러나지 않았던 장티푸스성 열이나 재귀열이 나폴레옹 군대 '그랑다르메'(Grande Armee)의 주요 몰락 요인 중 하나였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말했습니다.

(사진=Barbieri et al., Current Biology 제공, 연합뉴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딥빽X온더스팟
SBS 연예뉴스 가십보단 팩트를, 재미있지만 품격있게!

많이 본 뉴스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연합뉴스 - 국내최고 콘텐츠판매 플랫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