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캄보디아 태자단지입니다. 수도 프놈펜에서 약 40km 정도 떨어진 곳인데요. 현지에서 한때 최대 범죄 구역으로 꼽힌 이곳, 제가 직접 안으로 들어가서 어떤 상태인지 살펴보겠습니다. 망고, 원구와 함께 프놈펜 인근 3대 범죄 단지 중 하나로 꼽히는 이곳 태자 단지는 최대 500명이 동시에 식사할 수 있는 대형 식당까지 갖춘 상상 이상의 규모입니다. 그야말로 작은 왕국처럼 이 안에서 먹고 마시고 자고 일하고 모든 게 가능했습니다.
"핸드폰 가게까지 있어요. 테크놀로지. 안에 보면 무전기나 키보드, 이런 것들이 그대로 남아 있네요."
"미용실까지 있습니다. 머리 감는 곳이 엄청 많아요."
"안에 침대가 병실 침상 같은 게 있고 그 맞은편에는 의약품들이 저렇게 가득 쌓여 있습니다."
이 범죄 단지 안에는 이렇게 노란색 간판이 달려 있는데 모양으로 봤을 때 안에서 맥주를 팔던 것으로 보입니다. 내부를 자세히 보면은 생맥주를 담는 저런 용기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4층짜리 빌라형 건물 수십 채가 성벽처럼 빽빽하게 들어서 있고, 높이 5미터의 담장이 단지를 빙 둘러싸고 있습니다. 안에서는 어떤 인기척도 없어서 마치 유령마을 같았습니다. 이 범죄 단지를 둘러싼 담벼락 위에는 철조망이 둘러쳐져 있고 CCTV까지 설치돼 있습니다. 지난 6월 현지 경찰의 대대적인 단속 이후 지금은 경찰관과 군인 약 30명이 관리하는 상태입니다. 캄보디아 경찰이 첩보를 입수하고 이곳을 급습했을 땐 이미 피의자들은 달아난 뒤였다고 합니다.
"뭔가 이렇게 젓가락이나 꼬치 같은 걸 사용한 흔적들이 아직도 남아 있습니다. 음식물 쓰레기통도 그대로 남아 있고 여기 보시면은 사람들이 사용했던 식기들, 그릇들, 냄비, 프라이팬, 심지어 냉장고까지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이 냉장고 안에 뭐가 있을지는 무서워서 열어볼 수도 없습니다. 버려진 오토바이도 있고요. 소화기까지 갖췄네요."
"화장실도 눈에 띄는데요. 역시 인기척 없고, 여기 사람들이 쓰다가 두고 간 속옷까지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안마 의자인가, 그거구나 리클라이너."
"누군가 실제로 거주했던 걸로 보이는 침대가 그대로 놓여 있고요. 책상 위에는 키보드와 마우스, 그다음에 용도를 알 수 없는 각종 상자와 음료수병들이 너저분하게 널려 있습니다. 이쪽 안쪽으로 들어가 보면은 어두워서 잘 보이진 않는데, 안에 화장실과 이렇게 변기 그다음에 온수가 나올 수 있는 수도 시설들, 그다음에 온갖 집기들이 널려 있습니다."
한국을 비롯해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에서 유인된 외국인들이 이곳에 감금돼 보이스피싱 등 범죄에 동원됐던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이들의 사기 수법은 '돼지 도살'로도 불립니다. 돼지처럼 살을 찌운 뒤 도살한다, 즉 피해자와 신뢰를 쌓은 후 돈을 가로채는 수법을 뜻합니다. 이곳에서 저희 취재진은 한국인 신분증 여러 개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한글이 써 있네. 여기에 보면 우리나라 말로 김OO, 농협 계좌번호가 쓰여 있고 카카오톡 지갑, 여기 한국인 신분증까지 그대로. (이거 다 신용카드입니다. 한국 신용카드 국내.) 이쪽을 보시면 한국인들의 주민등록증과 자동차 운전면허증이 여러 개 널려 있습니다. 하지만 그 주인들은 지금 어디에 있는지 그 행방을 찾을 수가 없는 상태입니다. 누군가 사용했던 걸로 보이는 OTP 열쇠 그다음에 통장까지 이렇게 너저분하게 널려 있고요. 곳곳에는 누가 사용했는지 알 수 없는 이런 집기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현지 경찰 단속에 급하게 도주했는지, 생활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었습니다. 이곳에 외국인들은 감금한 배후엔 프린스그룹이 있죠. 프린스그룹은 한국에도 사무실을 두고, 국내 4개 은행에 총 912억 원을 예치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우리 금융기관도 프린스그룹에 대한 제재에 나섰는데요. 천즈 회장이 사라지면서 피해 회복과 처벌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취재: 최승훈 / 영상취재: 김한결 / 구성: 박서경 / 영상편집: 소지혜 / 디자인: 이수민 / 제작: 디지털뉴스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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