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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이기에 가능하지만…이벤트는 이벤트일 뿐 [스프]

[안정식의 N코리아 정식] 화려한 이벤트보다 실질적인 협의가 중요

판문점에서 같이 선 남북미 정상 (2019년 6월)
경주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국에 오는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의 북미 정상 회동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유엔사는 이달(10월) 말부터 다음 달(11월) 초까지 판문점 특별견학을 중단시키고 북미 정상 만남에 대비하고 있다 하고, 북미 정상 만남에 대비하는 미국 준비팀이 한국에 와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의 호응이 관건인데, 지난 22일 미사일을 발사한 것을 보면 북한의 반응이 부정적이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북, 최근 '북미 정상 접촉' 가능성 열어 놔
하지만, 최근 북한에서는 북미 정상 간 접촉 가능성을 열어놓는 듯한 신호가 포착돼 왔습니다.

김정은은 지난달 최고인민회의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과의 대화 의사를 밝혔습니다. '미국이 비핵화 집념을 털어버리고 현실을 인정한 데 기초해 북한과의 평화공존을 바란다면 미국과 마주 서지 못할 이유가 없다'면서, "아직도 개인적으로는 현 미국 대통령 트럼프에 대한 좋은 추억을 가지고" 있다고 밝힌 것입니다. 비핵화 논의는 하지 않겠다는 전제를 달긴 했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만날 의향이 있음을 내비친 것에 주목할 만했습니다.
지난달 최고인민회의에서 연설하는 김정은

김정은은 이어 지난 10일 노동당 창건 80주년 열병식 연설에서, 국방력 강화를 강조하면서도 대미 비난은 하지 않았습니다. 열병식이라는 행사가 무력을 과시하는 자리이고, 이날 열병식에서 미국을 타격할 수 있는 신형 고체 ICBM '화성-20형'이 공개됐지만, 정작 김정은의 연설에서는 미국을 위협하는 발언이 나오지 않은 것입니다. 일종의 수위조절이라고 볼 수도 있는데, 경주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 북미 정상 회동 가능성을 닫지 않은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었습니다.

오는 29일 방한하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북미 정상 회동이 가능하려면 그 전에 북한이 대미 접촉 의사를 좀 더 구체적으로 표현하고 미국이 이를 받아들여 실무적으로 절차를 진행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지난 22일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것을 보면 긍정적인 기대를 하기는 쉽지 않은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2019년의 전례에서 보듯 하루 만에도 만남이 성사될 수 있는 만큼 아직은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만약, 북미 정상 간 만남이 6년여 만에 실현된다면, 그동안 막혀있던 대화의 물꼬가 트이고 북핵 등 한반도 현안문제가 다시 본격적인 협상의 길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2019년 6월 판문점 남북미 정상 회동 돌이켜보면
2019년 6월 판문점 남북미 정상 회동 당시를 돌이켜 보겠습니다.

G20 정상회의 참석차 일본을 방문 중이던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을 방문하기 직전인 6월 29일 아침 SNS에 '김정은 위원장과 DMZ에서 만나 인사하고 싶다'는 메시지를 올렸습니다. 트럼프의 SNS 메시지 이후 5시간 만에 북한에서는 최선희 당시 외무성 제1부상 명의로 '북미 정상 상봉이 성사된다면 의미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담화를 발표했고, 이후 판문점에서의 북미 실무 접촉을 거쳐 다음날인 6월 30일 오후 3시 45분쯤 북미 정상 만남이 판문점에서 이뤄졌습니다. 트럼프가 SNS를 통해 만남 제안을 한 지 32시간 만에 그야말로 전격적으로 북미 정상 회동이 이뤄진 것입니다.

문재인 당시 대통령까지 판문점에 동행해 판문점에서는 남북미 정상이 한 자리에 서는 역사적인 장면이 연출됐습니다. 한반도 문제의 직접 당사자인 남북과 한반도에 군대를 주둔하고 있는 미국의 정상이 한자리에 모인다는 것은 상상 속에서만 존재했을 뿐 현실화되리라고는 생각하기 힘든 일이었는데 그것이 현실로 된 것입니다.
북한 판문점에서 같이 선 남북미 정상 (2019년 6월)

어찌 보면 미국 대통령이 트럼프와 같은 돌발적인 인물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SNS를 통한 32시간 만의 북미 정상 만남은 다른 미국 대통령이라면 시도할 수 없는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습니다. 남북미 정상이 한자리에 서고 북미 정상이 32시간 만에 전격적으로 만나는 역사적인 일이 벌어졌지만, 판문점 북미 정상 만남에서 합의된 것은 북미 실무협상을 2∼3주 내에 재개한다는 것뿐이었고 그마저도 3개월여나 지난 뒤 이뤄진 실무협상은 결국 결렬됐습니다.

시간이 흐른 뒤 보면, 역사적인 판문점 남북미 정상 회동이 북한 문제에 대한 회의감을 더 크게 만든 측면도 있습니다. 남북미 정상이 한 자리에 서는 그야말로 역사적인 이벤트가 벌어졌는데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바뀐 것은 없었다는 것이 하나의 경험으로 자리 잡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남북미 정상이 한 자리에 모여도 해결되는 것이 없는데 과연 북한 문제의 해법이 있겠느냐는 허탈감과 회의감이 생겨난 것도 사실입니다. 결국 실질적인 협상의 진전에 기반하지 않는 이벤트는 그냥 이벤트였다는 것이 증명된 셈입니다.


이벤트는 이벤트일 뿐
2025년 10월, 지금 다시 북미 정상 간 만남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만남이 가능할지 아직은 불투명하지만, 만남이 성사되더라도 현재 북미 간 입장 차이가 확연한 것은 분명합니다. 미국을 비롯한 한미일 3국은 북한 비핵화를 목표로 제시하고 있지만, 북한은 비핵화 논의는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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