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재판소원'에 대한 찬반 논쟁이 뜨겁습니다. '재판소원'은 법원의 재판을 헌재의 헌법소원 심판 대상에 포함하는 것입니다. 쉽게 말하면 기존의 3심제 체제 안에서 받은 법원 판결에 대해, 중대한 인권침해나 법률적 하자가 있다고 생각되면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한 번 더 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재판소원' 도입은 사법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일로, 사실상의 4심제로 변질돼 재판 지연의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재판소원'은 결국 이재명 대통령의 퇴임 후 재판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음모론도 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이 확정 판결로 침해됐을 때 구제할 수 있는 수단이 '재판소원'이라며, 국민 권익 보호를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실 "국민의 방어권 보장 위해 필요"..."4심제 위헌, 사법부 장악 의도"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오늘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재판소원' 추진 필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했습니다. 정 대표는 "재판이 적법한 절차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또 재판이 헌법과 법률을 명백히 위반한 경우에 억울함을 풀 수 있는 길을 열어보자는 것"이라며 "국민을 위해 좋은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판사는 신이 아닙니다. 판사는 실수해도 그냥 넘어가야 합니까. 태산이 아무리 높다고 한들 하늘 아래 뫼일 뿐이고 법원이 아무리 높다고 한들 헌법 아래 기관입니다"
"판사는 신이 아닙니다. 판사는 실수해도 그냥 넘어가야 합니까. 태산이 아무리 높다고 한들 하늘 아래 뫼일 뿐이고 법원이 아무리 높다고 한들 헌법 아래 기관입니다"
어제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재판소원'을 비롯한 사법개혁을 놓고 여야가 격돌하자, 대통령실도 공식 입장을 내고 민주당에 힘을 실어주었습니다.
'재판소원' 관련 대통령실 입장문
"위헌으로 인한 피해와 국민의 기본권 침해를 구제함으로써 국민의 방어권을 보장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하고 있으며 당과 그 필요성에 대해 협의한 바 있습니다. 다만 법률안 발의 등 구체적 대안 수립은 국회의 역할이고 당이 최종 판단한 것입니다"
"위헌으로 인한 피해와 국민의 기본권 침해를 구제함으로써 국민의 방어권을 보장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하고 있으며 당과 그 필요성에 대해 협의한 바 있습니다. 다만 법률안 발의 등 구체적 대안 수립은 국회의 역할이고 당이 최종 판단한 것입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5대 사법개혁안'은 '사법해체안'이라며 비판의 강도를 높였습니다. 나경원 의원은 '민주당의 입법에 의한 사법침탈 긴급 토론회'를 열어 "4심제 재판소원은 명백한 위헌"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장동혁 대표는 축사에서 "베네수엘라가 갑자기 독재국가로 전락한 것도 사법부를 장악했기에 일어난 일이었다"며 "선출된 권력이 권력의 우열 운운하며 맨 위에 서려는 순간 민주주의 국가는 독재국가로 전락한다"고 말했습니다. 국민의힘의 결사 반대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서둘러 '재판소원' 도입 입법을 추진한다는 방침입니다. 검찰 해체에 이은 사법부 개혁 소용돌이 속에 오래 전부터 이어져 온 '재판소원' 논쟁에 불이 붙었습니다.
"국민 기본권 구제 강화" vs "위헌 소지, 사법 비용 증가"
민주당이 손보려고 하는 것은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입니다. 현행 헌법소원제도는 공권력에 의한 기본권 침해에 대하여 헌법재판소에 구제를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법원의 재판은 원칙적으로 헌법소원의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습니다. (재판소원이 예외적으로 인정되는 경우는, 법원이 헌법재판소에 의해 위헌으로 결정된 법률을 적용하는 경우에 한합니다) 지난 1988년 헌법재판소가 설립될 때 재판을 헌법소원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사법권을 헌재와 법원에 배분하는 과정에서 법적 분쟁을 신속하게 해결하고 사법권의 독립을 보장하기 위해섭니다. 헌재도 2001년 결정 판례에서 '헌재법이 재판을 헌법소원의 대상에서 제외하더라도 이것은 헌법의 위임에 따라 국회가 입법정책적으로 판단하여 결정한 것으로 개인의 평등권과 재판청구권을 침해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국민의 기본권에 영향을 주는 공권력은 입법과 행정 뿐만 아니라 사법의 영역에서도 작동하고 있기 때문에, 완전한 기본권 보호를 위해서는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 즉 '재판소원'이 필요하다는 문제제기가 오래 전부터 있어 왔습니다.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에 의해 헌법소원이 금지된 '법원의 재판'에는 형식과 종류를 불문하고 법원의 모든 재판행위가 포함됩니다. '재판소원' 도입을 찬성하는 쪽에서는 헌법소원의 본질이 국민의 기본권 확보를 위한 구제절차라는 점에서, 다른 구제절차가 없는 법원의 재판을 그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논리를 펴고 있습니다. '재판소원'을 통해 국민의 기본권을 더욱 두텁게 보호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민주당 김기표 의원이 20일 대표발의한 헌재법 개정안은 확정된 재판이 헌재 결정에 반하는 취지로 재판된 경우,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경우, 기타 헌법과 법률을 위반해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 명백한 경우 헌법소원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개인의 권리 구제가 더욱 폭넓게 이루어질 수 있다면 헌법의 핵심적인 가치인 국민의 기본권도 더욱 굳건히 지킬 수 있다는 것입니다.
'재판소원'을 반대하는 측에서는 헌법 제101조 위반을 거론하고 있습니다. 헌법 제101조 제1항은 구체적인 사건에서의 사법작용을 법원에 전속시키고 있는데, 법원의 재판을 헌법소원의 대상으로 하면 법원에 전속된 사법권을 침해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또 제2항은 대법원이 최고법원으로서 재판을 최종적으로 심사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재판소원을 허용하면 헌법재판소가 제4심의 법원이 되는 것과 마찬가지라서 대법원의 최고법원성을 침해한다고 주장합니다. 이에 더해 재판소원을 인정하면 헌법소원의 남용으로 사건이 폭주하게 돼 헌법재판소의 업무과중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합니다. 그만큼 사법 비용도 증가한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찬반양론이 맞서서 그동안 '재판소원' 도입 문제는 논쟁 뒤 신중 검토라는 과정만을 반복해 왔습니다.

역대 국회 개헌자문위원회, '재판소원 도입' 4차례 모두 '신중', '반대'
국회의장 직속으로 되어 있는 역대 개헌자문위원회에서는 재판소원 도입에 대해 신중검토나 유보 의견을 내 온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국회는 지난 2008년과 2014년, 2017년, 2023년 총 네 차례 개헌자문위원회를 구성해 재판소원 문제를 검토했습니다. 헌법학자 등 전문가들로 구성된 위원회는 재판소원이 4심제로 변질될 가능성이 있고, 권력분립을 훼손하거나 재판의 정치화가 우려된다는 이유 등으로 사실상 반대 의견을 냈습니다.
2023년 헌법개정 및 정치제도 개선 자문위원회 : '신중' 의견
"재판소원을 채택할 경우 재판소원 사건의 폭증이 예상되고 헌법재판소 재판관 증원이 필연적으로 수반되어야 하므로 재판소원 규정을 신설하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음"
2017년 국회헌법개정특별위원회 자문위원회 : '반대가 다수'
"재판소원제도의 도입은 자칫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권력분립적 견제균형을 깨뜨릴 위험성이 있으므로 그 도입을 반대한다는 의견이 다수임"
2014년 국회 헌법개정 자문위원회 : '신중' 의견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을 허용할 경우 헌법재판소가 제4심의 재판기관으로 변질될 우려가 있고, 남소 및 분쟁 장기화로 사회적 비용이 증가하며 사법 비효율만 야기될 우려"
2008년 국회의장 자문기구 헌법연구자문위원회 : '유보' 의견
"헌법재판소가 제4심의 재판기관이 될 우려가 있고, 헌법재판의 정치적인 속성으로 인하여 사법부의 독립성이 침해되고 재판이 정치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며, 남소와 분쟁의 장기화 등으로 인하여 사회적 혼란과 비용이 증가할 수 있으므로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 도입은 유보함"
"재판소원을 채택할 경우 재판소원 사건의 폭증이 예상되고 헌법재판소 재판관 증원이 필연적으로 수반되어야 하므로 재판소원 규정을 신설하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음"
2017년 국회헌법개정특별위원회 자문위원회 : '반대가 다수'
"재판소원제도의 도입은 자칫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권력분립적 견제균형을 깨뜨릴 위험성이 있으므로 그 도입을 반대한다는 의견이 다수임"
2014년 국회 헌법개정 자문위원회 : '신중' 의견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을 허용할 경우 헌법재판소가 제4심의 재판기관으로 변질될 우려가 있고, 남소 및 분쟁 장기화로 사회적 비용이 증가하며 사법 비효율만 야기될 우려"
2008년 국회의장 자문기구 헌법연구자문위원회 : '유보' 의견
"헌법재판소가 제4심의 재판기관이 될 우려가 있고, 헌법재판의 정치적인 속성으로 인하여 사법부의 독립성이 침해되고 재판이 정치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며, 남소와 분쟁의 장기화 등으로 인하여 사회적 혼란과 비용이 증가할 수 있으므로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 도입은 유보함"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