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사과 작가로 잘 알려진 윤병락 작가는 20년 넘게 사과만을 그려오고 있습니다. 사과를 사진처럼 재현하려는 게 아니라, 보는 사람이 사과로 착각하도록 하는 게 핵심이라고 합니다.
이주상 기자입니다.
<기자>
[사계 / 11월 5일까지 / 노화랑]
탐스러운 사과가 가을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사과는 방금 씻은 듯 윤기가 흐르는 겉면에 물방울이 맺혀 있고, 푸른 잎사귀는 싱싱함을 더합니다.
나무상자 안쪽으로 구겨진 채 받쳐진 신문지까지 마치 실제 사과가 담겨 있는 상자를 보는 듯합니다.
작가가 처음 사과를 그리기 시작했던 그 순간의 상황이 반영된 겁니다.
[윤병락/작가 : 지나가는 길에 길가에 트럭에 사과를 이렇게 쌓아놓고 파는 장사가 있었는데, 그때 나무상자에 사과를 바닥에 이렇게 몇 개를 놔두고 사과를 팔더라고요.]
보이는 그대로 사과를 모사하지만, 대상의 완벽한 재현을 추구하는 '극사실주의'와는 거리가 있다고 작가는 말합니다.
[윤병락/작가 : 실제같이 보이게 착각을 유도할 정도의 묘사력이면 된다라고 생각하고, 사진하고 똑같이 그리려고 애를 쓰지는 않았거든요.]
윤병락표 사과의 특징은 변형 캔버스입니다.
자작나무판을 사과의 윤곽선이 그대로 드러나도록 잘라 볼륨감을 살리는 겁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캔버스는 그림 밖의 주변 공간까지 활용할 수 있게 해줍니다.
[윤병락/작가 : 그림 안에 그 배경이 있는 게 아니고 그림 밖에, 그림이 걸려 있는 공간 전체가 그림의 배경이 되기 때문에 캔버스의 공간이 무한히 넓어지는 거죠, 확장되고.]
특히 길거리에 놓인 사과 상자를 내려다보듯 위에서 보는 부감 시점은 사과의 현실감을 키워줍니다.
청동으로 만들어진 사과 조형물까지 결실의 계절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영상편집 : 안여진, VJ : 오세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