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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0억 달러 × 10년' 제안했나?…APEC 정상회담이 협상 '데드라인' [스프]

[이브닝 브리핑]

1017 이브닝 브리핑
APEC 개막을 열흘 앞두고 우리나라와 미국이 관세, 무역 협상의 세부 내용을 결정짓는 막바지 협상에 돌입했습니다. 우리 시간으로 오늘(17일) 오전,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과 첫날 협상을 마쳤습니다. 김 실장은 "2시간 동안 충분히 논의했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는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협상의 또 다른 축인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우리는 현재 대화하고 있으며, 난 향후 10일 내로 무엇인가를 예상한다"고 말해 타결 기대감을 키웠습니다. 우리나라와 미국 모두 이달 말 경주에서 열리는 APEC을 협상의 데드라인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대미 투자금 3천500억 달러를 '선불(up front)'이라고 주장하고 있어서 미 협상 실무진이 트럼프를 어떻게 설득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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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재정관리국 먼저 찾은 협상단…다시 한 번 '마스가(MASGA)'를 지렛대로?

G20 재무장관 회의와 IMF 연차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워싱턴을 찾은 구윤철 경제부총리에 이어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김정관 산업부 장관,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 등 우리 협상 대표 4인이 미국에 도착했습니다. 별도 일정을 소화 중인 구 부총리를 제외한 3명이 제일 먼저 찾은 곳은 백악관 예산관리국, OMB(The Office of Management and Budget)였습니다. 백악관 예산관리국은 단순히 정부 예산을 관리하는 기관이 아니라, 최근 미 연방정부 셧다운 사태 대응의 주무 부처로서의 역할에서 보듯 정부 조직 개편과 정책 수행 등에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곳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우리 대표단은 이곳의 수장인 러셀 보트 국장과 50여 분간 면담을 가졌습니다. 대화 주제는 다름 아닌 '마스가'(MASGA) 협력 방안. 두 달여 전 미국과 큰 틀의 관세, 무역 협상 합의를 이룰 때 우리가 먼저 '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화두를 던지며 협상 타결에 큰 도움을 주었던 프로젝트입니다.

김정관 장관은 보트 국장과 '마스가'에 대해 여러 가지 건설적인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밝혔습니다. '마스가' 프로젝트가 실행 단계에 접어들면 정부 정책에 큰 영향력을 갖고 있는 OMB의 지원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러나 그런 실질적인 이유보다 우리 협상단이 OMB를 방문한 것은 다분히 전략적 의도가 깔려 있는 것으로 평가됩니다. 두 달여 전 첫 협상에서, 쇠퇴한 미국 조선업을 살리는 데 우리가 핵심 역할을 하겠다고 먼저 제안한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 큰 역할을 했기 때문입니다. 협상단의 일거수일투족은 그 하나하나가 메시지라고 볼 때, 본격적으로 협상 테이블에 앉기 전에 다시 한 번 미국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분명 협상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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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중국의 한화 제재에 '발끈'…"한국과 단호히 함께할 것"

이런 가운데 중국이 최근 한화오션을 제재한 사건은 뜻하지 않게 한미 간 경제 동맹을 확인하고 강화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중국은 최근 한화오션의 미국 자회사들이 미국의 중국 제재에 협조했다며 제재 조치를 발표했습니다. 지난 8월 이재명 대통령이 방문했던 펜실베이니아의 한화 필리조선소와 한화쉬핑 등 5개 회사에 대해 중국 내 개인이나 조직과의 거래나 협력을 금지시켰습니다. 이에 대해 미국 국무부는 강경한 톤으로 중국 정부를 비판했습니다.
 
<미국 국무부 대변인 입장문>
"민간 기업의 운영을 간섭하고, 미국 조선 및 제조업 부흥을 위한 한미 협력을 약화시키려는 무책임한 시도 … 중국의 행동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 동맹국 및 파트너들과의 경제 협력 강화의 중요성을 재확인시켜줄 뿐이며, 한국을 강압하기 위한 중국의 오랜 패턴의 최근 사례입니다."

그러면서 미국 정부는 "한국과 단호히 함께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중국의 이같은 제재 조치를 한미 간 조선 협력을 약화시키겠다는 의도로 판단한 것입니다. 중국의 한화 제재는 우리 협상단의 방미 이전에 벌어진 일이고, 미국의 대중국 메시지가 우리와 조율을 거쳐 나왔을 가능성도 적지만, 2차 협상을 시작하는 시점에 한미 경제 협력의 가치와 중요성이 다시 부각되는 효과를 거둔 것은 명백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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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범 "2시간 동안 충분히 이야기했다"…'350억 달러 × 10년' 제안했나?

첫 세부 협상은 미 상무부 청사에서 현지 시간으로 16일 저녁 9시 30분까지 2시간여 동안 이어졌습니다. 회담을 마치고 나온 김용범 정책실장은 "2시간 동안 충분히 이야기를 했다"라고만 밝히고 세부 내용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습니다. 이번 회동은 한미가 합의한 3천500억 달러(약 500조 원) 대미 투자 패키지의 구체적 내용이 주요 의제입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3천500억 달러 전액을 조기에 직접 투자할 것을 종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외환 보유고와 재정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단시간 내 거액 투자는 불가하다는 입장입니다.

구윤철 부총리는 G20 재무장관 회의에서 카운터파트인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을 만나 대미 투자 선불 요구가 한국 외환시장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그러나 베선트 장관은 워싱턴 재무부에서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한국과의 대미 투자 관련 이견이) 해소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며 "우리는 현재 대화하고 있으며, 난 향후 10일 내로 무엇인가를 예상한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CNBC 방송과의 대담에서도 협상 타결 가능성에 대해 언급했습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 (CNBC 출연)>
"우리는 한국과 마무리하려는 참이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지만, 우리는 디테일을 해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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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 초기부터 거론되었던 통화스와프를 통한 외환 안전장치 마련은 당장 도입하기 어려운 것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기축통화국이 아닌 우리와의 통화스와프 자체가 어려운 데다, 통화스와프를 체결하더라도 스와프 금리와 수수료 수준에 따라 수십조 원의 비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런 점을 고려해 우리 정부는 대미 투자 금액 3천500억 달러를 최대한 분산, 지연 집행하고, 현금 비중을 줄이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미국에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구윤철 부총리는 한국의 대미 투자금 공급 기간을 10년 장기로 늘림으로써 일시적 달러 부족 상황을 피하는 방안도 미국에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통화스와프도 우선 투자 분산이 충분히 이뤄진 뒤에 제한적으로 도입하는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보입니다.
 

베선트 "10일 내로 무엇인가를 예상한다"…트럼프는 여전히 "3천500억 달러는 선불"

지금까지의 협상 구조를 보면, 핵심인 우리의 대미 투자 패키지 구성과 관련한 협상은 김용범 실장-김정관 장관이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을 상대로 벌이고 있고, 구윤철 부총리는 온건파로 알려진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을 통해 우리 경제의 특수성을 적극 알리는 등 측면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무리하게 달러를 빼내면 외환위기가 올 수도 있으니 너무 무리한 요구를 해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미 행정부 안에 형성되도록 한다는 게 협상 전략의 골자입니다.

역시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입니다. 세부 협상이 타결되지 않아 한국이 여전히 25%에 달하는 자동차 관세를 물고 있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하루가 멀다하고 '3천500억 달러 선불 약속'을 공언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미 대통령 (백악관 기자회견)>
"일본과 한국 모두 서명했습니다. 한국은 3천500억 달러를 선불로, 일본은 6천500억 달러에 합의했습니다." → 일본 투자 약정금은 5천500달러인데, 이것도 착각한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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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의 3천500억 달러 '선불' 발언은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의도된 발언으로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대표단은 물론 미국 실무 협상단조차도 트럼프의 의중을 알 길이 없어 협상 타결의 마지막 걸림돌이 될 것임은 분명해 보입니다. 베선트 재무장관의 '10일' 언급 이후 낙관론이 확산되자 구윤철 부총리는 이를 경계했습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미국) 실무 장관은 (전액 선불 투자가 어렵다는 한국 정부 입장을) 이해하고 있는데, 얼마나 대통령을 설득해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수용하느냐 하는 부분은 진짜 불확실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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