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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집힌 '세기의 이혼 소송'…"뇌물은 법의 보호 밖" [스프]

[이브닝 브리핑]

1016 이브닝 브리핑

대법원, 최태원-노소영 이혼 소송 파기환송…재산 분할 원점으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에게 이혼에 따른 재산 분할금 1조 3천808억 원을 줘야 한다는 2심 판결을 대법원이 뒤집었습니다. 대법원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오늘(16일)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 소송 상고심에서 "재산 분할 청구에 관한 부분을 파기하고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로써 지난해 세상을 놀라게 했던 천문학적 액수의 재산분할금 1조 3천808억 원 2심 판결은 무효가 됐고,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대법원 판결 취지에 맞게 재산 분할 액수를 다시 정하게 됐습니다.

앞서 항소심에서는 SK그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영향력 등으로 가치가 크게 상승했고 여기에 노 관장의 기여가 적지 않았다고 인정해 최 회장 명의의 재산 1조 3천808억 원을 노 관장에게 줘야 한다고 봤습니다. 양측의 순자산 합계를 약 4조 원으로 산정하고 이를 기여도에 따라 최 회장 65%, 노 관장 35% 비율로 나눈 것입니다. 노 관장은 항소심 과정에서 아버지인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 원이 SK그룹의 성장에 '종잣돈'으로 흘러 들어갔다고 주장하며 약속어음과 메모 등 관련 자료를 법원에 제출했습니다. SK그룹 성장과 최 회장의 재산이 불어나는 과정에서 자신이 작지 않은 역할을 했다는 점을 주장하기 위해서였습니다. 항소심에선 노 관장의 이런 역할을 인정했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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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우 비자금의 기여 인정하더라도 불법원인급여"

대법원은 "노 전 대통령이 300억 원을 지원했다고 하더라도 이 돈의 출처는 대통령 재직 시 받은 뇌물로 보인다"며 이를 '불법원인급여'라고 판단했습니다. '불법원인급여'는 민법상의 법률용어로, 요약하면 '나쁜 짓을 하기 위해 준 돈이나 물건은 다시 돌려달라고 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비자금이 애초 불법적으로 만들어진 돈이니 만큼 이를 노 관장의 재산 기여로 봐선 안 된다는 것입니다. 재판부는 "노태우가 뇌물의 일부로서 거액의 돈을 사돈 혹은 자녀에게 지원하고 이에 관해 함구함으로써 국가의 자금 추적과 추징을 불가능하게 한 행위는 선량한 풍속 그 밖의 사회 질서에 반하고 반사회성∙반윤리성∙반도덕성이 현저해 법의 보호 영역 밖에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돈의 반환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기여도를 인정해 달라는 것"이라는 노 관장 측의 주장에 대해서도 "노 전 대통령의 행위가 법적 보호 가치가 없는 이상 이를 재산 분할에서 피고의 기여 내용으로 참작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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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또 "최 회장이 한국고등교육재단과 최종현 학술원, 친인척 18명 등에게 증여한 SK주식회사 주식 329만 주 등도 재산 분할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이런 증여가 앞선 재판에서 인정된 혼인관계 파탄일(2019년 12월 4일) 이전에 이뤄졌고, 이는 최 회장이 안정적인 경영권을 확보해 부부 공동재산을 유지하기 위한 경영활동의 일환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재산 분할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최 회장 측은 대법원 선고 직후 "SK그룹이 노태우 정권의 불법 비자금이나 지원을 통해 성장했다는 부분에 대해 대법원이 명확하게 '부부 공동재산의 기여 인정'은 잘못이라고 선언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노 관장 측의 공식 입장은 아직 나오지 않았습니다. 재산 분할 1조 3천808억 원을 판결한 지난해 항소심 당시에는 "혼인의 순결과 일부일처제에 대한 헌법적 가치를 깊게 고민해 주신 아주 훌륭한 판결"이라는 반응을 보인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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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우 비자금 300억 원 '뇌물' 인정…이 돈은 어떻게?

대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SK그룹으로 흘러들어간 노태우 비자금 300억 원을 '뇌물'로 사실상 인정하면서 재산분할 산정에서 빼라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30여 년간 이에 대해 함구함으로써 국가의 불법 비자금 추징을 불가능하게 한 점도 대법원은 지적했죠. 그렇다면 부정 불법한 자금을 챙기고 이를 숨겼다는 것인데 이 부분에 대한 책임 추궁은 이혼 소송에서 재산 분할이 어떻게 되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따져봐야 할 문제입니다. 이번 대법원의 판단은 민사상 판단이라는 점에서 곧바로 비자금의 국고 환수나 형사 처벌로 이어지긴 어렵습니다. 약속어음 6장, 그리고 관련 메모가 나왔다고는 하나 그 돈이 어디로 갔고 어떻게 굴려져 지금 어디에 있는지 구체적인 부분은 여전히 모호한 데다 공소시효도 한참 지난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부정부패한 권력의 비자금이 혼인관계로 맺어진 특정 기업으로 들어간 사실을 사법부가 인정한 만큼 이 돈을 되돌리기 위해 범죄 수익 환수를 위한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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