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인공지능 산업 발전으로 인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전력 수요에 대응하고, 이 과정에서 재생에너지를 확대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안정적인 전력망 확보가 중요합니다.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로 불리는 차세대 전력망 구축이 추진되고 있는데, 풀어야 할 과제가 만만치 않습니다.
먼저 김관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김관진 기자>
은색 금속 프레임의 전력 장치가 촘촘하게 연결돼 있습니다.
초고압 직류송전, HVDC 시스템의 핵심 설비입니다.
HVDC는 전력 손실을 최소화하면서 대규모 전력을 수백 킬로미터 이상 안정적으로 보낼 수 있는 차세대 송전 기술입니다.
특히, 전력 생산지가 도시나 산업단지 같은 수요지와 멀리 떨어져 있는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 전력의 장거리 전송에 필수적입니다.
[박진태/한국전력 경기북부 변전운영부장 : (HVDC는) 전력 조류를 저희 마음대로 조정을 할 수 있습니다. 특정 선로에 과부하가 걸리는 것을 낮출 수도 있고….]
재생에너지 확대와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해 2030년대 완공을 목표로 정부가 추진 중인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에도 HVDC가 적용됩니다.
지난해 200MW 전압형 HVDC 기술 국산화에 성공해 기술 자립의 토대는 마련됐습니다.
[권기량/효성중공업 PM : 핵심 기술인 변환 설비, 컨버터 설비를 개발하였고 그와 함께 시스템을 제어할 수 있는 제어 기술까지 개발하였습니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도 적지 않습니다.
초고압 송전선로가 통과하는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최대 난관입니다.
[김봉오/서안성 송전선로 반대대책위원장 : 이미 우리 (안성) 시는 400개 이상의 송전탑이 세워져 있는데, 인접 시군은 우리 시의 어떤 피해를 디딤돌로 해 가지고 발전하고, 우리 시민들은 더 이상의 철탑은 절대 세울 수 없다….]
오는 2038년까지 전력망 확대를 위해 72조 8천억 원을 투입한다는 게 정부의 계획인데, 한국전력의 투자 여력이 부족하다는 점도 고민거리입니다.
올 상반기 기준 총부채가 206조 원에 달할 정도로 재무구조가 악화한 상황에서, 송전망 투자에 필요한 막대한 재원 확보도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영상취재 : 제일, 영상편집 : 최혜영, VJ : 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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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송전망 건설을 위한 재원을 마련하고 반발하는 주민들을 설득해야 하는 건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독일에서도 우리와 같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700km에 달하는 송전망을 건설하고 있다는데요.
어떻게 해결했는지 장훈경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장훈경 기자>
농지 한가운데 지름 30cm의 전력 케이블 관이 매립돼 있습니다.
풍력과 태양광 발전이 많은 북부에서 산업단지가 많은 남부까지 700km 길이의 송전망을 건설하는, 독일 최대 전력망 공사 현장입니다.
송전망은 당초 지상으로 설치할 예정이었지만 지역 주민과 정치인의 반발로 지중화 방식으로 변경됐습니다.
건설 동의를 받기까진 9년이란 시간이 걸렸습니다.
전력망이 지나는 모든 땅의 소유주와 임대인들에게 만족할 만한 보상을 약속한 덕분입니다.
[프리드리히 로데발트/독일 하노버 농민 : (보상금은) 매우 많았습니다. 농사만으로는 결코 받을 수 없는 금액이었습니다. 우리를 샀다고 보면 됩니다.]
보상금에 지중화까지, 송전탑을 땅 위에 짓는 것보다 10배나 비용이 더 들지만, 전기 이용자 모두가 송전 비용을 나눠내는 요금 체계가 정착돼 있어 가능했습니다.
독일은 전기요금의 25%가 전력망 이용료입니다.
[토마스 바그너/송전망 건설사 이해관계자 통합 담당 : 주민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지중화 방식을 결정했습니다. 망건설 비용은 소비자들이 부담하게 됩니다.]
우리나라도 풍력과 태양광 전기를 수요가 많은 수도권까지 전송할 송전망 건설이 시급한데, 독일의 사례처럼 국민 공감대를 바탕으로 한 전기요금 체계 개편이 재원 마련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임재민/에너지전환포럼 사무처장 : 요금의 결정을 정치권에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전문가들이 합리적으로 원가에 기반해서 결정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드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송전망 건설 부담을 줄여갈 필요도 있습니다.
재생에너지 전력 생산지로 기업 이전을 유도할 수 있도록, 전력 생산이 많은 곳은 전기 요금을 낮게 책정하는 '지역별 차등 요금제'가 필요하단 주장도 나옵니다.
(영상취재 : 이상학, 영상편집 : 김호진, 화면제공 : 방송기자연합회 공동 취재단, 취재지원 : 방송기자연합회·에너지전환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