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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인증 소화기 '전무'…"인증 기준 엉터리"

<앵커>

이렇게 위험한 리튬 이온 배터리 화재를 조기에 진화할 수 있는 소화기는 없는 건지 사람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소방당국이 지난해 말 아리셀 참사 이후 전용소화기 인증 기준도 마련했습니다만, 지금까지 이 인증을 받은 소화기는 단 한 개도 없었습니다.

왜 그런 건지 신정은 기자가 심층 취재했습니다.

<기자>

지난달 대전 국정자원 화재 당시 직원들은 할로겐 소화기로 초기 진화를 시도했지만 실패했습니다.

[김기선/대전 유성소방서장 : 처음엔 약간의 연소가 가라앉는 듯했으나 곧바로 연소가 계속 진행됐습니다.]

정부 전산망 마비 사태로 리튬 이온 배터리 화재에 대한 우려는 더욱 확산하고 있습니다.

[김예담/서울 구로구 : 아기 키우는 입장에서 배터리가 이렇게 불이 나면 쉽게 꺼지지도 않고 많이 불안한 것 같아요.]

리튬 이온 배터리 화재를 초기 진화할 수 있다는 전용 소화기에 대한 온라인 검색량도 크게 치솟았습니다.

전용 소화기 인증을 받으려면 시험에 사용할 배터리가 적합한지, 소화 약제를 분사했을 때 불을 완전히 끄는지, 다양한 환경에서 동일한 성능을 내는지 등 외부 온도를 달리해 네 차례 시험에 통과해야 합니다.

소방 당국이 지난해 12월에 마련한 인증 기준인데, 온라인에서 전용 소화기를 검색하면 나오는 제품 수십 개 가운데 이 기준을 충족하는 제품은 단 하나도 없습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현실성과 실효성이 떨어지는 인증 기준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소화기 제조 A 업체 : 배터리 대중적인 건 3.63V인데, 시험은 4.05V 이상일 것이라고 쓰여 있어요. 그러니까 배터리를 구해서 시험 볼 수가 없어요.]

시험용 배터리 셀을 고정하는 기준도 모호하고,

[소화기 제조 B 업체 : (배터리 셀) 5장을 모아요. 모을 때 조인단 말이에요. 조이는 압력의 기준이 없다.]

특별한 이유 없이 인증 시험이 여러 차례 연기되기도 했습니다.

[소화기 제조 B 업체 : '업무일정이 꽉 찼다'고. 4월에 신청했더니 6월에, 6월에 갔더니 8월에. 지금 얘기하니까 10월에.]

소방 당국은 현재 소화기 개발 업체들의 인증 시험이 접수돼 진행 중인 상태라, 연말까지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입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업계 의견을 반영한 정밀한 인증 기준 마련과 함께 배터리 화재 진압에 적합한 소화기 개발 지원에 신속하게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영상취재 : 신동환·김남성, 영상편집 : 박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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