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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AI 없으면 수업 못 들어요…돌이킬 수 없어진 대학생들 근황 [스프]

[오그랲]

오그랲
안녕하세요. 데이터를 만지고 다루는 안혜민 기자입니다. 대학교 중간고사 시즌이 다가왔습니다. 이 과목, 저 과목 가리지 않고 밀려드는 과제도 처리해야 하고 시험공부도 해야 하느라 정신없는 분들 많을 것 같은데요.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요? 옆에 있는 AI가 큰 힘이 됩니다. AI에 질문만 넣으면 순식간에 결과물이 뚝딱 나오니까요. 혹시나 AI 모니터링에 걸릴 수 있으니 '인간스럽게 써달라'는 문구도 잊지 않고 넣어야 할 겁니다.

하지만 이렇게 하면서도 한 편으로는 이런 생각이 듭니다. "이게 정말 맞는 걸까?" 오늘 오그랲에서는 AI가 우리 교육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5가지 그래프를 가지고 이야기 나눠보려고 합니다.


"AI가 제 교육을 무너뜨리고 있어요."
1818년 미국에서 태어난 한 노예가 있습니다. 백인 아버지와 흑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의 이름은 프레드릭 더글라스죠. 프레드릭 더글라스는 노예로 태어났지만 자유를 위해 농장에서 탈출했고 19세기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강연자로 활동합니다. 노예제를 폐지해야 하고, 여성들에게도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를 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죠. 위대한 미국인 100인 중 1명으로 꼽힐 정도로 미국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프레드릭 더글라스 오늘 이야기는 노예 해방을 위해 노력한 프레드릭의 자서전을 읽고 토론하는 미국의 한 고등학교 수업에서 시작됩니다.

한 친구가 자서전의 내용을 복사해 챗GPT에 붙여 넣습니다. 자서전 내용을 받은 챗GPT는 이런저런 결과물을 주석으로 달아주죠. 이 친구는 챗GPT가 뱉어낸 내용을 가지고 토론에 참여를 합니다. 위인의 삶을 읽고, 그것을 통해 자신의 삶을 성찰해 보고, 또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토론이 되어야 할 수업이 복붙과 AI 생성물을 공유하는 자리가 되어버린 겁니다. 이 이야기는 미국 잡지 디 애틀랜틱에 실린 한 고등학생의 고백입니다. 뉴욕 퀸즈의 뉴타운 고등학교 졸업반에 다니는 애샨티가 직접 경험한 교육 현장이죠. 우리나라라고 크게 다를까요? 학교에서 2,000자 에세이를 써내는 과제가 나와도 AI에게 맡기면 손쉽게 해낼 수 있습니다. 

AI를 활용한 학습이 너무나 일상화된 나머지 지난 6월 UCLA 졸업식에서는 한 학생이 챗GPT와 세리머니를 하기도 했어요. 열심히 공부한 결실을 축하하는 졸업식 행사에서 AI 사용을 당당하게 공개한 겁니다.

이미 교육 현장에서 AI는 더 이상 떼놓고 이야기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영국에서 진행된 설문조사에서 AI를 써본 경험이 없는 학생의 비율은 2024년 34%에서 2025년 8%로 감소했습니다. AI를 어떤 방식으로든 활용해 본 학생이 전체의 92%나 된다는 겁니다. 학생들이 AI를 사용하는 영역은 교육 전반에 걸쳐 있었습니다. 그중에서도 개념 설명과 이해 영역이 63%로 가장 많았어요. 논문 자료 요약, 내 생각 정리, 연구 아이디어 얻기 비율도 50%를 넘길 정도로 일상화되었고요.

영국 뿐이겠습니까? 우리나라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에브리타임을 통해 대학생 1천 명을 대상으로 비슷한 설문을 진행했는데 10명 중 7명이 AI를 이용하고 있었어요. 사용 분야로는 정보 검색이 66.7%로 가장 높았고, 글쓰기나 리포트 작성이 뒤를 이었습니다.


AI 막으려는 학교 vs AI 쓰려는 학생들
처음 챗GPT가 세상에 공개됐을 때엔 일부 대학교에선 아예 원천적으로 사용을 금지하기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요즘엔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수업을 담당하는 교수님의 재량에 따라 사용 여부가 결정되고 있죠.

교수님들 입장에선 학생들이 AI만 활용하면 제대로 된 교육이 안되기 때문에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과제를 풀면서 스스로 고민도 해보고 그 과정에서 학생이 성장해야 할 텐데, AI는 그것을 원천 차단해 버립니다. 하지만 학생 입장에선 AI 챗봇에게 부탁하면 A급 에세이가 뚝딱 나오는 데 안 쓸 이유가 없고요.

일부 선생님들은 이런 모습은 진정한 교육이 아니라고 우려합니다. 그래서 AI를 활용하지 않고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과제를 내기 위해 노력하는 교수님들도 있습니다. 혹은 AI를 활용할 경우 페널티를 주는 경우도 있죠. 물론 그러려면 AI가 만든 결과물을 걸러내야 하는데, 이게 또 쉽지 않아요.

영국의 한 명문 대학교의 심리학과 학부 시험에 AI 답안지를 껴 넣어 테스트를 해봤습니다. 학생이 직접 쓴 답안 1,134건에 AI가 생성한 답안 63건을 섞어 넣었습니다. 채점자는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실험을 진행했고요. 실험 결과는 어땠을까요? 

실험 결과 AI 제출물을 정확히 탐지하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어요. AI가 써낸 답변 63건 가운데 4건만 탐지됐을 정도죠. 채점하는 사람이 '아 이건 AI가 만든 거다'라고 직접 표기한 경우는 단 2건에 불과했어요.

일부 선생님들 가운데에는 아예 교육 현장에서 AI를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교육은 본질적으로 공부하는 사람이 스스로 주체적으로 해내는 과정인데, 생성형 AI는 그 주체성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는 거죠. 교육의 본질에 위협을 가하는 생성형 AI를 교육 현장에서 퇴출해야 한다는 서명에 현재까지 900명이 넘는 선생님들이 참여했습니다.

이러한 우려가 납득이 되는 건 실제 학생들이 AI와 대화한 데이터를 분석해 보면 주체성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게 보이기 때문이에요.

앤트로픽에서 학생들의 AI 사용 패턴을 연구해 봤어요. 익명화된 학생 대화 100만 건 중에 학업과 관련된 57만 여개의 대화를 분석해 본 겁니다. 학생들의 대화 가운데 47%가 AI에게 개념적인 질문으로 정보를 찾는 대화였어요. "문제에 대한 해답을 알려줘.", "표절 감지를 피하기 위해 글을 다시 써줘"처럼 스스로 생각하기보단 AI에 외주화 하거나 부정행위를 걸리지 않기 위한 질문들이 가장 많았던 거죠.

인간의 사고 과정을 크게 6단계로 구분하면 이렇게 나눌 수 있습니다. 기억하고, 이해하고, 적용하고, 분석하고, 문제를 평가하고, 새로운 걸 창조하고. 미국의 인지교육학자 벤자민 블룸이 만든 분류법인데, 대부분의 국가에선 이 6단계에 맞춰 교육 제도를 설계합니다. 앤트로픽의 질문들을 블룸의 구분법에 따라 나눠보면 어떻게 될까요? 이렇게 분류할 수 있습니다.

고차원 인지 기능이라고 할 수 있는 창조, 평가, 분석과 관련된 작업의 AI 처리 비율이 높은 상황입니다. 창조 영역이 전체 질문의 39.8%, 분석이 30.2%를 차지하고 있어서 전체 질문 10개 중 7개는 고차원 인지 능력을 부탁하는 질문에 해당했어요. 그래서 많은 전문가들은 이렇게 학생들이 고차원 인지 능력을 AI에 맡긴다면 사고 발달이 원활하게 이뤄지기 어렵다고 경고하고 있는 거죠.

학생은 잠재적 평생 고객... 놓칠 수 없는 AI 기업들
물론 AI 기업들이 이런 우려 지점을 모르는 게 아닙니다. 그러다 보니 이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어요. 노력 중 하나가 바로 '튜터 기능'입니다. 단순히 정답만 제시하는 게 아니라 마치 소크라테스의 산파법처럼 질문에 질문을 이어나가는 거죠. AI를 이용하는 학생의 사고 과정에 도움만 주고, 문제는 스스로 풀 수 있도록 하는 겁니다.

앤트로픽에서는 클로드 포 에듀케이션을 공개했고요, 오픈AI의 챗GPT에는 공부 모드가 있습니다. 이런 학습 전용 모드에서는 중간중간 퀴즈나 플래시 카드를 이용해 학생들이 잘 이해하고 있는지 점검할 수 있는 기능도 활용되고 있어요.

그렇다면 이렇게 AI가 사용자 맞춤으로 튜터링을 해준다면 교육생들은 더 공부를 잘할 수 있게 될까요? 연구진들이 하버드 대학교에서 가장 많은 학생이 듣는 물리학 수업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해 봤습니다. 두 그룹으로 나누어서 번갈아가며 AI 튜터링을 진행해 봤는데, 이런 결과가 나왔습니다.

AI 튜터링을 진행한 학생들의 시험 결과가 스스로 공부한 학생들보다 더 높게 나온 겁니다. 사전 점수 2.75점과 비교했을 때 일반적인 방법으로 공부한 집단은 3.5점, AI 튜터 그룹은 4.5점으로 나왔어요.

다른 연구에서도 비슷한 실험 결과가 나왔습니다. 펜실베이니아 연구팀이 진행한 실험인데요, 이번엔 그룹을 3개로 나눠서 진행했습니다. 첫 번째 그룹은 교과서와 필기로 공부했고, 두 번째 그룹은 챗GPT가 그냥 정답을 알려줬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그룹은 챗GPT와 튜터링을 진행했어요.

과제 수행 능력을 살펴보면 일반적인 공부를 한 그룹보다 GPT를 이용한 두 그룹 모두 점수가 높았습니다. 특히 튜터링의 경우 127% 향상할 정도로 크게 늘어났죠. 하지만 시험 성적을 살펴보면 어떨까요? GPT가 정답을 떠먹여 주는 그룹은 오히려 성적이 떨어지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GPT 튜터링 그룹도 점수가 낮게 나왔지만 이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았어요. 즉 그냥 AI에게 정답을 받아서 쓰면 장기적으로 학습을 저해할 위험이 있다는 겁니다.

AI 기업들은 튜터링 기능을 내세워 교육 효과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교육 시장에서도 그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죠.

지난 7월 8일에 오픈AI, MS, 앤트로픽 AI 3사는 미국의 최대 교사 노조 중 한 곳과 파트너십 체결했습니다. 파트너십 규모는 2,300만 달러로 우리나라 돈으로 320억 원이 넘는 엄청난 금액을 자랑합니다. 이 파트너십의 결과로 미국엔 국립 AI 교육 아카데미가 출범했어요. 그리고 올 가을부터 아카데미에서는 교사들을 대상으로 AI 활용 방법 교육 예정이죠.

AI 기업들은 선생님들 뿐만 아니라 대학생들에게도 아낌없이 내어주고 있습니다. 구글은 대학생이라면 1년간 제미나이를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시작했고요, 오픈AI는 2개월 무료 혜택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록도 학교 계정으로 가입하면 슈퍼그록을 2개월간 무료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교육 현장에서는 선생님들과의 접점을 늘리고 또 앞으로 평생 고객이 될 가능성이 있는 학생들에게는 무료로 제공하면서 다양한 판촉행사를 하는 겁니다.

AI 기업들이 교육 시장에 진출하는 건 단순한 마케팅을 넘어 교육의 미래를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변화일 수 있습니다. 한편에선 교육 격차 해소의 기회로 해석하지만 동시에 AI 의존성이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는 게 현실인 만큼 대비가 필요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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