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은 현재 진행 중인 한미 관세 협상과 관련해 한국이 일본과 다르다는 점을 설득하고 있다고 오늘(1일) 밝혔습니다.
여 본부장은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자동차회관에서 한국산업연합포럼이 주최한 제27회 니치아우어(Niche Hour) 정책 포럼에 연사로 초청돼 관세 협상 관련 질문에 이같이 밝혔습니다.
그는 "미국 입장에서 보면 지난해 미국이 일본으로부터 기록한 무역적자 규모와 한국으로부터 기록한 무역적자 규모가 거의 비슷하다"며 "그래서 미국은 한국과 일본이 비슷하다고 생각할지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여 본부장은 "그러나 여러 경제 지표나 외환 구조, 경제 규모 등에서 (일본과 한국을) 비슷하게 취급할 수 있지 않다는 것이 객관적으로 드러나 있다"면서 "그런 부분들을 계속 미국 측에 설득해 왔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일본이 미국에 약속한 5천500억 달러 규모 대미 투자의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지 못한다면서 "구체적으로 일본 내에서 어떤 식으로 파이낸싱을 하고 조달할지 등 명확하지 않은 부분들이 많다"며 "계속 일본 사례를 참조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7월 말 타결된 한미 관세 협상에서 한국에 대한 상호관세 및 자동차 품목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기로 했지만, 여전히 자동차에 25% 관세가 부과되고 있다는 지적에는 "정부도 엄중하게 인식하고, (협상에) 임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여 본부장은 "자동차 산업은 우리 핵심 산업"이라며 "여러 나라가 동시에 (미국과) 협상하다 보니 현재의 경쟁 구도를 변화시키지 않는 게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도 비슷한 국가들을 차별하면서 (협상 결과를) 다르게 하기도 부담스러운 거 같다"며 "이런 구도에서는 (한국이) 불리하지 않은 조건으로 협상하는 게 현실적인 것 같다"고 했습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진행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에 참여했던 여 본부장은 "지금 트럼프 2기 상황과 비교하면 당시는 지금의 10분의 1도 안 됐던 거 같다"며 "앞으로 3년 반 동안 계속 이런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관세 협상을 잘 마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마친다고 해서 안심할 수 있느냐. 아니라고 본다"고 우려했습니다.
그는 한미 관세 협상을 축구 경기에 비유하며 "(한국의) 정치적 혼란 때문에 전반전은 놓치고, 후반전에 선수를 교체해 들어가 실점 위기가 있었지만 실점하지 않고 연장전을 하는 상황으로 보인다"며 한미 관세 협상 결과가 미일 협상과 비교해 봤을 때 나쁘지 않은 형태로 결과가 나온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는 현재 미국의 관세 정책이나 자국 우선주의가 몇 년 있다가 사라질 추세는 아니라고 진단하면서 이런 바탕에서 통상 전략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지난달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경제장관회의에 참석한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공개 석상에서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를 자연스럽게 거론했다고도 소개했습니다.
그는 "그리어 대표가 모든 나라가 자국 퍼스트인 것이 자연스럽다고 이야기하더라"라며 "우리 같이 개방된 중견국 입장에선 '정글의 법칙'으로 갈 수도 있는 위험성이 있다"고 했습니다.
그는 "G2인 미국과 중국에 대한 한국의 무역 수출 의존도가 40%가 돼 굉장히 높은 비율이지만, 나머지 60%도 있다"며 수출국 다변화 및 수출 품목 다변화의 필요성을 역설했습니다.
특히 아세안을 지목하며 "우리 2위 수출 대상국으로, 미국을 (수출에서) 앞서고, 아세안과 인도를 합하면 중국 수준에 육박한다. 우리가 놓치면 안 되는 새로운 기회"라고 강조했습니다.
여 본부장은 "아세안은 7억 인구에 평균 연령은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으로 젊고 한류에 대한 호감도도 높다. 미중 의존도를 줄여가면서 단기에 (수출을) 보완할 곳으로 가능성이 높다"며 "정부도 다시 신남방 정책을 체계적으로 하려 준비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사진=산업통상자원부 제공,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