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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 단체관광객 무비자로 범죄자 입국?…'가짜뉴스' 속출

중국인 단체관광객 무비자로 범죄자 입국?…'가짜뉴스' 속출
지난달 29일부터 중국인 단체 관광객 무비자 입국이 시작되면서 중국인 관광객이 한국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각종 주장이 난무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내년 6월 30일까지 한시적으로 국내·외 전담 여행사가 모집한 3인 이상 중국인 단체관광객을 대상으로 15일 이내 체류 조건 아래 무비자 입국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이를 통해 약 100만 명의 중국인 관광객이 추가로 한국을 더 찾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460만 명으로,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603만 명)의 약 3분의 2 수준입니다.

특히 중국 최대 명절인 국경절 연휴(1~8일)를 맞아 무비자 제도를 통해 예년보다 중국인 관광객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면서 여행업계와 유통업계를 중심으로 특수를 기대하는 분위기입니다.

그러나 이런 기대와 별개로 온라인에서는 반중 정서를 반영한 무비자 정책 반대 여론도 확산하고 있습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무비자 제도로 중국인 범죄자가 국내로 무분별하게 유입될 수 있다거나 우리보다 앞서 무비자 제도를 도입한 말레이시아가 여러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거나 하는 주장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여기에 최근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화재가 발생하며 전산 시스템 마비 때문에 중국인 고위험군 입국자를 가려내지 못한다는 주장도 더해졌습니다.

지난달 26일 국정자원 대전 본원 화재가 발생하자 중국인 단체관광객 무비자 제도를 둘러싼 각종 음모론이 제기됐습니다.

전산망 마비로 한때 전자여행허가(K-ETA) 사이트에서 체류지 주소 입력이 불가능해지자 '중국인 범죄자가 입국하거나 불법체류 목적의 입국자가 발생한다'는 주장이 빠르게 퍼졌습니다.

무비자 입국 허용 첫날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보수 성향 단체의 반중 집회에서도 "중국인 무비자 입국이 시작돼 3천만 명이 순차적으로 들어오는데 체류지조차 적지 않는다고 한다"는 발언이 나왔습니다.

전자입국신고 사이트도 화재 영향을 받으면서 입국자들이 한국 내 체류지를 적지 않아 사후 관리가 어렵게 됐다는 주장도 제기됐습니다.

법무부는 이같은 주장들에 대해 이번 무비자 입국 대상자들이 기존 출입국 시스템과는 다른 시스템을 이용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먼저 전자여행허가제는 무비자 입국 대상 국민이 입국할 때 개인정보를 입력하는 제도입니다.

112개 국가(사증면제 협정국가 67개국, 관광통과 45개국) 국민이 대상으로, 중국은 대상 국가가 아닙니다.

또 이번 중국인 단체 관광객은 전자입국신고 사이트에도 따로 체류지를 입력하는 대상이 아닙니다.

이는 이번 무비자 입국은 사전에 법무부 허가를 받은 국내 여행사가 중국인 관광객을 모집한 뒤 사전 점검을 받은 단체 관광객에게만 해당하기 때문입니다.

여행사들은 이들 단체 관광객이 입국하기 24시간(선박 입국시 36시간) 전까지 법무부 산하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에서 운영하는 '하이코리아' 홈페이지에 관광객 명단, 체류지, 여권 정보를 올려 심사받아야 합니다.

하이코리아 홈페이지의 출입국 관리시스템은 이번 국정자원 화재와 관계 없이 정상 운영됐다고 법무부는 설명했습니다.

사전 점검 과정에서 불법체류 전력자는 무비자 입국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법무부 관계자는 "(무비자로 들어오는) 관광객에 대해 출입국관리법 위반 여부,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 수배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고위험군 여부를 판단하는 등 사전 점검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관광객 이탈로 발생하는 불법체류자를 막기 위해 여행사에도 각종 책임을 부과합니다.

국내·외 전담 여행사를 통해 들어온 관광객이 여행사 직원과 공모해 이탈하는 등 고의 이탈 사례가 발생하면 즉시 해당 여행사는 전담 여행사 지정이 취소됩니다.

관광객이 무단으로 이탈하는 비율이 분기별로 평균 2% 이상일 때도 역시 전담 여행사 지정이 취소됩니다.

기존에 단체관광객의 분기별 평균 이탈률이 5% 이상일 때 지정 취소됐던 것에서 강화된 기준입니다.

이탈률은 무비자 체류 허용 기간인 15일 이내에 출국하지 않는 관광객의 비율입니다.

전담 여행사 지정이 취소되면 중국인 단체 관광객을 더 이상 모객할 수 없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무비자 제도를 도입하면서 무단이탈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자는 차원에서 지정 취소 기준을 높였다"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2% 이상으로 강화할 경우 여행사들 입장에서 굉장히 보수적으로 느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감염병 확산 우려도 중국인 단체 관광객 무비자 입국 허용의 반대 논리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지난 8월 국회 국민청원 사이트에는 치쿤구니야열 감염 모기가 국내로 유입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중국인 단체 관광객 무비자 입국 제도를 즉각 폐지해달라는 청원이 제기됐습니다.

청원인은 "치쿤구니야열은 예방 백신도 없고 항바이러스 치료제도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청원은 한 달간 5만8천735명의 동의를 받아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정식 안건으로 논의될 예정입니다.

치쿤구니아열은 감염된 모기에게 물려 발생하는 제3급 법정 감염병으로, 발열 등 증상이 나타납니다.

최근 중국 광둥성 지역에서 대규모로 유행하고 있는 만큼 관광객을 통한 감염 유입 가능성이 있다는 게 청원의 요지였습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2013년부터 지난 7월까지 국내에서 확인된 치쿤구니야열 해외 유입 사례 71건 가운데 중국발 사례는 한 건도 없었습니다.

가장 많은 유입 국가는 태국이었고, 이어 인도,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국가가 주를 이뤘습니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중국에서 유행한 것은 맞지만 특정 국가 때문에 치쿤구니야열이 발생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치쿤구니야열은 불치병도 아니다"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예방 수칙만 잘 지키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특별히 불안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중국인 무비자 말레이시아의 최후'라는 제목의 기사 형식의 동영상 캡처 화면(왼쪽). 이 동영상에서 '중국인 무비자 입국 때문에 말레이시아 산업이 붕괴하고 있다'는 주장의 근거자료로 제시된 기사(오른쪽)는 무비자 제도가 시행되기 전인 2019년도에 작성된 것이다. 기사는 현지 기업이 관광 비자로 입국한 중국 근로자들을 상대로 임금체불을 했다는 내용이다. (사진=유튜브·말레이메일 캡처, 연합뉴스)

한국보다 앞서 중국인 관광객 무비자 정책을 시작한 말레이시아에서 여러 사회문제가 벌어지고 있다는 주장도 눈에 띕니다.

틱톡, 유튜브 등 SNS에는 '중국인 무비자 말레이시아 최후'라는 제목으로 현지 기사를 첨부한 동영상이 공유되고 있습니다.

이 영상은 지난 5월 말레이시아가 중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무비자 입국을 허용한 뒤 강력 범죄가 늘고, 불법체류 중국인으로 인해 현지 시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영상에서 제시된 내용은 근거가 없거나 일부 자료를 왜곡한 것입니다.

이 영상은 말레이시아가 올해 5월 중국인 관광객 무비자 제도를 시행했다고 언급하지만, 말레이시아는 이미 2023년 중국인 관광객 무비자 제도를 1년간 시험 운영했습니다.

이어 지난해 한 차례 연장했다가 올해 4월에 90일 무비자 체류가 가능하도록 중국과 합의했습니다.

말레이시아는 무비자 제도를 연장하면서 이 제도를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현지 매체 더스타에 따르면 사이푸딘 나수티온 이스마일 말레이시아 내무부 장관은 지난 4월 16일 "무비자 시험 운행 기간 관광객 증가로 경제에 즉각적인 활성 효과가 나타났다"며 "이에 따라 중국과의 추가 협상을 이어갔다"고 설명했습니다.

영상에서 말레이시아 산업이 무너지고 있다는 근거로 제시된 기사는 무비자 제도 시행 이전인 2019년에 작성된 것입니다.

더군다나 이 기사는 현지 기업이 관광 비자로 입국한 중국 근로자들을 상대로 임금체불을 했다는 내용이라 무비자 제도 시행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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