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국농아인협회가 주관하는 수어통역사 시험에 협회 고위 간부가 개입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습니다. 10%에 불과했던 청각장애인 통역사 합격률이 올해 84%로 크게 오른 건데, 협회가 고용 장려금을 받기 위해 장애인 합격률을 높인 게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습니다.
김민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한국농아인협회는 국가 공인 수화통역사와 비공인 청각 장애인 통역사 자격증 시험을 관장합니다.
필기와 실기시험을 통과해야 하는데, 평균 합격률이 10%에 불과할 만큼, 자격증 따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올해 청각장애인 통역사 합격률은 무려 84%, 지난해보다 4배, 재작년보다는 20배나 높아졌습니다.
반면 비장애인이 치르는 일반 수어 통역사 합격률은 2.4%로 오히려 지난해보다 절반 넘게 줄었습니다.
[박정근/한국수어통역사협회장 : (자격시험이라는 게) 공정성이라든가 전문성 같은 게 보장이 돼야 했는데 제가 보기에도 지금 현 상황이 그렇지 못한 것 같고요.]
이렇게 갑자기 합격률이 높아진 건, 최근 사임한 한국농아인협회의 전 고위 간부가 시험에 개입했기 때문이라는 의혹이 일고 있습니다.
[한국농아인협회 전 고위 간부(지난해 10월) : 농통역사(청각 장애인 수어통역사) 48명 합격시키니깐 내가 아무 생각 없이 48명 합격시키는 줄 알아? 내년(2025년)에 진짜 최다 합격시키라고 내가 지시했어. 청인들(비장애인 수어통역사) 다 내보내기 위한 수순이에요.]
실제로 올해 치러진 청각 장애인 통역 자격 시험의 일부 실기시험 과목에서 응시자 전원이 만점을 받는 이례적인 일이 벌어졌습니다.
출제 문항 개수가 사전에 공지한 것과 달랐다는 게 이유였는데, 재시험을 치르지 않고, 그냥 정답으로 처리한 겁니다.
장애인을 채용할 때 주는, 고용장려금을 받기 위해 일부러 청각 장애인 통역사의 합격률을 높였다는 의심을 사고 있습니다.
[한국농아인협회 전 고위 간부(지난해 1월) : 이제 돈이 생각보다 쌓일 거야. 왜냐하면은 청인들(비장애인 수어통역사) 그만두고 나가면은 농인들(청각장애인 수어통역사) 채용하면 돼. 전국을 내가 농통역사들 관리해 버릴 거라고. 그래갖고 고용장려금 받으면 돈 되잖아?]
한국농아인협회는 시험 운영에서 오류가 발생하면 전원 만점 처리하는 게 일반적이고 개인의 지시로 합격자 수를 조정하는 구조가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엄격히 관리돼야 할 자격시험의 신뢰도가 바닥에 떨어진 가운데 이제는 경찰 수사를 통해 의혹을 풀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정희도 JTV, 디자인 : 원소정 JTV)
JTV 김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