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2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출입 통신사 기자들과 인터뷰하고 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오늘(30일) 한국이 요청한 통화스와프를 미국이 수용할 가능성에 대해 "낙관적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그럼에도 위 실장은 한미 양국이 결국은 관세협상에서 타협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위 실장은 국내 통신사들과 가진 인터뷰에서 한미 간 통화스와프 협상 전망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우리 정부가 통화스와프를 제기한 것이긴 하지만 미국이 (이 문제를 다뤄온) 전례를 보면 쉽지는 않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통화스와프만 된다고 다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김용범 정책실장도 통화스와프는 '필요 조건'이라고 하지 않았나. '충분 조건'이 또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통화스와프 자체를 관철하기도 쉽지 않지만, 관철되더라도 관세협상에 있어 해결해야 할 숙제들이 적지 않다는 게 위 실장의 진단인 셈입니다.
그러면서도 위 실장은 "지금까지 어려운 협상을 끌어온 경험으로 유추하자면, (전체적인 협상은) 크게 비관적이지는 않다"며 "맨 처음이 어려웠고, 이후로는 잘 끌고 오다가 다시 약간 헤매는 국면에 와 있는데, 다시 (제 궤도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이어 "그 시점이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으나 내달 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하나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무역협상과 별도로 진행 중인 안보 패키지 협상에 대해서는 "국방비 증액부터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역량 확보'를 위한 원자력 협정까지 하나의 완결성을 이루고 있다"며 "일단 (양국이) 균형 상태를 이뤘다"고 전했습니다.
이 대통령이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언급한 'END(교류·Exchange, 관계정상화·Normalization, 비핵화·Denuclearization) 이니셔티브'에 대해서는 "일각에서는 '세 가지를 별도로 추진하는 것 아니냐', '비핵화는 안 하겠다는 것이냐'며 비판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습니다.
위 실장은 "대학 입시를 앞둔 학생이 국어·영어·수학을 공부하겠다고 했더니 '너 수학을 공부 안 하려는 거구나'라고 묻는 셈이다. '국·영·수'라고 부른다고 해서 그 순서로 공부를 하는 건 아니지 않나"라며 "세 요소가 우선순위 없이 서로를 추동하는 방식으로 병행 추진을 하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습니다.
이 중 '관계정상화'에 대해서는 "상식적으로 평화협정이 정전협정을 대체하고 그에 따라 이뤄지는 것이 관계정상화이지만, 평화협정 없이도 관계정상화를 이룬 사례들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그는 "남북 사이에서 관계정상화의 종착지(엔드 포인트)는 '특수관계 속 정상화'로 볼 수 있다. 남북기본합의서에도 남북은 특수관계라고 규정돼 있고 역대 정부도 이 개념을 이어왔다"며 "'특수관계'라는 개념에서 손을 떼면 북한 문제에 있어 우리가 얘기를 꺼낼 입지가 너무 줄어든다"고 언급했습니다.
최근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남북에 대해 "현실적으로 실재하는 두 국가"라고 했지만, 위 실장은 이 같은 견해와는 다시 한번 차별점을 보인 셈입니다.
다만 위 실장은 이 같은 정권 내 인사들의 의견차가 '동맹파'와 '자주파'의 갈등으로 묘사되는 것에 대해서는 "제가 '무슨 파' 이렇게 돼 있는데, 저는 협상 국면에서 어느 포인트를 찌르고 들어가느냐, 무엇이 최적의 국익이냐만 생각을 하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비핵화 문제에 대해서는 "최근 왜 '동결' 용어를 쓰지 않고 '중단'이라는 용어를 쓰느냐면서, 비핵화 의지가 약하다는 비판도 나오지만 오히려 반대"라며 "동결(freeze)보다는 중단(stop)이 더 강한 개념"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위 실장은 "동결이란 단어는 동결시킨 뒤에 (폐기로 가지 않고) 그냥 놔두자는 선입견을 줄 수 있어 일본과 미국 등에서 썩 선호하지 않는다"며 "반면 중단이라는 단어는 비핵화의 출발점이다. 멈춰 서게 하고, 되돌리고, 폐기까지 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대통령이 최근 미국 방문에서 뉴욕증권거래소를 방문해 "북한이 체제 유지에 필요한 핵무기를 충분히 확보했다"고 언급한 것에 대해서는 "이 대통령의 북핵에 대한 위기의식을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며 "꼭 북핵을 인정한다는 취지라기보다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걸 강조한 발언"이라고 해석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