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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면 새까맣게 '빽빽'…속초시장 골목길 몰려온다

속초의 인기 관광 명소, '속초중앙재래시장'.

낮 동안 사람들로 북적이던 이곳이 해가 지고 어둠이 깔리면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합니다.

전깃줄에 빽빽하게 붙어 새까만 그림자를 드리우는 수백 마리의 새 떼.

[시민 : 많아요. 새까맣게 여기하고 전봇대 보이죠.]
[시민 : 쫙 있어요. 저쪽에 좀 징그러워요.]

대낮에는 텅 비어 있던 전깃줄이 밤이 되면 새들의 군락으로 변하고, 새들은 기묘한 울음소리까지 내기 시작합니다.

[제작진 : 저게 정확하게 그럼 어떤 새인 거예요?]
[시민 : 제비예요, 제비]

요즘 서울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제비들이 이곳 속초 시장에만 수백 마리씩 갑자기 나타나기 시작한 것입니다. 제비 떼는 주로 이 좁은 골목 200여m 구간에만 집중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제비 마리 수에 비해 둥지 개수가 현저히 적습니다.

[박현우 교수/춘천교육대학교 과학교육과 : 이 시장에서 번식한 제비의 숫자는 그렇게 많지 않을 거고요. 주변에 있는 마을이나 논 주변 이런 곳에 있던 제비들이 이쪽으로 모여든 것일 겁니다.]

주변 제비들까지 이곳 토박이 무리에 합류했다는 건데, 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최순규 박사/조류행동생태학 : 최근에 속초시가 굉장히 급격하게 도시화가 진행이 되고 있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아마도 도시화하기 이전에 속초 시장에서 가까운 곳에서 단층 건물이라든가 아니면 (비슷한) 이런 곳에서 번식했던 아이들이 도시화로 개발이 되면 둥지를 만들 곳을 찾을 수가 없겠죠. 그러다 보니까 '어 속초 시장에 가보니까 기존에 번식했던 곳이랑 비슷한 곳이 있네' 하면서 찾아오는 제비도 많이 있을 거고요.]

시장 주변이 고층 건물로 둘러싸여 비교적 따뜻하고, 사람들로 북적여 천적도 적은 환경이다 보니 제비들에게 '안전한 쉼터'가 됐다는 것. 게다가 이곳은 제비들에게 최적의 사냥터이기도 합니다.

[정다미 연구원/'ㄲ'새 연구소 : 제비들이 좋아하는 그런 다양한 날벌레와 같은 먹이들이 좀 풍부한 편입니다. 해안가를 또 제비가 되게 선호합니다. 특히 우리나라 동서 남부 지역의 이런 해안가들의 경우 제비의 서식 적합도가 굉장히 높게 나타났었는데요.]

수백 마리 제비가 모이면서 떨어지는 배설물로 일부 피해도 발생하지만 상인들은 크게 개의치 않습니다.

[시장 상인 : 일인데 괜찮아요. 얘들 갈 때까지 잘 보살펴야지 청소해야지 뭐 어떻게 해요. 자연과 더불어 살아야 하는 거죠. 제비를 잡을 거야 어떻게 할 거야.]

[박현우 교수/춘천교육대학교 과학교육과 : 속초 시내에 이렇게 모이는 건 좀 재미있는 현상이죠. 보름 정도만 참으면 남하해서 내려갈 테니까. 원래 또 제비라는 게 또 사람한테는 좋은 느낌을 주는 새잖아요. 그게 아마 제비와 사람의 공존 아닐까 싶어요.]

시장의 제비 떼가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하나의 신호로도 볼 수 있다는 해석입니다.

(취재 : 김병철, 구성 : 김휘연(인턴), 영상편집 : 김수영, 디자인 : 육도현, 제작 : 모닝와이드3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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