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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꼬무 찐리뷰] 영화 아닌 실화…탈레반 포위 속 목숨 걸고 390명 구출한 '미라클 작전'

[꼬꼬무 찐리뷰] 영화 아닌 실화…탈레반 포위 속 목숨 걸고 390명 구출한 '미라클 작전'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역사 속 '그날'의 이야기를, '장트리오' 장현성-장성규-장도연이 들려주는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이하 '꼬꼬무'). 본방송을 놓친 분들을 위해, 혹은 방송을 봤지만 다시 그 내용을 곱씹고 싶은 분들을 위해 SBS연예뉴스가 한 방에 정리해 드립니다.

이번에 '당신'에게 들려주고 싶은 '그날'의 이야기는, 지난 25일 방송된 '작전명: 미라클' 편입니다. 이야기 친구로는 배우 전소민, 코미디언 정성호, 가수 최예나가 출연했습니다. (리뷰는 '꼬꼬무'의 특성에 맞게, 반말 모드로 진행됩니다.)

▲ 아프간에서 탈출하라

때는 2021년 8월이야. 한 남자가 걱정과 불안에 휩싸여 있어. 물건 하나 마음대로 사러 밖에 나갈 수도 없어. 항상 주위를 경계하고 이동 시에는 경호까지 필요해. 사실 지금 그가 있는 곳은 한국이 아니야. 그는 지금 비행시간이 12~20시간이 걸리는 중앙아시아에 있어. 바로 아프가니스탄이야. 낯설고 생소한 이곳에 그는 왜 있는 걸까? 직접 들어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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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아프가니스탄 한국대사관 경호단장인 류부열입니다. 아프가니스탄은 계속 전쟁 중이었기 때문에 경호가 필요했었습니다. 우리 공관원에 대해서. 19년 8월부터 저는 경호단장으로서 경호 책임자로서 근무하게 되었습니다."
-류부열, 당시 주아프가니스탄 대사관 경호단장, 경찰특공대 출신

부열 씨는 아프간에 있는 한국대사관 경호단장이야. 치안이 극도로 불안한 나라의 경우 경찰들이 파견되어 경호 임무를 하거든.

"시장 보는 것도 현지인을 통해서 해야 되고, 공항으로 휴가 나올 때도 저희 경호단 직원들도 마찬가지 경호를 받고 나와야 합니다. 심지어 잠을 잘 때도 주변에 항상 제가 즉각적으로 반응할 수 있는 곳에 화기를 비치하고 그렇게 합니다."
-류부열, 당시 주아프가니스탄 대사관 경호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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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 테러 알지? 그 테러의 주범은 오사마 빈 라덴이야. 빈 라덴은 아프간에 있었어. 미국은 당시 아프간을 장악하고 있던 탈레반에게 빈 라덴을 내놓으라 요구해. 하지만 탈레반은 거절했어. 그 결과 2001년 미국과 아프가니스탄의 전쟁이 시작돼. 아프간에는 미국이 지원한 새로운 정부가 들어섰고, 축출된 탈레반은 아프간을 탈환하려고 해. 그렇게 무려 20년 동안 전쟁이 이어지고 있는 거야. 이 불안한 치안 상태는 2021년 8월, 절정에 달하고 있었어. 그 이유는, 미국 정부가 2021년 9월 초까지 아프가니스탄에 주둔한 미군을 철군시키겠다고 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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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미국의 최장기 전쟁을 끝낼 시간이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미군이 집으로 돌아와야 할 시간입니다."
-조 바이든, 당시 미국 대통령

그해 4월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 주둔한 미군의 철군을 발표했어. 미군 철수 발표 후, 아프간의 상황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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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그제 오후 아프간 북부 사망간주의 주도인 아이바크를 점령했습니다. 또 바로 다음날이 어제는 서부 파라주의 주도인 파라까지 장악했다고 외신들이 보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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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 병사들이 신은 위대하다고 외치며 숨진 아프간 군인의 시신을 끌고 다닙니다. 탈레반은 거침없는 진격으로 제2, 제3의 도시인 칸다하르와 헤라트를 점령한데 이어 하루 만에 수도 카불에서 남쪽으로 50km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폴리 아람까지 장악했습니다."
-당시 뉴스 보도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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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이 아프간을 점점 장악하고 있는 거야. 한국 대사관은 아프간 수도 카불에 있어. 당시 아프간 교민은 네다섯 명 정도, 이미 대피를 하고 있었고, 대사관의 철수도 예정되어 있었어. 그런데, 대사관 철수 며칠 전인 8월 15일 오전. 대사관 현지 직원이 급하게 뛰어와. 그리고, 류부열 경호단장에게 이렇게 말해.

"저희 집 근처에 탈레반이 왔대요."

또 얼마 뒤, 또 다른 현지 직원도 이런 말을 해.

"지금 친구가 연락이 왔는데... 친구가 사는 마을에도 탈레반이 차량을 타고 들어오고 있대요."

대사관에는 한국인뿐 아니라 아프간 현지 직원들도 있었거든. 이들이 빠르게 현지 소식들을 전해준 거야. 대사관에서 불과 10km 떨어진 곳까지 탈레반이 진입을 한 거야. 탈레반의 진격이 빨라도 너무 빨라. 좀 더 버틸 줄 알았던 수도 카불까지 탈레반이 진입을 한 거야. 각종 외교 채널에서도 대피해야 한다는 정보들이 들어오기 시작해. 불과 몇 십분 만에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 외교부로부터 긴급 대피 지시를 받은 대사가 긴장한 표정으로 말해.

"즉시 대사관 철수 준비에 들어갑니다. 꼭 필요한 짐만 챙기고 보안 문서들은 모두 파기하세요."

대사관 직원들이 급하게 움직이기 시작해. 필요한 물품을 챙기고 드럼통에 불을 피워서 문서들을 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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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사관 건물 위로 대형 헬리콥터들이 포착됐고, 기밀 문서와 자료 등을 폐기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연기가 목격되기도 했습니다."
-당시 뉴스 보도 中

아프간을 떠나야 하는데 공항으로 가는 것조차 막막해. 대사관 일행은 차로 5분 거리에 있는 미국대사관의 협조를 받아 헬기를 타고 공항으로 이동하기로 해. 대사관 일행은 헬기를 타고 4km 정도 떨어진 카불공항에 도착해. 카불공항은 각국 공관원, 국제기구 근무자, 군인들로 북새통이야. 우리 대사관 일행은 다행히 카타르행 비행기를 타고 아프간을 떠날 수 있었어. 무사히 탈출했으니, 이제 안심해도 될까? 아니. 본격적인 이야기는 지금부터 시작이야. 숨이 막힐 듯 절박하고,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뜨겁고 강렬한 이야기가 앞으로 펼쳐질 거야.

▲ 미라클 작전

카타르로 향하는 대사관 일행의 머릿속엔 모두 한 가지 생각뿐이야. 대사관 철수를 준비하던 중, 한 현지 직원이 류부열 경호단장에게 짧은 영어로 말을 걸었어.

"What do we do(저희는 어떻게 해야 하죠)?"

왜 이런 질문을 한 걸까? 그 이유는 바로 이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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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복하지 않겠다는 약속과는 달리 탈레반의 만행도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뉴욕타임즈는 탈레반이 서방국가에 협력한 아프간인을 찾기 위해 집집마다 색출 작업을 벌이고 있으며, 자수하지 않을 경우 가족을 살해하거나 체포하겠다며 위협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렌은 탈레반이 자사 소속 기자를 잡기 위해 집에 들이닥쳐 가족 한 명을 사살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당시 뉴스 보도 中

외국과 협력한 아프간 사람들이 위험해. 전쟁으로 폐허가 된 아프간 재건사업에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독일, 일본 등 많은 나라들이 참여했어. 여기에 협력해온 아프간인들이 반역자로 간주되어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인 거야. 의료지원을 한 한국병원과 직업훈련소에서 일했던 현지인, 그리고 대사관에서 일했던 현지 직원들까지. 그야말로 풍전등화, 바람 앞에 등불 신세야. 수년을 함께 해 온 동료들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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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직원 중에 한국말을 유난히 잘하는 직원이 있었습니다. 그 직원한테 한국 이름도 지어주고 같이 아프간 전통 음식 같은 거 같이 나눠 먹고. 대사관 직원으로 같이 있었던 현지인들하고도 항상 친밀감 있게 지내고 그랬었습니다."
-류부열, 당시 주아프가니스탄 대사관 경호단장

매일같이 함께 했던 동료가 우리는 어떻게 하냐고 물은 거야. 류부열 경호단장은 아무런 대답도 해주지 못했어. 사실, 미국의 철수발표 이후, 우리나라 외교부는 한국에 협력한 현지인들의 이송을 계획하고 있었어. 그런데, 8월에 들어서며 대사관조차 긴급 철수를 해야 할 정도로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잖아. 쉽게 답을 줄 수가 없었던 거지. 그럼, 대사관 현지 직원은 뭐라고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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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problem, no problem. I'm OK OK(문제 없어요, 전 괜찮아요)' 그러는데,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그리고 한 직원은 매사에 열심히 자기 일을 묵묵히 열심히 하는 직원이었거든요. 그 직원은 드럼통에 문서를 이렇게 태우고 있었는데 거기 불쏘시개 막 들고 다니면서 열심히 태우면서 오히려 저희들을 위로해 주는데, 눈가에 눈물이 글썽글썽하더라고요."
-류부열, 당시 주아프가니스탄 대사관 경호단장

현지 직원들은 함께 가고 싶지만 당장 함께 떠날 방법이 없다는 사실을 아는 듯, 그저 대사관 철수 작업을 묵묵히 도왔어. 이때, 김일응 공사참사관이 이들에게 말했어. "모두 최대한 안전한 곳에 가 있으세요. 다시 방법을 찾아보겠습니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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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관 철수 지시가 8월 15일에 나왔으니까요. 저희도 갑작스럽고 그 사람들도 갑작스러운 겁니다. 분명히 한국에 데려가기로 한 걸 아는데, 저희가 나가면 자기들은 어떻게 하느냐고 당연히 생각을 하죠. 그래서 그때 순간적으로 막막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했던 이야기는 '방법을 생각해 볼게. 다시 알려줄게' 이렇게 하고 나온 거죠."
-김일응, 당시 주아프가니스탄 대사관 공사참사관, 2021년 8월 27일 인터뷰 中

그렇게 함께 일했던 아프간 동료들과 기약 없는 이별을 하고 대사관 한국 직원들은 떠났던 거야. 그래서 카타르에 도착한 대사관 일행들은 극도의 피곤함에도 쉴 수가 없어. 특히, 다시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했던 김일응 공사참사관은 밤을 새우며 외교부와 연락을 취하고, 류부열 경호단장은 아프간에 남은 현지 직원들과 소통을 하고 있어. 그런데 아프간에 있는 직원이 메시지를 보내.

"지금 탈레반이 집들을 뒤지고 다녀요. 전 지금 집에 있는 지하에 숨어 있어요."

정말 위태위태한 상황인 거야. 게다가 뉴스에선 충격적인 소식들이 속속 전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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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륙하는 미군 수송기에 어떻게든 몸을 싣기 위해 아프간 주민들이 활주로를 내달립니다. 일부는 날개 밑에 위태롭게 걸터앉아 필사의 탈출을 시도합니다. 하지만 인파를 뚫고 미국 수송기가 날아오른 직후 매달려있던 비행기에서 추락하는 사람들의 참혹한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됐습니다. 어제 하루 동안 아프가니스탄 주민 최소 7명이 이렇게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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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조망 너머에 있는 무장군인이 신생아로 보이는 아기를 위태롭게 넘겨받습니다. 아이들만이라도 아프간에서 탈출시키려는 필사의 모습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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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규환 속에 공항 안팎에선 지금까지 모두 12명이 총에 맞거나 인파에 밟혀 숨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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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와주세요. 도와주세요. 탈레반이 오고 있어요."

아프가니스탄을 떠나려는 사람들은 많고 빠져나갈 수단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인 거야. 이 처참한 장면이 전 세계로 보도될 무렵, 한국에서 한 통의 전화를 받은 사람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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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에는 제가 제5공중기동비행단 항공작전전대장 직책이었습니다. 갑자기 한 8월 중순경에 뭐 TV 상에서 우리 아프간 대사관 직원들이 미군 항공기를 이용해서 철수를 했다라는 보도를 봤습니다. '이게 심각하게 돌아가는구나'라면서 머릿속으로는 계속 '임무가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었죠. 했었는데 그 이후로 한 하루인가 이틀인가 있을 때 이제 연락이 왔습니다."
-양경철, 제5공중기동비행단 항공작전전대장, 대한민국 공군 대령

한국과 협력해 함께 일한 아프간 특별 기여자들. 이들을 구출하기 위한 임무가 대한민국 공군에 내려진 거야. 극도로 위험한 아프간 상황. 지금 카불공항은 민간 항공기가 들어갈 수조차 없어. 그래서 군용기를 이용해 구출하는 거지.

시간이 아주 촉박해. 미군의 철수가 8월 31일로 예정돼 있어. 공항은 지금 미군이 방어를 하고 있지만, 이 공항마저 탈레반이 접수하면 방법이 없는 거야. 작전 가능 시한이 불과 10여 일 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야. 비행거리 왕복 2만km.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간에는 어떤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지 몰라. 그래서, 이런 작전명이 붙게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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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라클 작전'이야. 미라클, 기적! 사선을 넘어 아프간을 탈출하려는 특별 기여자들에게 희망을 주고자 하는 바람. 적의 위협 가운데 작전을 수행하는 우리 군의 성공을 기원하는 바람. 그 간절함이 담긴 작전명이야. 과연 미라클, 기적이 일어날까.

▲ 생사가 갈린 구출 계획

국방부, 외교부를 비롯한 관계기관들이 발 빠르게 작전 준비에 들어가. 그냥 군용기를 보내서 태우고 오면 되는 게 아니니까. 한국에서 아프간까지 항공기가 이동하려면 다른 나라들의 영공 통과 협조를 받아야 해. 그리고, 또 필요한 게 있었어. 중간 기착지. 현재 아프간 카불공항으로 항공기가 바로 들어갈 수 없는 상황이야. 세계 여러 나라들이 협력자들을 이송하기 위한 작전을 펼치고 있어. 카불공항은 그야말로 포화상태야. 카불공항 근처에 항공기가 대기할 중간 기착지가 필요한 거야. 외교부와 국방부는 외교채널을 총동원해서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 공항의 사용 승인을 확보해.

이제 무엇보다 중요한 결정이 남았어. 어떤 항공기를 미라클 작전에 투입하느냐는 거야. 머나먼 외국, 전쟁 중인 나라에서의 작전이야. 고려할 사항들이 많아. 가장 걱정되는 것이 무엇일까? 미라클 작전에 투입됐던 항공기 조종사에게 직접 들어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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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미라클 작전의 임무 기장으로 수행했던 윤정한 소령입니다. 최악의 상황은 말 그대로 지대공 위협입니다. 탈레반이니 테러 단체니 하면 항상 하늘을 향해서 미사일을 겨누고 있는 그런 장면들을 흔히 기억을 하실 텐데, 저 또한 그 장면이 제일 먼저 떠올랐습니다. '저 미사일이 우리를 향한다면' 이라는 그런 가정이 가장 컸고 그게 가장 큰 위협으로 다가왔습니다."
-윤정한, 미라클 작전 임무 조종사, 대한민국 공군 소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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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이나 IS같은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 단체의 공격이 있을 수도 있어. 고심 끝에 드디어 미라클 작전에 투입될 항공기가 결정 돼. C-130J 슈퍼 허큘리스. 허큘리스는 그리스 신화 속 영웅 헤라클레스를 뜻해. 슈퍼 허큘리스는 미사일 경고시스템과 회피 장비인 플레어, 채프 등을 갖추고 있어. 비포장 활주로에서도 이착륙이 가능하고, 탑승자와 화물을 빠르게 싣고 내릴 수 있다고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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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KC-330 시그너스. 시그너스는 '하늘의 주유소'라고 불리는 다목적 공중급유 수송기야. 시그너스는 백조자리를 뜻해. 매끄러운 동체와 날개로 우아하게 착륙하는 모습이 백조를 닮았대. 공중 급유뿐 아니라 구조, 해외 재난 지원 임무에도 많이 투입돼.

슈퍼 허큘리스 2대, 시그너스 1대를 미라클 작전에 투입하기로 결정해. 이송 계획은 이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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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송 계획은 먼저, 한국에서 파키스탄까지 수송기들이 이동을 해. 아프간 카불공항으로는 미사일 대응이 가능한 슈퍼 허큘리스 2대가 들어가. 기여자들을 싣고 파키스탄으로 나오면 시그너스로 갈아타는 거야. 슈퍼 허큘리스가 전술 비행에 장점이 있지만, 다수의 인원을 장시간 수송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있었거든. 그래서 장거리 이송이 유리한 시그너스가 있는 거야. 그렇게 마지막으로 기여자들을 태운 시그너스와 슈퍼 허큘리스가 한국으로 들어오는 거야. 그럼 미션 클리어. 그런데,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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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미라클 작전 당시 로드마스터 겸 정비 통제관으로 참석했던 박경철 준위입니다. 로드마스터란 인원이나 화물을 공중을 이용해 가지고 기지에 내려준다든지 하늘에서 뿌려준다든지 그런 일을 수송기가 하는 업무를 총괄하는 객실 승무원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갑자기 '400명을 태워야 된대' 이러는 겁니다. '저희 비행기는 400명이 탈 수는 없는데? 몇 대나 임무를 갑니까?' '두 대 정도 예상합니다'라고 대답을 들었습니다. '그럼 몇 번의 기회가 있습니까?' '한 번? 상황이 위험해서 더 이상 많은 시간은 없을 거다. 기회는 없을 거다' 두 대에 400명은 도저히 탈 수 없는데 어떻게 하지?"
-박경철, 미라클 작전 항공적재사, 대한민국 공군 준위

슈퍼 허큘리스의 탑승인원은 128명이라고 해. 2대면 몇 명이지? 256명이야. 400명 가까이 되는 인원을 모두 태울 수가 없는 거잖아. 그럼 어떻게 했을까?

최고의 방법. 직접 태워보기로 한 거야. 어떻게 태웠을지 궁금하지? 실제 미라클 작전에 투입됐던 슈퍼 허큘리스를 어렵게 촬영을 했거든. 설명 직접 들어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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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시 저희들은 항공기 승객을 탑승시키기 위해서 기내에 이렇게 구조물들을 설치를 합니다. 설치하고 이 의자가 바닥에 펼쳐져서 이런 모양으로 양쪽으로 펼쳐지게 됩니다. 이번 임무는 200명 이상을 태워야 했기 때문에 이런 구조물들을 다 걷어내는 작업을 한 겁니다. 그래서 보시다시피 평평하게 바닥을 만든 상태에서 임무를 진행하게 된 겁니다."
-박경철, 미라클 작전 항공적재사

안 되면 되게 하라! 이게 군인정신이잖아. 최대한 많은 인원을 태우기 위해 의자를 떼 버렸어. 이렇게 의자나 구조물을 제거해서 수송량을 늘리는 방법이 교범에 있대. 그런데 실전에서는 이번이 처음이래. 그리고 테스트를 해 보고, 가능할 거라는 판단이 섰어. 400여 명의 인원 중에 아이들이 많다는 정보가 있었거든.

▲ 작전 D-day

그렇게 정신없는 며칠이 흐르고, 드디어 작전 D-day가 찾아와. 작전 장소 아프가니스탄, 이송 인원 400여 명, 군 수송기가 투입된 왕복 2만km의 여정, 미라클 작전의 시작이야.

국방부, 공군, 외교부에서 차출된 60여 명이 김해 공군기지로 집합해. 투입된 인원들의 심경은 어땠을까? 근데, 가족들은 남편이, 아빠가 아프간을 간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어. 이번 작전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바로 보안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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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비의 계획이잖아요. 극비의 계획이 유출될 경우에는 항공기에 대한 위협이라든지 우리 승무원에 대한 위협 또한 거기에 탑승하는 특별 기여자들에 대한 위협으로 위험해질 수도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저희가 그 신신당부하면서 이제 좀 많이 강조했던 부분 중에 하나가 작전 보안이었습니다."
-양경철, 미라클 작전 통제관

철저한 보안 속 드디어 2021년 8월 23일, 칠흑 같은 어둠을 뚫고 미라클 작전이 시작돼. 양경철 대령은 부하들을 보며 이렇게 말해.

"너희들 실력이면 이번 작전 충분히 감당하고도 남는다. 걱정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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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1시. 태국에서 중간 급유가 필요한 슈퍼 허큘리스가 먼저 출발하고, 그날 아침 이어서 시그너스도 활주로를 박차고 날아올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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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한국에서 수송기들이 출발하기 하루 전인 22일. 대사관 일행이 있는 카타르에서도 바쁜 움직임이 있었어. 대사관 일행이 카타르 공항으로 향해. 어디를 가려는 걸까? 카불이야. 도대체 힘들게 빠져나온 카불로 왜 돌아가려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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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도 철수명령 받고 나왔던 거 아니겠습니까. 다시 들어가는 것도 본부로서는 고민이 많았습니다. 근데 저희가 안 들어가면 거기 일이 안 되는 게, 지금 카불공항이란 게 시스템이 없거든요. 거긴 너네가 알아서 데리고 오고 알아서 데리고 가란 겁니다. 거기 통제하는 사람 아무도 없고 단지 유일하게 비행기만 떴다 내렸다 하는 그것만 안 부딪히게 하는 것만 운영되지 그 외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그런 상황에서 어떤 사람이 손들면 저 사람이 우리 대사관 관계자인지 확인만 해주면 확인된 사람만 공항으로 들여보내는 거거든요. 카불 공항에 안 들어가게 되면 (기여자를) 확인할 사람이 없는 거예요. 대행시킬 사람도 없고 그래서 들어가야 했습니다."
-김일응, 당시 주아프가니스탄 대사관 공사참사관

군 수송기 투입이 결정되자 김일응 공사참사관은 아프간에 있는 기여자들에게 공지를 했어.

"방법을 찾았습니다. 대한민국 군 수송기가 카불로 올 겁니다. 공항 게이트에서 만납시다."

기여자들은 공항으로 올 예정이야. 누군가는 카불공항으로 가서 도와야 하는 거야.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그곳, 카불로 가는 인원을 정해야 해. 이때. 경호원들 사이에서 실랑이가 벌어져. 왜일까?

"제가 영어를 좀 더 잘하지 말입니다. 제가 가는 게 맞죠."
"아닙니다. 제가 나이도 제일 어리고 경찰특공대에 있었던 만큼…"

서로 자기가 카불로 가겠다고 우기는 거야. 이 때, 류부열 경호단장이 단 한 마디로 이 사태를 정리해.

"아이들 다 키운 내가 간다."

선발대에 자원한 류부열 경호단장은 아프간으로 떠나기 전, 한국에 있는 가족들과 영상통화를 했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잖아. 그 심정이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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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가족 생각이 나서 이제 와이프한테 이제 전화를 했습니다. 얼굴 좀 보고 싶어서 '얼굴 좀 보여줘 화상 통화하게' 그랬더니 한 10초 됐나? '봤으면 됐지' 하고 끊어버리는 겁니다.(웃음)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데, 얼굴 좀 더 봤으면 하는데. 거기서 또 제가 세부적인 사항을 설명을 할 수가 없지 않습니까? 그리고 애한테는 '엄마한테 예쁘게 말 잘해야지' 하면서 그냥 평상적인 이야기하고 전화 끊었습니다."
-류부열, 주아프가니스탄 대사관 경호단장

각자 나름의 굳은 각오를 다진 선발대는 떠나기 전 기념사진을 찍었다고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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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들은 기여자 구출에 있어 아주 중요한 서류를 챙겼어. 일종의 한국행 티켓이야. 바로, 여행증명서. 기여자 중 많은 수가 여권이 없었다고 해. 정부가 붕괴된 마당에 여권 발급은 하늘에서 별 따기. 한국 정부가 여권을 대신해서 여행증명서를 발급해 줬어. 현재 아프간에 있는 기여자들에겐 여행증명서 사본만 있는 상태야. 원본은 지금 김일응 공사참사관 손에 있어.

▲ 특별 기여자를 찾아라

미국의 협조를 받은 선발대가 카불 공항에 도착해. 아프간을 탈출한 지 불과 일주일 만에 돌아온 거야. 그 사이 카불은 너무도 많이 변해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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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게 늘어선 노숙 행렬, 곳곳에 버려진 짐들. 공항이라곤 믿기 힘든 분위기야. 폐허가 된 카불 공항. 에비게이트 근처엔 공항에 진입하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야. 저 인파들 사이에, 우리가 찾는 기여자들이 있을까? 이제부터 사막에서 바늘 찾기야. 발품을 파는 수밖에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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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트 상황은 폭 2m, 높이 2m 정도 되는 제방이 있었습니다. 그 개울 건너편 뚝방에 아프간인 현지인들이 줄지어져 있었고, 우리 쪽(공항 내부)에는 다국적 군인들이 (현지인들을) 못 넘어오게 경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류부열, 당시 주아프가니스탄 대사관 경호단장

선발대는 A4지에 뭔가를 써서 들고 다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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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4지 거기에 'KOREA'라고 써서 들고 '코리아! 코리아!' 하면서 다녔죠. 그러다 보니까 조력자 중에 한 명이 '코리아 코리아' 부르더라고요. 아프간 조력자들을 저희들이 쉽게 알아보기 위해 가족별로 고유 번호를 줬었습니다. '코리아 넘버' 하니까 '4번' 이렇게 해서, 첫 가족을 만나게 됐습니다. 첫 가족 만나다 보니까, '이렇게 하면 우리들도 조력자들을 구출할 수 있겠구나' 어떤 확신이 생겼죠. 첫 번째 4번 가족을 만나고 나서 그 뒤에, 자기 형 가족이 조력자라고 그런 표시를 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이제 그 가족을 올려 보냈습니다. 어린아이들하고 부인 먼저 올려 보내고 그다음에 남편, 그리고 그 뒤에 동생을 제방으로 끌어올렸는데요."
-류부열, 당시 주아프가니스탄 대사관 경호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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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삼촌과 함께 온 가족. 기여자인 형의 가족들은 떠나고, 기여자가 아닌 삼촌은 아프간에 남아야 했대. 이별키스를 나눈 삼촌과 조카들. 헤어지는 순간, 아이가 삼촌 손을 꼭 잡고 놓지 않더래. 어린아이임에도 이 순간이 남은 가족 그리고 고국과의 마지막임을 느낀 거 아닐까.

선발대는 35도가 넘는 기온에 땀을 비오 듯 흘리며 게이트를 주변을 돌고 또 돌았어. 여행증명서 사본으로 신원확인을 해가며 찾는 거야. 과연 400여 명의 기여자 중 몇 명을 만났을까? 불과 26명밖에 만나지 못했어. 아무리 찾아도 더 이상은 보이지 않아. 나머지 기여자들은 어떻게 된 걸까?

그 사이 기여자들에게 메시지가 계속 들어와.

'공항에 못 갈 것 같아요.'
'죄송합니다. 저도 갈 수 없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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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여자가 보낸 영상에는, 공항 밖 아비규환 현장이 담겨 있어. 공항 주변을 가득 메운 사람들, 그 사이 총소리가 울려 퍼져. 영상 속 사람은, 세디키 지아우딘 씨야. 의료지원을 했던 한국병원에서 한국 의료진의 통역을 도왔던 사람이야. 지아우딘 씨는 네 명의 아이가 있어. 그중, 넷째는 2021년 7월 12일생이야. 당시 태어난 지 고작 한 달 정도밖에 되지 않았던 거야.

지아우딘 씨는 가족을 모두 데리고 함께 탈출을 시도했지만 더 이상 공항 접근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대. 탈레반이 당초 미국과의 협상과 달리 국외로 나가려는 이동 행렬을 막고 있는 거야. 지금 공항으로 오는 길은 '절망의 길'로 불리고 있어.

"그 길목마저도 탈레반이 체크 포인트를 운영하고 있었기 때문에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는 곳이 아니었습니다. 총으로 위협하거나 몽둥이 쇠파이프로 위협한다거나 때리거나 해서 그 사람들을 쉽게 보내주거나 그러지 않았기 때문에 힘들었다고 들었습니다."
-류부열, 당시 주아프가니스탄 대사관 경호단장

게다가 가까스로 공항 근처까지 와도 게이트 진입이 쉽지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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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카불공항을 찍은 위성사진이야. 수많은 점처럼 보이는 것이 무엇일까? 그래, 사람들이야. 공항 게이트는 인간 장벽으로 둘러싸여 있어. 그리고 '독일은 수 천 명을 이송할 계획이었으나 7명만 탑승한 채 출발했다', '벨기에는 항공기를 보냈지만 1명도 태우지 못했다' 이런 뉴스까지 전해지고 있었어.

▲ 미라클 작전의 운명은?

이런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한국에서 출발한 수송기는 중간 기착지 파키스탄에 도착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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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대통령이 뉴스에서 8월 31일까지 다 철군하겠다고 한 게 있었기 때문에 8월 말까지는 작전이 끝나야 된다는 건 알고는 있었죠. 거기 게이트를 통과하기가 힘들다라는 내용도 알고 있었지만, '언제 이 사람들이 다 올지는 모른다' 그리고 또 한편으로 들었던 생각이 '이 26명이 전부면 어떡하지?'"
-양경철, 미라클 작전 통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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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명이 모이려고 그랬는데 스물여섯 명밖에 못 왔어?' '도대체 며칠을 기다려야 하나?' '이 임무 성공하기 힘들 거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박경철, 미라클 작전 항공적재사

작전의 성공을 장담할 수가 없는 상황이야. 그래도 작전 지휘부는 먼저 26명을 파키스탄으로 이송시키기로 결정해.

"상부에서 C-130J 한 대만 가서 기여자 26명을 데리고 오라고 했습니다. 상황이 언제 급박하게 변할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에 판단을 했던 거죠."
-양경철, 미라클 작전 통제관

그렇게 파키스탄을 출발한 수송기가 카불 공항으로 향해. 비행시간은 1시간 정도야. 수송기가 아프간 영공으로 막 진입하고 있어. 그때, 파키스탄 관제사의 음성이 들려.

"비관제권에 진입합니다. 현재 당신들이 진행하는 곳은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지역이니 조종사가 책임을 지고 진입하십시오."

수 백, 수천 시간을 비행한 조종사들조차 처음 들어보는 말이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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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그대로 처음 겪어보는 상황이었고 관제소가 없는 곳을 비행해서 들어간다는 건 사실 조종사로서 생각해 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까 '진짜 위험한 곳에 가는구나' 정말 온 신경이 다 곤두서고. '진짜 정신 바짝 차리고 해야겠다'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윤정한, 미라클 작전 임무 조종사

녹색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흙빛 도시의 모습. 곳곳에서 피어오르는 검은 연기도 보여. 근데, 이런 영상은 누가 찍은 걸까? 이 영상을 촬영한 사람을 만나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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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공군 정훈 부사관이지만 항공촬영도 하고 전투 촬영자로서 그때 보직은 전투 촬영사였습니다. 작전 현장에서 최우선으로 들어가서 작전 상황을 판단할 수 있게끔 사진과 영상을 촬영 전송하는 게 제 주된 임무였기 때문에요. 저 같은 경우는 미라클 작전 처음 시작 때부터 마지막에 수송기 타고 국내 들어왔을 때까지 모든 걸 다 사진, 영상으로 기록을 남겼습니다."
-권형, 미라클 작전 항공촬영사, 대한민국 공군 원사

항공 촬영사는 조종사와 함께 항공기에 탑승해서 하늘에서의 훈련이나 작전을 촬영해. 그래서 '창공의 기록자'라고 불리기도 해. 이번 미라클 작전에 투입돼서 상황을 파악하고 공유할 수 있도록 사진과 영상 정보를 제공하는 거야. 그리고 기록을 통해 군 임무와 작전의 의미를 국민에게 전하는 걸 한다고 해. 오늘 우리가 보는 미라클 작전 영상과 사진도 권형 원사가 기록을 한 것들이 많아. 권형 원사가 찍은 사진 한 장을 보여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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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라클 작전에 투입된 대원들 사진이야. 이들은 이번 작전에서 아주 중요한 임무를 맡고 있어. CCT라고 들어봤어? 항공특수통제사라 불리는 이들은 최강의 실력을 자랑하는 공군 특수부대야. 항공기 관제, 폭격 유도, 항공기 피랍 등 대테러 작전은 물론, 고공 낙하, 육상, 수상, 수중의 모든 침투기술을 익힌 최정예 부대라고 해. 공군 최정예 부대 CCT가 미라클 작전에 투입이 된 거야. 대원들 신원 자체가 보안이기 때문에 얼굴을 가리고 인터뷰를 진행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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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T 모토는 'First In, Last Out'입니다. 적진에 가장 먼저 들어가서 작전을 준비하고 가장 마지막에 퇴출하는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일단 램프가 열린 이후에 각자 정해진 위치에서 제일 우선적으로 하기로 한 거는, 항공기와 승무원의 보호였습니다. 그래서 적 위협이 있는지 우선 확인을 해서 항공기와 승무원이 안전한 지를 우선 확인한 다음에 그다음 단계로 이제 조력자들을 찾고 그들에게 항공기로 접근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하는 게 임무였습니다.
-이OO 준위, 미라클 작전 투입 CCT 대원
"C-130 항공기를 타고 다 같이 팀원들이 들어갔고, 램프가 열리는 순간 '이제 진짜 작전이 시작되는구나' 그거를 저희는 느낄 수 있었습니다.
-손OO 상사, 미라클 작전 투입 CCT 대원
"램프가 열리는 것은 사실 제 느낌으로는 새로운 세상으로 들어가는 문입니다."
-이OO 준위, 미라클 작전 투입 CCT 대원

안전을 책임질 CCT 대원들이 카불로 이동을 하고 있어. 수송기 램프 도어가 열리는 순간, CCT 대원들이 가장 먼저 카불공항에 발을 딛게 돼. 그런데 착륙 5분 전, CCT 대원들에게 뜻밖의 지시가 내려져.

"대원들은 완전무장을 하고 삽탄을 하도록"

완전 무장을 하고 삽탄, 실탄을 장전하라는 거야. 기여자들을 이송하는 작전이라 비살상무기 위주로 준비했대. 그런데 갑자기 무장 지시가 내려온 거야.
꼬꼬무 찐리뷰

"카불에 폭탄 테러가 있을 수 있다는 첩보를 저희가 들었습니다."
-양경철, 미라클 작전 통제관

"공항 주변에 테러 첩보가 있으니 이에 대해서 유의해야 한다고만 정보를 저희가 받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그 당시에는 첩보가 들어올 때마다 저희는 긴장감이 계속 증가되면서…"
-이OO 준위, 미라클 작전 투입 CCT 대원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IS의 자살 폭탄 테러 첩보가 들어온 거야. 긴장을 놓을 수 없는 상황에서 수송기는 카불공항에 착륙해. CCT 요원들은 수송기 주변을 360도 경계하며 신속하게 기여자들의 검문, 검색에 나서. 그리고 8월 24일 오후, 수송기는 26명의 기여자를 싣고 파키스탄으로 이동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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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상황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어. 과연, 나머지 기여자들까지 무사히 구출할 수 있을까?

▲ 버스에 기여자를 태워라

카불공항에 남은 CCT 대원들은 추가로 들어온 기여자들이 있는지 정찰에 나서. 에비 게이트에는 여전히 수많은 현지인들이 모여 있어. 그때, 갑자기 현지인들 쪽에서 "코리아! 코리아!" 소리가 들려. 추가로 들어온 인원이 있는 걸까? 아니야. 그들은 우리나라 기여자들이 아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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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로 안에 발목이나 무릎 정도의 물이 차는 정도의 물이 있었는데, 그 안에 진짜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나를 제발 데려가 줬으면 하는 눈빛 아우성을 치면서 '나도 데려가라, 나도 그 항공기에 타고 싶다' 이렇게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이OO 준위, 미라클 작전 투입 CCT 대원

"아비규환이었어요. 소리 지르고 아기들은 울고 하수도 냄새는 막 나고. 거기는 정말 지옥이었습니다."
-권형, 미라클 작전 항공촬영사

하지만,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인원을 데려갈 수는 없어. 더 이상의 우리나라 기여자들은 보이지 않는 상황. 이대로 미라클 작전은 실패하는 걸까? 아니야. 작전명 미라클처럼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어.

여러 나라들이 자기 나라 기여자들을 이송하기 위해 애쓰고 있잖아. 공항까지 온 인원이 26명뿐이라는 사실이 확인된 날, 회의에서 새로운 이송방안이 제시가 된 거야. 미국 측에서 버스를 이용한 방안을 내놓은 거야. 사전에 합의된 버스는 공항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미국과 탈레반이 합의를 하겠다는 거야. 김일응 공사참사관은 미국 측에 요청서를 제출했어. 이송인원 400명, 버스 8대. 이를 본 미군 대령이 말을 했대.

"이렇게 많이 하게 되면 실패할 수 있습니다. 매정하다고 생각하지 말고 과감하게 수를 줄이세요."

김 공사참사관은 이렇게 답했어.

"아닙니다. 저희는 한 번에 하겠습니다. 이송인원은 400여 명 모두입니다."

지금이 아니면 못한다고 생각을 한 거야. 한 치 앞도 예상할 수 없는 상황이야. 인원을 나눈다면 누군가는 영원히 남게 될 수 있는 거야. 그리고, 기여자들에겐 버스를 탈 장소와 시간이 공지됐어.

"미국하고 조율해서 버스가 공항 게이트 정문 통과하는 시간을 24일 오후 3시 30분으로 설정하고 시간을 받았습니다."
-김일응, 당시 주아프가니스탄 대사관 공사참사관

그리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주의사항까지 전해져.

'집합장소에 절대로 30분 전에 모이지 말 것. 버스 이송계획은 비밀에 부칠 것'

집합장소는 공항에서 불과 10분 정도 떨어진 곳이야. 공항에서도 보일 정도로 가까웠다고 해.

한편, 중간 기착기인 파키스탄에서는 윤정한 소령과 박경철 준위를 비롯한 대원들이 수송기 곁을 떠나지 않고 있어. 언제든 카불공항으로 날아갈 수 있도록 대기하는 거야. 35도가 넘는 기온에도 연료를 아끼기 위해 에어컨도 켜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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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항공기 날개 밑에 앉아 있었습니다. 언제 갈지 모르기 때문에. 연료도 아껴야 되고. 모든 장비를 아껴야 됐기 때문에 앉아서 그냥 기다리는 겁니다. 계속 시계만 쳐다보면서."
-박경철, 미라클 작전 항공적재사

힘들어도 기여자를 구하기 위해, 작전을 성공하기 위해 모두가 최선을 다하고 있어.

다시 카불공항. 버스 도착 예정시간이 3시 30분. 모두의 간절한 기다림 속에 드디어 3시 30분이 됐어. 모두의 시선은 버스가 들어올 게이트를 향해 있어. 기여자들은 도착을 했을까? 아니, 오지 않았어. 여러 대의 버스 중 한 대도 도착하지 않아.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아프간 속보 전해드리겠습니다. 아프간 철수 시한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탈레반이 아프간 국민들의 카불공항 이동을 차단하고 탈출을 막겠다고 밝혔습니다."
-당시 뉴스 보도 中

우리나라 버스는 몇 번의 검문, 검색이 있었지만 달리고 달려서 드디어 공항 게이트 근처에 도착을 해. 이제 이곳만 통과하면 공항 안으로 들어갈 수 있어. 그때였어. 탈레반이 버스를 막아 세워.

"너희는 공항에 들어갈 수 없다. 돌아가라."

버스를 통과시켜주지 않는 거야. 그 사이, 공항 안에서 기여자들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던 대원들의 눈에 포착된 것이 있어. 공항 안으로 탈레반 사람들이 들어오는 걸 본 거야. 미군과 탈레반이 협상을 하려고 만난 거야. 협상은 잘 됐을까?

"일정한 지역에 집합시켜 놓고 버스를 이용해서 들어갈 거다, 탈레반이 도로를 통제하고 있어서 못 들어가고 있다, 협상하고 있다, 미군하고 협상이 결렬됐다, 뭐 이런 얘기가 자꾸 들려옵니다. 그래서 결렬됐다고 하는 순간에는 '이거 지금 이러다가 우리 임무 못하고, 아예 임무가 끝나는 거 아닌가'라는 불안감도 있었고."
-양경철, 미라클 작전 통제관

미군과 탈레반 협상의 자세한 내용이 파악되지 않았지만, 버스는 공항으로 들어오지 못하고 있어. 한 시간, 두 시간, 세 시간... 계속 시간이 흘러가. 대기 중인 한국 인원들도 피가 마르는 기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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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는 또 다른 위협들이나 이런 부분들을 대응해야 되기 때문에 쉽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이OO 준위, 미라클 작전 투입 CCT 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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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전하는 기간 동안 뭘 먹은 기억이 없습니다. 먹을 수 있는 환경도 아니었고, 먹을 수 있는 공간도 없었고."
-박경철, 미라클 작전 항공적재사
"나머지 인원들이 빨리 안전하게 카불 공항 안으로 들어올 수 있기를 계속 간절한 마음으로 기다렸던 것 같습니다."
-윤정한, 미라클 작전 임무 조종사

버스에 있는 시간이 점점 길어져. 그럼 버스 안의 상황은 어땠을까? 직접 들어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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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아프가니스탄 특별 기여자 지아우딘이라고 합니다. 날씨가 너무 더웠고 창문도 열 수 없었어요. 만약 열렸다면, 다른 사람들이 안으로 들어오려고 하니까요. 정말 힘들었어요. 특히 제 아내에게는요. 제 아내는 출산 중에 제왕절개수술을 받았습니다. 출혈이 많았죠. 긴 여정으로 인해 출혈이 많았고요. 우리가 공항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주변 사람들이 매시간마다 우리 막내 아이를 체크하고 있었어요. '살아있나?' '숨 쉬고 있나?' 우리는 확신할 수 없었어요. 아기가 살아남을지, 아니면 이 여정 중에 죽을지요."
-세디키 지아우딘, 아프가니스탄 특별 기여자

다른 기여자들도 그랬겠지만, 지아우딘 씨는 한국에 갈 수 있길 간절히 바랐어. 그 이유가 있다고 해.

"제가 아주 어릴 때 아버지는 탈레반에 의해 살해됐고요. 제가 아프가니스탄에서 일하던 2017년에 저와 제 남동생이 차에 있었는데, 폭발이 있었습니다. 자살 폭탄범이었죠. 우리가 그 폭탄에 다쳤어요. 저는 조금 다쳤어요. 제 왼손과 왼쪽 다리가 지금 정상적으로 움직이지 않아요. 제 남동생은, 그 자살 폭탄 테러로 심하게 다쳤습니다. 지금 남동생의 머리는 심각한 손상을 입었어요. 머리의 일부 뼈가 폭탄에 의해 날아갔죠. 바이든 대통령이 아프가니스탄에서 군대를 철수한다고 발표했을 때, 우리는 우리의 미래와 가족에 대해 많은 걱정과 우려를 가지고 있었죠."
-세디키 지아우딘, 아프가니스탄 특별 기여자

미군의 철수 발표 후 아프간 탈출을 준비하는 시간은 희망과 절망의 반복이야. 하지만 한국 측도 기여자들도 결코 포기하지 않았어. 모두 한 마음으로 간절하게 기여자들을 기다렸어.

그러던 중, 버스가 들어오고 있어. 그런데 우리나라 기여자들이 탄 버스가 아니야. 다른 나라 버스가 들어온 거야. 이제 우리 버스도 들어오겠지 기다리고 있는데, 오지를 않아. 그때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전해져. 탈레반 측에서 "한국 버스는 통과시키지 않겠다"는 연락이 왔다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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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 과정에서 탈레반이 시비 걸었던 건 '이 사람들이 들고 있는 여행증명서가 원본이 아니고 사본이다. 안 된다' 이렇게 이야기를 했단 겁니다. 연락을 받으니까. 그래서 원본 갖고 오라고 해서 제가 '원본을 갖고 보여주러 가겠다'"
-김일응, 당시 주아프가니스탄 대사관 공사참사관

김일응 공사참사관이 여행증명서를 직접 가져다주겠다고 나섰어. 근데 여행증명서를 탈레반 측에 가져다주려면, 미군이 방어하고 있는 경계를 벗어나야 해. 안전을 장담할 수가 없어. 그런데 이때, 또 한 사람이 "저도 가겠습니다"라며 나서. 류부열 경호단장이었어. 대사관 인원을 위험한 곳에 혼자 보낼 수는 없었던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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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같이 가겠다'고. 그래서 장전하고, 저는 무장을 한 상태고 공사님은 외교관이기 때문에 이제 민간인 복장으로 여행증명서를 들고 이동을 하고 있었습니다."
-류부열, 당시 주아프가니스탄 대사관 경호단장

두 사람은 탈레반 검문소 쪽으로 향했어. 우리 기여자들은 모두 들어올 수 있을까?

▲ 미라클, 기적의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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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부분이 좀 제일 감동적이었는데요. 밤새 기다릴 때 호주 팀이 미니 마이크로버스에 20 몇 명 들어오고, 독일 팀 갑자기 조금 더 들어오고. '아 이제 한국만 들어오면 되는데' 했는데 그때가 아마 새벽 한 4시쯤? 한 무리가 들어오는데 인원이 좀 많더라고요. 생각보다. '혹시 저분들인가' 하고 급하게 카메라를 들고 딱 들어온 장면을 찍었는데, 한국기여자라는 확신이 들었고. 아니나 다를까 미군이 '코리아' 하면서 CCT랑 연결해 줬어요. '와 이게 가능하구나'"
-권형, 미라클 작전 항공촬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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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잊지 못할 시간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오랜 시간 동안 노력을 했고, 이 작전이 오랜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죠. 우리가 버스에서 내려 공항 안으로 들어가는 데 성공했을 때, 와.. 지금 설명을 못하겠네요. 그냥 앞으로 달려가서 한국 동료들을 보고 싶었어요. 특히 김일응 공사참사관이 최선을 다하셨고, 이 작전을 완수하겠다고 약속했고, 그는 그걸 지켰습니다. 저는 그것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그리고 김일응 공사참사관과 우리 한국 팀원이 얼마나 진심으로 최선을 다했는지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서로 껴안고 많이 울었어요. 제가 말했죠. '우리가 해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우리 작전은 성공했어요."
-세디키 지아우딘, 아프가니스탄 특별 기여자

원본을 직접 가져다주겠다고 하자, 그제서야 탈레반이 통과를 시켜줬다는 거야. 새벽 4시쯤, 우리나라 기여자 첫 팀이 도착을 하고, 아침 7시쯤, 모든 기여자들이 들어온 거야. 버스가 출발하고 무려 10시간이 넘게 걸린 거야. 공항에서 보이는 10분 거리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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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응 공사참사관과 대사관 현지직원이 만난 순간을 담은 사진이야. 사진 보니까 어때? 눈시울이 붉어진 김일응 공사참사관의 모습, 두 사람이 나눈 뜨거운 포옹. 미라클 작전의 의미가 이 한 장으로 설명되는 것이 아닐까?

"24일 오후 3시 반에 버스가 들어오기로 돼 있었는데 탈레반이 계속 막고 있어서 못 들어오다가, 그다음 날 25일 새벽녘에 들어오기 시작한 거거든요. 근데 그때 찍은 사진입니다. 내리는데 14시간 정도 갇혀 있던 사람들이 얼굴이 사색이 돼서 내려오는데... (울컥) 거기서 잘 수도 없고, 버스 들어오는 날은 꼬박 다 샜으니까요. 특히 버스 들어온 날은 정말 정신적으로 힘들더라고요. 하지만 들어오는 거 보니까 다 낫죠 사람이..."
-김일응, 당시 주아프가니스탄 대사관 공사참사관

아직 한 고비가 남았어. 이제 이들을 이송해야 해. CCT는 기여자들이 도착하는 대로 신속하고 정확한 검문, 검색을 실시해. 그리고 파키스탄에 대기 중이던 슈퍼 허큘리스도 카불공항을 향해 날아왔어. 그런데 미사일이 락온(Lock-on)을 했다는 경고음이 울려. 우리 수송기가 미사일에 조준을 당하고 있다는 소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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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영공을 진입하고 나서 저희가 카불 공항에 내리기 위해서 고도를 낮추는 과정에 산맥들을 지나게 되는데 기다렸다는 듯이 위협 신호들이 마구 울려댔습니다. 지대공 미사일이 우리를 겨냥했다. 그 시그널들이 최초에 하나가 나오더니, '1시 방향에 위협이 있다' 처음에 알려주더니 그 다음 3시 방향, 2시 방향, 7시 방향, 사방에서 나오는 겁니다. 총을 든 사람이 장전을 해서 제 머리에 총을 겨누고 있다, 이런 상황과 똑같이 보시면 되지 않을까요."
-윤정한, 미라클 작전 임무 조종사

셀 수 없이 많은 미사일들이 카불공항에 내리려는 우리 수송기를 조준하고 있다는 경고가 떴다는 거야.

"지대공 미사일이 발사가 되면 하얀 연기가 피어오릅니다. 그 연기들이 발생되는 위치를 360도 방위로 정해서 업무 분담을 다 했고요.
-윤정한, 미라클 작전 임무 조종사
"저는 좌측 뒤 창문이었습니다. 오른손에는 채프플레어라고 발사 장치가 있습니다. 콜을 해주면 바로 발사를 해야 됩니다. 탄약을 터뜨리는 스위치를 잡고 계속 쳐다보고 있는 겁니다. 시그널은 계속 들어오는데 밖을 아무리 봐도 보이지 않는 겁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데 왜 우리가 락온(Lock-on) 됐지?"
-박경철, 미라클 작전 항공적재사
"어디에 숨어 있길래 이 수많은 위협 신호들이 보이지도 않고 이렇게 발생을 하는지, 더 무서운 겁니다."
-윤정한, 미라클 작전 임무 조종사

신호는 있는데 육안으로 확인이 안 되는 거야. 지금 수송기의 고도는 100피트, 지상 30m 높이야. 거의 착륙 직전이야. 그런데 그때, 미사일이 발사됐다는 경고음이 울려. 수송기를 향해 미사일이 날아오고 있다는 거야.

"100피트면 얼마 안 되는 높이인데, 거기서 지대공 미사일이 발사됐다는 시그널이 뜬 겁니다. '어.. 죽는 건가?' 여기서 이걸 회피하자고 다시 항공기를 띄우면, 띄우다가 맞는 게 더 위험해서. 그 순간 진짜 많은 고민을 했고. 차라리 맞더라도 땅에 내려서 맞아야겠다, 그런 마음을 가지고 부조종사에게 제 결심을 공유해 줬고요."
-윤정한, 미라클 작전 임무 조종사

그런데 다행히 피해는 없었어. 교란 신호였는지, 잘못된 신호였는지, 수송기는 무사히 착륙을 할 수 있었대.

카불공항에 착륙한 2대의 슈퍼 허큘리스. 이제 신속한 탑승이 이뤄져야 해. 착륙에서 재이륙까지 주어진 시간은 단 1시간뿐이야. 많은 나라의 항공기가 오고 가는 만큼 시간이 한정되어 있었던 거야. 게다가 IS의 자살 폭탄 테러 첩보까지 있는 상황이잖아. 이송을 여러 번 하는 건 불안한 일이야. 한 번에 모두 탑승을 해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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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기여자는 400여 명이잖아? 한 사람도 빠짐없이 기여자 모두가 수송기 탑승에 성공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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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그 사람들이 항공기에 다 탑승할 수 있었다는 것이 미라클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말 저 사람들이 다 탈 수 있을까' 라고 생각했는데. 항공기 끝단에 딱 앉으니까 다 타더라고요. 정말 꽉 채워서. 발 디딜 곳 없이 꽉 채워서."
-박경철, 미라클 작전 항공적재사

대원들은 수송기 벽 쪽에 세운 짐이 무너질까 받친 채로 서 있었다고 해. 드디어 수송기가 카불공항 활주로를 힘차게 달려. 수송기는 안전하게 이륙했고, 무사히 카불공항을 빠져나가 1시간 뒤 파키스탄에 착륙해. 그 후, 기여자들은 파키스탄에서 대기 중이던 시그너스로 갈아타고 최종 목적지 한국으로 출발해.

▲ 약속을 지킨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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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거의 가까울 때쯤 이제 날이 밝아 가지고. 이분들이 이제 일어나서 화장실도 가고 창 밖을 딱 보는 겁니다. 그때 이제 그 얼굴 표정이 좀 밝아지는 듯한 표정. 입가에 미소도 좀 생기고. 그러더니 이제 애들을 깨워 가지고, '창 밖을 보라'. 그걸 보여주면서 같이 얘기하면서 웃는 모습을 보면서, 과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과연 저 수평선 너머에 뭐가 기다리고 있는가, 저 너머에서 자기들은 어떤 삶을 살아갈 것인가. 희망찬 생각을 하고 있었지 않았을까 뭐 그런 생각을 했었습니다."
-양경철, 미라클 작전 통제관

작전 수행을 하며 잠도 못 자고, 먹지도 못하고, 씻지도 못했지만 그 미소를 보는 순간 모든 피로가 사라지는 기분이었대. 그렇게 26일 오후 4시 30분. 특별 기여자들은 한국에 무사히 도착을 해.

"탈레반의 위협에서 벗어나고자 한국행을 택한 아프간인 378명을 실은 우리 군 수송기가 오늘 오후 4시 반쯤 인천공항에 무사히 착륙합니다. 안도감을 느낀 일부 아프간 입국자들은 손을 흔들기도 합니다. 절반 가량이 10살 이하 어린이였고, 태어난 지 한 달도 안 된 신생아 3명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당시 뉴스 보도 中

지아우딘 씨 막내가 당시 태어난 지 한 달 된 아기였잖아. 이제 4살이야. 건강하게 자라 지금은 못 말리는 장난꾸러기래. 셋째는 축구를 좋아하고, 첫째는 꿈이 한국어 선생님이라고 해. 마지막으로 지아우딘 씨 가족이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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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능한 임무였죠. 한국인 동료들은, 우리를 돕고 싶다고 약속했고, 저는 그걸 믿었습니다. 이 작전이 가능했던 건, 우정을 믿었고, 한국 정부의 힘을 믿었기 때문이죠. 우리는 항상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요. 항상 우리 자녀들에게도 말해요. 이 역사적인 날을 기억하라고요. 절대 잊지 않을 거고 절대 잊어선 안 된다고요. 정말 감사하고, 이 도움을 절대 잊지 않을 겁니다. 절대로요. 그리고 대한민국 사랑하는 사람이에요. 너무 감사하고요."
-세디키 지아우딘, 아프가니스탄 특별 기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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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살 셋째와 고등학생 첫째가 보내준 편지도 도착했어.

"저는 한국에 와서 공부할 수 있게 돼서 너무 기쁩니다. 가족이랑 다 같이 행복하게 있어서 너무 좋아요. 저희를 도와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한국에서 공부 잘 해서 나중에 미래에 꿈을 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항상 감사해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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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이야기를 들은 '오늘' 당신의 생각은?

(SBS연예뉴스 강선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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