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이레놀
임신부를 향해 "타이레놀을 먹지 말라"고 거듭 촉구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둘러싸고 미국 내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타이레놀의 주성분인 아세트아미노펜이 자폐아 출산 위험을 높인다면서 고열·통증을 타이레놀 없이 참고 견디되, "참을 수 없고 견딜 수 없다면 어쩔 수 없이 복용해야 하겠지만, 조금만 복용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이부프로펜 및 아스피린과 달리 아세트아미노펜은 임신부가 해열·진통을 위해 안심하고 복용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약물로 여겨져 왔다는 점에서 보건·의료계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근거가 뭐냐"는 반발이 일고 있습니다.
미 산부인과학회 스티븐 플라이시먼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 직후 성명에서 자폐증과 타이레놀에 관한 발언이 잘못된 과학에 근거했다면서 "임신부들에게 해롭고 혼란스러운 메시지를 보냈다"고 비판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10년간 임신 중 아세트아미노펜 복용과 자폐증의 연관성을 조사하기 위해 광범위한 연구가 진행됐지만, 현재 일관된 연관성은 확인되지 않았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을 반박했습니다.
공화당 내부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표가 내년 중간선거의 '여성 표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입니다.
존 튠 상원 원내대표(공화·사우스다코타)는 24일 CNN 인터뷰에서 "타이레놀 사용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과) 다른 결론에 도달하는 의료계 인사들이 엄청나게 많다. 광범위한 주장을 펴려면 매우 신중해야 한다"며 이번 발표가 가져올 잠재적 파장을 "매우 우려한다"고 말했습니다.
의사 출신인 빌 캐시디 상원 의원(공화·루이지애나)도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 직후 엑스(X·옛 트위터)에 "이 문제를 다루고 보건복지부를 지원하려는 열망을 이해한다"면서도 "압도적인 증거들은 이것(타이레놀의 자폐증 유발)이 사실이 아님을 보여준다. 여성들이 임신 중 통증을 관리할 선택지가 사라질까 봐 걱정된다"고 적었습니다.
뚜렷한 인과관계가 증명되지 않은 자폐증의 원인을 밝히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도에는 공감하지만, 입증되지 않은 '주장'에 입각해 여성들에게 고통을 감내하고 위험을 감수하도록 요구해선 안 된다고 지적한 것입니다.
논란이 확산하자 트럼프 대통령 측에선 이를 진화하려는 시도가 감지됩니다.
그의 진의는 '혹시나 모를' 위험을 경고한 차원이었으며, 궁극적으로 투약 여부는 개인별 상황에 따라 전문의와 상의해야 한다는 원론적 답변으로 수습하려는 듯합니다.
JD 밴스 부통령은 이날 뉴스네이션 인터뷰에서 "이건 정말 '케이스 바이 케이스'"라며 "케네디(보건복지부 장관)가 말하는 근본적 주장은, 이 약들이 부작용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과학이 어디로 이끄는지 그 과학을 따라가야만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밴스 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타이레놀의 부작용을) 조금 더 유념하라"는 취지였다면서 "궁극적으로 뭔가를 복용하는 것은 상황 특정적이기 때문에 의사에게 의지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저명한 소아신경외과 의사인 벤 칼슨 박사(트럼프 1기 주택·도시개발부 장관)는 백악관 출입기자들과 만나 약병 라벨에 있는 경고문은 "그것이 실제로 일어날 것이라는 뜻이 아니라 고려돼야 할 가능성을 의미한다"며 "(약물 복용의) 이익 대 위험의 비율은 많은 개인적 정보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결정은 당신의 의료 제공자와 함께 내려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