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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색이 품어내는 무한의 풍경…'검은빛의 서사'

<앵커>

검은색은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하지만 조선 시대에는 왕의 색이었습니다. 무한의 풍경을 품고 있는 검은색에 대해 새롭게 조명하는 전시가 열리고 있습니다.

이주상 기자입니다.

<기자>

[검은빛의 서사 - 검은색으로 펼쳐낸 무한과 생성의 풍경 / 11월 29일까지 / 호림박물관 신사분관]

하늘 천 땅 지, 검을 현 누를 황.

천자문에서 하늘은 우주를 품은 검은색으로 규정됩니다.

그래서 조선 시대의 경우 검은색은 왕의 색이었습니다.

불에 타서 일부만 남았지만 효명세자의 어진은 왕실 최고의 예복인 검은색 면복, 구장복을 입고 있는 모습입니다.

세종대왕 때부터 문무 관원들의 예복은 짙은 녹색과 검은색이 섞인 흑단령이었습니다.

하늘에 현학, 검은 학이 나타나면 태평성대가 온다며 청자 매병에 검은 학을 새겨 넣기도 했습니다.

불교미술에서도 검은색은 무한의 세계를 상징합니다.

금가루에 아교를 개어 검은색으로 물들인 비단 위에 관음보살상을 그리거나, 경전을 베껴 쓰며 심연의 세계를 보여줍니다.

[오혜윤/호림박물관 학예연구사 : 검은색이라고 하는 것은 저희가 흔히 생각하는 그냥 단색이라고 생각하실 수 있는데, 굉장히 많은 색을 품고 있습니다. 모든 색을 합쳤을 때 나오는 색이 검은색이라고 합니다.]

한자 검을 흑은 아궁이의 불이 굴뚝으로 올라가는 모양의 상형문자입니다.

불로 만들어지는 도자에서도 검은색 도자, 흑자는 고려 시대 이후 일상의 저장용기로 쓰여왔습니다.

[오혜윤/호림박물관 학예연구사 : 백의민족이라고 불렸던 만큼 흰색에만 주목을 해왔는데 그 주목받지 못했던 반대의 색인 검은색의 신원을 밝혀내는 그런 전시입니다.]

먹의 농담으로 인간 존재의 본질을 탐구했던 서세옥과 강렬한 붓질로 수묵 추상을 추구했던 송수남, 그리고 검은빛을 통해 시공간의 초월을 보여주는 김호득의 설치작품은 검은색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합니다.

검은색이 품어내는 무한의 풍경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영상편집 : 우기정, VJ : 오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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