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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한 재료로 만들어 석탑 안에 고이…미륵사지 손칼 첫 공개

귀한 재료로 만들어 석탑 안에 고이…미륵사지 손칼 첫 공개
▲ 손칼 수습 당시 모습

2009년 1월 14일 전북 익산 미륵사지에서는 국보 석탑을 보수·정비하기 위한 작업이 한창이었습니다.

논의를 거듭하며 오랜 준비 끝에 결정한 해체 보수였습니다.

그러나 석탑 1층부를 놓고 백제 시대의 원형이 잘 남아 있는 1층을 보존하자는 의견이 있었고, 현재 상태를 고려하면 전면 해체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결국, 1층도 전면 해체하기로 하고 십(十)자형 공간의 심주석(心柱石·탑 구조의 중심을 이루는 기둥)에서 작업을 이어가던 관계자들은 조심스레 돌을 들어 올렸습니다.

미륵사지 손칼

돌 아래에 있던 건 가로·세로가 각각 25㎝, 깊이가 26.5㎝에 이르는 네모난 구멍.

그 속에는 귀하게 만들어 탑 안에 봉안한 사리장엄구(舍利莊嚴具)와 은제관식, 유리구슬, 손칼(刀子·도자) 등이 있었습니다.

1천400여 년 시간을 품은 백제의 흔적이었습니다.

미륵사지 석탑에서 찾은 손칼이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냅니다.

국립익산박물관이 이달 24일부터 기획전시실에서 선보이는 특별전 '탑이 품은 칼, 미륵사에 깃든 바람'을 통해서입니다.

미륵사지 손칼과 관련 유물 105점을 모았습니다.

사리장엄 최초 노출 상태

박물관 측은 "익산·청주·김해 등 국립박물관 3곳이 협업해 지난 5년간 조사·분석하고, 보존 처리를 거쳐 연구한 내용을 토대로 손칼의 의미를 조명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손칼은 말 그대로 작은 크기의 칼을 뜻합니다.

미륵사지 석탑에서 찾은 손칼의 경우, 사리공(舍利孔·불탑 안에 사리를 넣을 크기로 뚫은 구멍) 안에서 일부가 직물에 싸인 형태도 확인됐습니다.

사리장엄 발견 당시 조사 보고서를 통해 알려진 바 있으나 실물 공개는 처음입니다.

국립문화유산연구원이 펴낸 '익산 미륵사지 석탑 사리장엄'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손칼은 표면과 내부 곳곳이 부식돼 있고, 일부가 떨어지는 등 상태가 좋지 않았습니다.

전시를 기획한 원승현 학예연구사는 "형태가 온전하지 않지만, 남아 있는 유물을 통해 8개의 손칼이 사리구멍(사리공)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전시는 옛사람들이 만든 손칼을 비추며 시작됩니다.

동물 뼈로 만든 칼 손잡이, 쇠 손칼 등을 소개하고, 붓이나 지우개가 없던 시절 목간(木簡·글씨를 쓴 나뭇조각)의 글자를 지우는 칼의 역할도 살펴봅니다.

미륵사지 손칼의 '흔적'을 주목한 부분은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박물관이 3차원(3D) X선 현미경으로 조사한 결과, 칼 손잡이는 외래 수종으로 확인됐으며, 일부 손잡이는 물소뿔로 만든 것으로 추정됩니다.

나무로 만든 칼집의 경우, 금박을 얹어 화려함을 더했으며 그 위에 바다거북의 등껍질인 대모(玳瑁)를 감싸 금박 손잡이를 오래 보존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와 비슷한 방법으로 만든 손칼은 일본에서도 확인된 바 있습니다.

미륵사지 서탑에서 나온 미륵사지 직물 금사자수

박물관 측은 '일본 왕실의 보물 창고'로 언급되는 쇼소인(正倉院·정창원)의 손칼 유물을 거론하며 "미륵사지 손칼은 이보다 100년 앞서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백제의 높은 공예 수준을 입증하는 동시에 (당시) 국제 교류의 흐름을 조명하는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전시는 손칼을 왜 석탑 안에 넣었는지도 조명합니다.

화려한 금이나 은, 혹은 귀한 재료로 만든 손칼은 당대 금속 공예 수준을 보여주는 유물로 평가되며, 학계에서는 권위와 품격의 상징으로 쓰였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보물 '감지은니 범망경보살계품'

전시실에서는 부여 왕흥사지와 경주 황룡사지에서 출토된 또 다른 손칼, 불교 경전에 등장하는 손칼 관련 문구 등을 보여주며 그 속에 담긴 뜻을 짚어봅니다.

김울림 국립익산박물관장은 "백제 역사유적지구의 세계유산 등재 10주년을 맞아 미륵사지 '비밀'의 마지막 퍼즐이 맞춰진 것은 큰 의미"라고 전시 의의를 설명했습니다.

전시는 내년 2월 1일까지 이어집니다.

(사진=국립문화유산연구원, 국립익산박물관,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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