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를 공모하고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를 내린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측이 첫 재판에서 혐의를 모두 부인했습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강완수 부장판사)는 오늘(19일) 내란 중요임무 종사, 직권남용, 위증 혐의로 기소된 이 전 장관 재판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었습니다.
공판준비기일은 정식 재판에 앞서 범죄 혐의에 대한 피고인 측 입장을 확인하고 증거조사 계획을 잡는 절차입니다.
피고인 출석 의무는 없어서 이 전 장관은 이날 법정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외환 혐의를 수사하는 조은석 특별검사팀의 이윤제 특검보는 "피고인은 윤 전 대통령의 위법한 12·3 비상계엄 선포 내란에 가담해 중요임무에 종사하고 행정안전부 장관으로서 직권을 남용했고, 이를 숨기기 위해 헌법재판소에서 당시 상황에 대해 위증까지 한 사안"이라고 공소 요지를 설명했습니다.
이 전 장관 측 변호인은 "피고인은 계엄에 반대했고 그 뜻을 대통령에게 분명하게 전달했다"며 "계엄을 공모하거나 모의한 사람이 지방에 내려가서 김장 행사를 할 리 없고, 기차표를 세 번씩이나 예매하면서 허둥지둥 올라왔을 리 없다. 그런 점을 보더라도 (비상계엄을) 공모하거나 순차 공모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습니다.
윤 전 대통령의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를 소방청장에게 전달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그런 지시한 적 없고, 소방청장이 들었다고 하는 이야기도 '뉘앙스'라는 표현을 썼다"며 "수사기관에서 (관련해서) 많은 진술이 이뤄졌다고 하더라도 전문증거(타인의 말을 전해 들은 것) 배제 법칙 등을 고려해서 재판부가 신빙성을 고려해 줄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에 일단 부인 취지인 것만 말한다"고 언급했습니다.
헌재 위증 혐의에 대해서도 "부분 부분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한 것은 있지만, 기억에 따라 진술한 것이고 기억에 반하는 진술이나 증언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변호인은 특검의 공소장에 이 전 장관이 직접 관여하지 않은 부분이 기재돼 있어서 공소장 일본주의를 위반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재판부는 "공소사실 자체가 내란 중요임무 종사여서 내란 관련한 서류가 들어가 있는 게 아닌가 싶고, 특검 측도 내란을 망라하여 다 쓴 건 아니다"라며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공소장 일본주의는 피고인의 유무죄에 대한 재판부의 선입견이 만들어지지 않도록 공소장 하나에 범죄 사실과 직접 관련 있는 내용만 기재하고 다른 것은 붙이지 말아야 한다는 원칙입니다.
다만, 재판부는 "변호인 측이 불분명한 표현 등 일부 문구를 지적했는데, 불필요한 공방이나 불필요한 증인 신문이 예상되면 (문구를) 다듬거나 수정해달라"고 특검 측에 요청했습니다.
아울러 특검 측은 특검이 기소한 사건의 재판 기한을 명시해 둔 특검법 11조를 언급하며 재판부에 신속한 진행을 요청했습니다.
이윤제 특검보는 "이 사건은 무너진 헌법 질서 회복에 관한 사항이고 온 국민의 관심이 집중돼 있다"며 "신속한 재판으로 사회를 안정시키고 국론 분열을 조속히 종식하는 게 형사사법 절차의 책무"라고 강조했습니다.
재판부는 이날 준비기일을 마무리하고 다음 달 17일 첫 공판기일을 열기로 했습니다.
재판부는 "변호인 측은 공판준비기일을 추가로 진행하자는 입장이지만 그렇게 하지는 않겠다"며 "공판기일은 기간을 둬서 잡을 테니 그에 앞서 쟁점이 부각될 수 있도록 망라적·구체적 입장을 준비해 달라"고 양측에게 요청했습니다.
재판부는 첫 공판을 마친 뒤부터 매주 1회씩 재판을 진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조은석 특검팀은 지난달 19일 이 전 장관을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습니다.
이 전 장관은 평시 계엄 주무 장관으로서 대통령이 자의적인 계엄 선포를 하지 못하도록 막아야 할 책무가 있는데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혐의, 윤 전 대통령의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를 경찰청과 소방청에 전달한 혐의 등을 받습니다.
지난 2월 헌법재판소의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에서 단전·단수 지시를 한 적이 없고 대통령으로부터 관련 지시를 받은 적도 없다는 취지로 허위 증언한 혐의도 함께 적용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