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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시 놀부에서 사자보이즈까지, 준비된 발레단 '화제 3연타' [스프]

[더 골라듣는 뉴스룸] 윤별발레컴퍼니 예술감독 윤별, 안무가 박소연

윤별
코로나로 모든 공연이 멈췄던 시기, 발레리노 윤별, 발레리나이며 안무가인 박소연은 막막함 속에서 새로운 길을 찾았습니다. '공연이 없다면 직접 만들자'라는 생각으로 발레 공연을 만들어온 이들은 윤별발레컴퍼니를 창단하고, 지난해 창단 공연 '갓'을 선보였습니다.

'갓'은 화제 3연타를 기록했는데요, '섹시 놀부' 5초 영상의 폭발적 바이럴로 공연 매진을 기록했고, '스테이지 파이터'에서 출연 무용수들이 스타로 떠올랐고, 최근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사자보이즈와 흡사한 '공연 장면이 전 세계 팬들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윤별발레컴퍼니가 단순히 운이 좋았던 것만은 아닙니다. 막막함 속에서 기회를 찾고, 때를 기다리며 준비해온 젊은 발레단의 도전기와 포부를 직접 들어봅니다.

윤별 예술감독 : 코로나 때 막막한데, 어떻게 보면 코로나로 피해를 보신 분들도 많고 반대로 코로나 때문에 잘 된 케이스도 있는데 그게 저희 둘인 것 같아요. 저희 둘은 사실 춤만 출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살아왔었어요. 경주마처럼 '나는 춤만 춰야 돼'. 근데 경주마가 더 넓게 보게 된 거죠.

이병희 아나운서 : 코로나 때 잠시 무대를 안 하는 동안.

윤별 예술감독 : 네, 안 하는 동안 막막해서. 공연이 없으니까 무대에 못 서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찾기 시작했어요. '내가 다른 걸 뭘 할 수 있을까. 공연이 없으면 내가 만들어 볼까, 설 무대가 없으면 내가 안무를 해볼까' 이런 식으로 찾다가 된 케이스긴 해요. 아니었으면 저희는 아직도 어느 발레단에 소속돼 있는 댄서였을 것 같아요.

김수현 기자 : 발레단원으로 들어갈 생각은 안 하셨어요?

윤별 예술감독 : 아니요, 저희는 사실 준비를 하고 있었어요. 근데 당시에는 발레단도 공연이 없으니까 내보내기 바빴던 타이밍에 누굴 뽑는 건 전 세계에 거의 없었다고 생각돼요. 오디션도 없었고. 힘든 시기에 프리랜서를 하면서 둘 다 한국에서 자리 잡기 시작했죠. 근데 나이도 조금 있으니까 그러면 정식으로 해볼까, 컴퍼니를 차려볼까 하다가 만든 게 저희 컴퍼니가 된.

박소연 안무가 : 그래서 '같이 해볼래?' 하신 거예요.

윤별 예술감독 : 근데 너무 잘 된 것 같아요. 저희가 잘 풀린 거 같아요.

김수현 기자 : '윤별발레컴퍼니'라는 이름을 만든 건 조금 더 전인 것 같더라고요.

윤별 예술감독 : 네, 맞아요. 만든 것은 사실 작품 의뢰가 들어올 때마다 '컴퍼니 없어요?' '없는데요' '그냥 만드세요' '뭘로 만들까요?' '윤별발레컴퍼니 하세요' 이래서 윤별발레컴퍼니가 됐는데.

이병희 아나운서 : 그때 좀 더 신중하게 (웃음)

윤별 예술감독 : 외국 사람들이 이름을 부르기 힘들어할 거다, '별' 발음이 잘 안 되니까. 제가 고민하니까 멘토 같은 분이 '미켈란젤로도 차이콥스키도 우리가 어떻게 발음을 하겠냐, 유명하니까. 이름이 하나의 브랜드가 됐으니 (발음이) 되지 않냐. 그런 이름이 돼라. 그러면 네가 고민하는 게 사라진다. '별' 발음을 하려고 노력하지 않겠냐.'

제가 그 정도로 성공할 자신은 없어요. 근데 그 말을 듣는 순간 '아, 이 이름에 먹칠이 안 되는 컴퍼니를 만들면 되지 이걸 바꿀 생각만 하고 있었구나' 고민이 조금 사라지더라고요.

김수현 기자 : 본격적으로 무용수가 아니라 안무가로 활동해야 되겠다고 생각한 계기가 있으세요?

박소연 안무가 : 딱 스위치 되는 포인트는 아니고, 안무라기보다 재미로 하는 놀이로 어떤 음악에 콘셉트를 정해서 작품처럼 만드는 게 어렸을 때부터 흥미 있다고 생각하고 중고등학교, 대학교 때도 안무라고 할 수 있는, 예를 들면 친구들과 커튼콜을 만든다든지 하는 기회가 있다면 항상 제가 하겠다고 해서 했었는데.

대학교 때도 교수님들이 '이쪽으로도 소질이 있는 것 같으니까 꾸준히 해봐라' 해서 '나 안무에도 소질이 있나 보다'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코로나 때 기획으로 잠깐 공연을 만든다고 했어요. 그때 작품을 하나 했으면 좋겠는데 여성 군무로 된 뭔가가 없을까 했을 때, 저는 독일에서 그 아이디어를 갖고 있었잖아요.

그래서 '사실 아이디어가 하나 있는데 너무 하고 싶었던 소재다' 하면서 '갓'을 발레 포인트 신은 여자와 같이 했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그거 하자' 이렇게 해서 올리게 됐는데, 사람들도 좋아하고 같이 한 무용수들도 너무 좋아했어요. 그런 작품을 할 수 있다는 게, 이런 무용수들을 위해 계속 더 좋은 작품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꾸준히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윤별
김수현 기자 : 맨 처음 만든 건 언제였어요?

박소연 안무가 : 2021년 '윤별과 친구들'이라는 갈라 공연이었어요.

김수현 기자 : '강수진과 친구들' 이렇게 하는 것처럼.

윤별 예술감독 : 그때 한창 '로베르토 볼레와 친구들'이 유행이었어서.

김수현 기자 : '파바로티와 친구들' (웃음)

윤별 예술감독 : 코로나 때문에 공연이 없어서 친구들이 힘들어하니까, 경제적으로보다도 무대에 대한 갈증이 해소가 안 되면 스트레스받아요. 뭘 위해 연습하는지가 정해져 있지 않는 연습은 독방에 갇혀 있는 느낌이어서 '그럼 만들자', 실험적인 갈라였었어요. '돈 되는 거 말고 너 하고 싶은 거 해라' 해서 만든 공연이었어서. 그때가 첫 기획 공연이었죠.

저희가 예술가들을 많이 만나고 작업을 하잖아요. 제가 요즘 자주 하는 말이 '어? 그거 좋은데?'예요. 처음에 아이디어 내거나 동작을 보여줄 때 저희는 일단 좋다고 해요. 그리고 뭔가 바꿔야 되면 '이렇게 되면 더 좋을 것 같아'. '좋은데?'에서 시작되는 게, 예술가들은 큰 자신감으로 받아들이더라고요. 할 때 웃거나 '그거 뭐야' 이런 식으로 가면 주눅 들어서.

''갓'이라는 게 있는데' 이랬더니 '그게 뭐야, 갓을 왜 써. 그냥 슈트 입고 포인트 슈즈 신고 대충 해' 이랬으면 과연 5년 뒤에 '갓'이 탄생하고, 강경호라는 무용수가, '섹시 놀부'가, 앞에 있었던 이야기들이 다 있을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서, 우연이 예술을 만든다고 '이런 하나하나가 그 사람들에게는 중요한 말이 될 수도 있겠구나' 해서, 요즘 되게 말 조심하면서.

김수현 기자 : 우리나라에 발레 잘하는 분들이 많은데 솔직히 가고 싶어 하고 단원으로 들어갈 수 있는 단체는 한정돼 있잖아요. 많이 뽑지도 않으니까 그 단체에 소속되지 않은 경우에 걱정스러울 수 있단 말이에요. '내 미래는 어떡하지'. 근데 그걸 이렇게 풀어내신 거잖아요. 내 무대를 실제로 자기가 만들고.

윤별 예술감독 : 그게 제가 컴퍼니를 차린 이유예요. 하고 싶은 것을 하려고. 좀 예민한 이야기일 수도 있는데 국립발레단이나 유니버설발레단, 해외 발레단 너무 좋지만 거기에 못 들어가면 실패한 것처럼 느끼는 친구들이 많아요.

저는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않거든요. 저도 그 발레단에 안 들어갔는데 실패했다고는 생각이 안 들거든요. 또 다른 길, 내가 원하는 길을 걷고 싶은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고, 그래서 저희 창작진들은 많은 고민을 해서 공연을 만들어요. 어떻게 보면 콩깍지가 씌워서 아니면 매서운 눈초리로 관객들이 보실까 봐 더 완벽하게 준비하고 더 어리숙해 보이지 않으려고 하고, 무용수들도 그거를 알아줘서 다행인 것 같고.

저희가 아직 월급을 줄 수 있는 시스템은 아니고 그렇다고 열정 페이도 아니에요. 챙겨줄 수 있는 만큼 최대한 하고, 일단 저희 둘은 투자한다고 생각하고 거의 수입 없이 아직까지는 단원들에게 다 주는 식으로 하고, 작품 투자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단계인 것 같습니다.

김수현 기자 : 내년부터 단원 체제로 간다면 뭐가 달라지는 거예요?

윤별 예술감독 : 사실 지금은 헤쳐 모여 식이에요. 그들도 프리랜서여야 다른 공연도 설 수 있으니까. 근데 내년부터는 저희 컴퍼니 소속감을 주고 울타리를 만들고, 외부 공연이 있으면 해도 되는데 울타리를 만들어야.

이 친구들도 계속 이야기했던 게 단원제로 갔으면 좋겠다. 다음 공연엔 내가 안 할 수도 있으니까 '이거 내 컴퍼니야' 자랑스럽게 이야기하기가... '지금까지 했던 공연은 끝났어. 근데 다음 공연은 언제인지 연락이 안 왔네. 그러면 난 이 컴퍼니인가?' 이게 불안 요소더라고요. 중간점을 찾아보자 해서 단원제로 가려고 합니다.

김수현 기자 : 어느 정도 지속적으로 작품을 같이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시겠다는 거죠?

윤별 예술감독 : 맞습니다. 클래스 출퇴근도 있게 하고, 더 많은 걸 제작하려면 출퇴근 시스템이 있어야.

박소연 안무가 : 안무가 입장에서도 단원제가 있어야 같은 시간에 그림을 그릴 수 있는데, 지금 누구는 월·화·수, 누구는 (다른 요일) 이렇게 되면 다 같이 모일 수 있는 시간이 없기 때문에, 더 큰 작품을 위해서는 더 좋은 시스템일 것 같아요.

김수현 기자 : 그러면 운영이 지금까지보다는 좀 더 어려워질 것 같다는 생각은 드네요.

윤별 예술감독 : 맞아요. 지금까지는 열정과 패기로 했다면 이제 저는 냉철해지고 무용수들은 더 뜨겁게 만들려고 노력하는 시기이고 공부도 많이 하려고 하고 선배님·선생님 등 많은 분들과 이야기도 해 보려고 하고. 저한테는 격동의 시기예요, 무용수에서 대표로 가는. 노는 게 아니라 이제 진짜 제대로 해야 되는 단계에 서 있어서.

김수현 기자 : 어쨌든 '케데헌' 등이 힘이 되는 상황인 거잖아요.

윤별 예술감독 : 저희가 '갓'을 만들 때, 지원금을 엄청 적게 받고 만든 거예요. '이걸 받고 이걸 만들었다고?' 할 정도로 저희가 서로 투자해서 만든 작품이었는데 '섹시 놀부'가 뜨고 '이제 뜰 건 다 떴다. 진짜 과분한 사랑받았다'. 근데 갑자기 3명이 '스테파'에서 금의환향으로 돌아왔어요. 그래서 '이젠 진짜 다 떴다. 과분한 사랑 끝났다. 너무 감사하다. 팬분들에게도 댄서들, 안무가 너무 감사하고 수고 많으셨습니다. 전 이 인기를 떨어뜨리지 않게 잘 유지해 볼게요' (했는데) 갑자기 케데헌이. (웃음)

제가 매일 안무가 선생님한테도 '이 작품은 하늘이 도우신 것 같다. 한 명의 창작자에게 평생 동안 한 번 올까 말까 하는 기회들이 하루하루 새롭게 오고 있는 작품인 것 같다. 자만하지 않고 계속 발전시켜야 될 것 같다'고 하는 게 '갓'이에요.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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