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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도 정치인 부패 의혹…'마르코스 사촌' 하원의장 사임

필리핀도 정치인 부패 의혹…'마르코스 사촌' 하원의장 사임
▲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과 사촌인 로무알데스 하원의장

인도네시아, 네팔 등 아시아 각국에서 권력형 부패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진 가운데 필리핀에서도 정치권의 비리 의혹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습니다.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대통령의 사촌인 하원의장이 뇌물 수수설로 물러났고 정부의 특별 조사위원회가 조사에 착수하자 분노한 시민들은 대규모 시위를 예고했습니다.

마틴 로무알데스 하원의장은 현지시간 17일, 홍수 방지사업 예산 비리 의혹과 관련해 조사위원회가 "부당한 영향력 없이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깨끗한 양심으로 사임한다"고 밝혔습니다.

로무알데스 의장은 하원에서 "특정 인프라 사업을 둘러싼 문제들은 나뿐만 아니라 우리가 모두 섬기는 이 기관에 큰 부담을 주는 문제들을 제기했다"면서 "내가 더 오래 있을수록 그 부담은 더 커진다"고 말했습니다.

로무알데스 의장은 지난주 상원에 출석한 한 건설회사 사주 부부가 홍수 대응 공사와 관련해 그를 비롯한 하원의원 최소 17명에게 뇌물을 줬다고 주장하면서 뇌물 의혹에 휩싸였습니다.

마르코스 대통령의 사촌이자 최측근으로 꼽히는 그의 사임 직후 역시 마르코스 대통령의 오랜 측근인 파우스티노 디 하원 부의장이 하원의장으로 선출됐습니다.

상원에서도 지난주 프랜시스 에스쿠데로 상원의장이 홍수 방지 사업 계약업체 한 곳과 연관설이 제기된 여파로 교체됐습니다.

태풍 등 홍수 피해가 잦은 필리핀은 지난 3년간 수천 건의 홍수 방지 사업에 약 5천450억 필리핀페소(약 13조 2천억 원)의 예산을 투입했습니다.

하지만 이 중 다수가 비정상적으로 시행됐고 이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1조 원대 이상에 이를 가능성이 있다는 추정이 정부에서 제기됐습니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지난 7월 연설에서 이 문제를 거론한 뒤 각 지방의 홍수 대책 사업을 직접 점검하고 문제점을 확인했습니다.

이어 이 의혹을 독립적으로 조사할 수 있도록 특별 조사위원회를 구성하고 안드레스 레예스 전 대법관을 위원장으로 임명했습니다.

지난 15일 업무를 시작한 조사위는 청문회 개최, 소환장 발부, 형사 고발 등을 할 수 있습니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같은 날 TV 브리핑에서 로무알데스 의장 등 자기 친척·측근도 수사에서 "면제되지 않을 것"이라면서 강력한 부패 척결 방침을 천명했습니다.

오는 21일, 마닐라 등에서 예정된 시민의 항의 시위에 대해 "대통령이 아니었다면 그들과 함께 거리에 나갔을지도 모른다"면서 일단 지지의 뜻을 나타냈습니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물론 그들(시민)은 격노하고 있다. 당연히 화가 났다. 나도 화가 났다. 지금 일어나는 일이 옳지 않기 때문에 우리 모두 분노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다만 시위는 평화적으로 유지돼야 하며, 폭력적으로 변할 경우 사법당국이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시민들은 21일 마르코스 대통령의 부친인 고(故)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대통령(1965∼1986년 재임)을 몰아낸 1986년 '피플 파워' 운동의 성지로 꼽히는 마닐라 리살 공원 등지에서 대대적인 시위를 벌일 계획입니다.

시위 예상 지역 주변에는 이번에 비리 관련자로 꼽힌 인사들이 사는 부촌이 있는 만큼 현지 경찰과 군 병력은 한층 경계 태세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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