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6일 해양보호구역인 전남 신안군 임자면 해안에 해양쓰레기가 쌓여 있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이 아니라 쓰레기 자연유산 아닙니까. 낯부끄럽다 못해 이게 무슨 국가적 망신인지…."
지난 16일 오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전남 신안군 임자면 일대 해안은 파도에 떠밀려온 해양쓰레기로 곳곳이 얼룩져 있었습니다.
널브러져 있는 폐플라스틱·스티로폼 조각들은 찌그러져 원래 모습을 알아보기 힘들었고, 페트병은 넘실거리는 바닷물에 따라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떠오르기를 반복했습니다.
조각난 스티로폼 사이로는 중국어 상표가 붙어 있는 페트병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는데, 쓰레기들이 바다 건너에서 밀려왔음을 짐작게 했습니다.
눈대중으로 봐도 수만t은 족히 넘어 보이는 쓰레기 더미는 군데군데 쓰레기 산을 만들기도 했는데, 이 쓰레기 산에서 풍기는 악취는 바다 비린내와 뒤섞여 눈살을 찌푸리게 했습니다.
환경단체 녹색연합 최황 활동가는 "이곳을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한 유네스코에서 실사를 나오게 된다면 국가 이미지 훼손은 불 보듯 뻔하다"며 "관리도 안 할뿐더러 해양쓰레기에 관심이 없는 나라라고 생각할 것이다"고 토로했습니다.
이어 "한반도 전체 갯벌 중 큰 비중을 차지해 생태계 보고로 알려진 신안의 문제는 특히 심각하다"며 "섬이 많아 쓰레기가 한번 떠밀려오면 쓰레기는 쌓여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색연합은 지난 4월부터 태안해안국립공원의 안면해수욕장, 다도해해상국립공원에 속하는 전남 고흥 해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전남 신안 해변 등 해양보호구역을 대상으로 쓰레기 실태 전수조사를 실시했습니다.
관할하는 구역에 따라 국가유산청, 해양수산부, 환경부 등이 각각 보호하거나 관리해야 하지만,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는 곳은 조사 대상의 10%에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2022년 기준 국내 해양쓰레기 발생량은 연간 14.5t에 달하며, 이 중 65.3%가 강을 통해 바다로 유입된 육상 기인 쓰레기로 추정됩니다.
특히 해양쓰레기의 83%는 물에 가라앉지 않는 플라스틱이어서 관리가 시급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최황 활동가는 "해양쓰레기 문제는 특정 부처나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전체가 풀어야 할 과제"라며 "보호구역 관리 체계가 부처별로 제각각 흩어져 있다 보니 책임은 지자체로 떠넘겨지고, 실제로는 쓰레기 산만 키우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또 "해양쓰레기는 단순한 경관 훼손이 아니라 생태계와 인류 건강도 위협하는 환경 문제"라며 "신안처럼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지역의 관리 미흡은 국가적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